'세기의 이혼' 최태원-노소영, 또 뒤집혔다…쟁점은?

국내 최대 규모의 재산분할로 주목받았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 소송이 또다시 뒤집혔다.
16일 대법원(주심 서경환 대법관)은 최 회장이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는 원심(2심)의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다만,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은 유지했다.
최 회장 측 변호인인 이재근 변호사는 판결 직후 취재진을 만나 "이번 대법원 판결을 통해 지난 항소심 판결에서의 여러 법리 오해나 사실 오인 등 잘못이 시정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밝혔다.
이어 "항소심 판결의 배경 내지 큰 이유로 작용했던 'SK그룹이 노태우 정권의 불법 비자금이나 지원 등을 통해 성장했다'는 부분에 대해 대법원이 명확하게 '그것을 부부 공동 재산의 기여로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선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앞서 2심은 1심에서 판결한 재산분할금 665억원·위자료 1억원을 크게 뛰어넘는 재산분할금 1조3808억원·위자료 20억원을 판결했다. 1조가 넘는 재산분할금은 지난해 5월 기준 양측 합계 재산을 약 4조원으로 추정하고 이 중 35%를 인정한 것으로, 한국에서 역대 최대 규모다.
1988년 선경그룹(SK그룹의 전신) 후계자였던 최 회장은 당시 현직 대통령이던 노태우의 장녀인 노 관장과 결혼해 슬하에 세 자녀를 두었다. 하지만 2015년 최 회장은 혼외자와 내연녀의 존재를 공개적으로 알리면서 이혼 의사를 밝혔다.
최 회장은 2017년에는 이혼 조정을 신청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해 2018년 이혼 소송에 들어갔다. 이혼에 반대하던 노 관장은 입장을 바꿔 2019년 맞소송을 제기하며 최 회장이 가진 SK 주식 50%와 위자료 3억원을 요구했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은 17.9%로, 시가 기준 약 2조8000억원 규모다.
SK그룹 성장에 얼마나 기여했나
앞서 1심과 2심의 판결이 크게 갈린 이유는 부부의 재산형성에 노 관장이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지에 대한 해석이 달랐기 때문이다.
여기서 최 회장 재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SK 지분을 회장의 '특유재산', 즉 결혼 전부터 갖고 있었던 고유재산 또는 혼인 중 상속이나 증여를 통해 자신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으로 봐야 할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최 회장 측은 SK 지분이 아버지인 최종현 회장으로부터 증여·상속받은 것이기 때문에 최 회장의 특유재산이라고 주장해왔고,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노 관장의 가사노동 등을 통한 간접적 기여도 고려되지 않았다.
반면 2심에서는 SK그룹 성장에 노 관장의 가사 노동과 대외활동,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지원 등 노 관장 측의 역할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이 자금을 지원했다고 하더라도, 돈의 출처가 불법적인 뇌물로 보이는만큼 이를 법적 기여분으로 고려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고등법원은 노 관장의 가사노동과 대외활동 등이 재산 형성에 기여한 부분이 얼마인지를 새로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의 영향은
이번 판결로 인해 SK그룹 차원에서는 '이혼 리스크'를 당분간 해소한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이 1조원이 넘는 거액의 재산분할금을 내야 할 상황에 놓이면서 SK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SK 지분을 통해 SK텔레콤, SK스퀘어, SK이노베이션 등 핵심 자회사들을 거느리고 있어, 지분이 줄어들 경우 그룹 전체의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결과가 재산분할시 배우자의 가사노동 등 간접적 기여와 위자료 산정 문제에 있어서 중요한 판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위자료 20억원을 확정했는데, 이는 전례를 찾기 힘든 액수다.
위자료는 배우자의 잘못으로 이혼하게 된 사람에 대한 정신적 피해에 대해 지급하는 돈으로, 통상 수천만원에서 최대 1억원 수준으로 책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심은 최 회장이 헌법상 보장된 일부일처제를 존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며 위자료를 1심 1억원에서 20억원으로 대폭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