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네비게이션 검색 본문 바로가기

중고 전기차의 배터리 성능은 괜찮을까?

3시간 전
충전기에 연결된 전기차
Corbis via Getty Images
중고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이들에게 배터리 상태는 최우선 관심사이다

가구제작자인 케리 던스턴은 아내와 함께 올여름 전기차 한 대를 구매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때 이들 부부가 던진 질문 중 하나는 바로 '배터리 상태는 어떤가요?'였다.

이들은 주행거리가 2만9000마일(약 4만6670km)에 불과한 2021년식 중고 닛산 '리프'를 발견했다. 딜러는 배터리의 건강(Health) 상태를 의미하는 SOH(State of Health)도 여전히 약 93%라고 했다.

그 말에 두 사람은 마음을 굳혔다. 1만2500파운드(약 2300만원)에 트렁크 공간과 좌석이 넓은 해당 중고차를 구매한 것이다.

이미 좀 더 세련된 볼보의 전기차 SUV도 한 대를 소유하고 있는 던스턴은 오래된 이 리프에 처음부터 매료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원래는 좀 더 스포티하고 화려한 차를 좋아하는데, 이 리프는 그냥 '그저 그런' 느낌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구매하고 3개월간 타보니, 이 중고 전기차의 성능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중고차 구매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최대 관심사는 연식과 주행거리였다. 그러나 전기차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차량 배터리 상태 또한 매우 중요해졌다.

일례로 배터리가 어떻게 관리되었는지도 중요하다. 이전 소유자가 정기적으로 급속 충전으로 100%까지 충전했다면 전기차 배터리 수명이 단축될 수 있다.

이처럼 이전 소유자의 배터리 사용 습관을 잘 알지 못하기에 일부 소비자들은 중고 전기차 구매를 꺼린다.

그러나 몇몇 배터리 분석 업체들은 오래된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도 높은 정확도로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울러 업계 전문가들은 일부 전기차는 예상보다 더 수명이 길다고 말한다.

던스턴의 닛산 리프가 그 사례다. 해당 모델에는 다른 많은 전기차에 흔히 장착된 정교한 액체 기반 배터리 냉각 시스템이 없다.

닛산이 최신 리프 모델에서 해당 문제를 개선했지만, 미국의 리서치 기업인 '님블핀스'에 따르면 초기 모델들은 매년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가 눈에 띄게 단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던스턴은 "나는 두 전기차 모두 100% 충전하고, 충전할 필요가 있을 때만 충전한다.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면서 주행거리 감소 가능성 등에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케리 던스턴과 검은색 닛산 '리프' 전기자동차
Kerry Dunstan
케리 던스턴은 중고로 산 전기차 성능이 기대한 만큼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전히 배터리 문제가 불안하여 중고 전기차를 망설이는 사람들을 위해 오스트리아의 '아빌루'사는 자신들이 해결책을 찾았다고 말한다.

아빌루의 패트릭 샤부스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우리는 SOH를 온전히 독립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었다"고 주장했다. 아빌루사는 현존하는 여러 배터리 분석 기업 중 하나로, 영국 주요 중고차 경매사인 '브리티시 카 옥션스')에 SOH 증명서를 제공한다.

아빌루사의 SOH 증명 서비스는 크게 두 종류다. 우선 프리미엄 테스트는 전기차 소유자가 안경 케이스 크기 만한 데이터 로깅 박스를 차량에 연결한 뒤 며칠간 배터리가 100%에서 10%가 될 때까지 차량을 사용하면서 배터리 성능을 모니터링하는 방식이다.

혹은 더 빠른 진단 서비스도 있다. 다른 종류의 데이터 로깅 박스를 사용해 차량 배터리 관리 소프트웨어에서 데이터를 추출한 후 컴퓨터 모델을 통해 분석하는 방식으로, 샤부스 CPO에 따르면 "차량을 몰지 않고도 2분 이내에 결과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아빌루에 따르면 프리미엄 테스트 진행 시 배터리 방전 시간을 면밀히 관찰하여 전류나 전압의 변동도 포착해낸다. 아울러 배터리 내 개별 셀의 SOH 등 추가적인 상세 정보도 알 수 있다.

아빌루의 마커스 버거 CEO에 따르면 이들의 분석 결과가 일부 차량의 자체 진단 시스템에서 산출된 SOH 수치와 "상당히" 차이 나는 경우도 있다.

버거 CEO는 "SOH가 80% 미만인 전기차도 여전히 좋은 차일 수 있다 … 단지 (적절한) 가격이 매겨져야 할 뿐"이라며 SOH가 80% 미만이면 배터리 성능이 크게 떨어졌다고 보는 기존 믿음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뉴질랜드의 어느 인프라 기업에서 지속가능성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루시 호크로프트는 약 3년 전 남편과 함께 중고로 닛산 리프를 구입했다. 당시 딜러는 SOH가 95%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1년 뒤, 별도로 검사를 받아보니, "수치가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고 한다.

"남편은 조금 놀라고, 걱정하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이 차는 1회 완전 충전 시 약 160km를 주행할 수 있다. 이 부부는 주로 10km 이내의 짧은 거리를 다니는 편이다. 루시는 주행거리가 약 400km나 되는 전기차를 소유한 친구들도 있다며, 그 정도면 "이상적인 경우"라고 했다.

한편 영국 첼트넘 소재 '클리블리 전기차'의 영업이사인 데이비드 스미스에게 상세한 배터리 상태 정보는 거래 성사의 핵심이다. 스미스 이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고객이 이 같은 정보를 요구한다고 한다.

해당 기업은 또 다른 배터리 분석 업체인 '클리어왓'의 SOH 보고서를 활용한다. 스미스 이사는 "매우 독립적인 보고서이다. 우리 같은 전기차 판매 업체들은 손댈 수 없다"면서 "고객이 이러한 보고서를 확인하면 10건 중 9건은 거래가 성사된다"고 했다.

또한 클리블리 전기차의 매트 클리블리 상무이사는 배터리 셀이나 모듈 교체도 가능하며, 이렇게 하면 전체 배터리를 새로 교체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덧붙였다.

루시 호크로프트와 흰색 닛산 '리프' 전기자동차
Lucy Hawcroft
루시 호크로프트는 전기차 배터리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놀랐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최상의 전기차 배터리 관리법은 무엇일까.

스탠퍼드 대학의 시모나 오노리 부교수는 "빈번한 급속 충전과 급속 충전을 전혀 하지 않는 것 사이 아마 적절한 지점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일부 소비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간 배터리 기술은 눈에 띄게 발전했다는 것이 영국의 시장조사기관 'CRU'의 배터리 비용 담당 책임자인 맥스 리드의 설명이다.

"구형 배터리는 500~1000회 충전 사이클을 견디는 수준이었으나, 최근 출시되는 일부 신형 전기차 셀은 1만 회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편 영국 도싯에 위치한 '세컨드 라이프 EV 배터리'의 폴 챈디는 원래 전기차에 사용되도록 디자인된 배터리는 성능이 떨어지더라도 여전히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했다.

일례로 그의 일부 고객들은 전기차에 사용되던 배터리를 사업장의 전기 저장 장치로 활용한다. 전기 지게차가 6대나 있어도 충전포트가 2~3대밖에 없는 경우 좋은 대안이 된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체 SOH 보고서를 내놓는 것에 대해 챈디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마무리했다.

BBC NEWS 코리아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