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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동맹국들, 가자 내 전쟁 범죄 증거 계속 쌓이고 있다

3일 전
식량배급소에 몰려든 가자 지구 여성들의 모습
Reuters

2년 전 하마스가 이스라엘 공격 계획을 마지막으로 점검하고 있을 당시,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들 팔레스타인인은 추후 관리해야 할 문제로 여기며 진정한 위협은 다름 아닌 이란이라고 강조했다.

당시에도 하마스를 향한 비판적인 발언을 줄인 것은 아니었으나, 네타냐후 총리는 카타르의 가자 지구 내 자금 지원을 허용하기도 했다. 이는 핵심 외교 과제인 이란과의 대립 및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기 위한 여유를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미국에서도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는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 협상이 성사 직전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결국 환상에 불과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어떻게 이토록 치명적인 공격을 감행할 수 있었는지를 규명하고자 자신과 이스라엘 군 및 정보 수뇌부의 실수를 조사할 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요구를 줄곧 거부하고 있다.

요르단강과 지중해 사이의 땅을 두고 유대인과 아랍인 사이에 벌어진 100여 년간의 갈등은 해결되지 못한 채 곪아가고 있었고, 결국 1948년과 1967년처럼 또 하나의 주요 전쟁으로 폭발했다.

10월 7일 이후 중동은 변했고, 2년 가까이 계속된 이번 전쟁은 이제 또 하나의 중대한 전환점에 접어들고 있다.

이번 전쟁은 언론인들에게도 보도하기 쉽지 않다.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에 기자들 또한 충격을 받았으며, 이후 이스라엘은 전 세계 기자들이 가자 지구에 출입해 자유롭게 보도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가자 지구 내에서는 팔레스타인 언론인들이 용감하게 보도 활동을 이어갔는데, 이 과정에서 약 200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핵심은 명확하다. 10월 7일, 하마스는 약 1200명(대부분 이스라엘 민간인이었다)의 목숨을 앗아가는 등 일련의 전쟁범죄를 저질렀다. 게다가 251명을 인질로 잡았는데, 이 중 아직도 억류되어 있는 생존자는 약 20명 정도로 추정된다.

그리고 이스라엘 또한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는 명확한 증거가 존재한다.

이스라엘이 저지른 일로는 가자 주민들을 굶주리게 만든 것, 가자 지구 내 군사 작전 중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여 수만 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목숨을 잃은 것, 이스라엘이 직면한 군사적 위험에 비해 지나치게 마을 전체를 무차별적으로 파괴한 행위 등이 있다.

이러한 전쟁범죄와 관련해 네타냐후 총리와 전직 국방장관은 국제형사재판소(ICC)로부터 체포 영장을 발부받은 상태이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이 무죄라고 주장한다.

이스라엘은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진행 중인 법적 절차에 대해서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ICJ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대상으로 집단학살을 자행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스라엘 측은 이 같은 혐의를 부인하는 한편 반유대주의적인 "부당한 비방"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이스라엘은 하나둘씩 친구를 잃어가고 있다.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 이후 이스라엘을 지지하던 국가들도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 벌이는 행동에 대해 점점 인내심을 잃고 있다.

이스라엘의 가장 중요한 동맹 중 하나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또한 네타냐후 총리가 시리아 새 정권을 겨냥해 다마스쿠스 폭격을 명령했다는 소식에 경악하며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의 다른 서방 동맹국들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비판적인 입장으로 돌아서고 있었다.

지난 21일 영국과 여러 유럽연합(EU) 국가,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일본의 외무장관들은 이스라엘의 행동을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또 한번 발표했다. 이들 국가는 가자 지구에서 민간인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이스라엘이 UN 및 주요 국제 구호 단체들의 검증된 방식을 대체하고자 설립한 '가자 인도주의 재단(GHF)' 의 비효율적이고 치명적인 구호 체계를 강하게 지적했다.

성명서는 "가자 지구 내 민간인들의 고통은 새로운 극한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이스라엘 정부의 구호물자 배급 시스템은 위험하며, 불안감을 조장하고, 주민들의 인간적 존엄성을 침해합니다. 우리는 구호물자를 소량씩 제한적으로만 전달하는 행위와 더불어 식수와 식량 같은 기본적인 생존을 위해 나선 민간인들, 특히 어린이들이 비인도적으로 살해당하는 현실을 규탄합니다. 구호 물자를 얻으려다 지금까지 8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살해된 것은 끔찍한 일입니다."

"민간인들이 생존 필수품에 제대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 이스라엘 정부의 행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스라엘은 국제 인도법상 의무를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데이르 알-발라의 무너진 건물들
Reuters
지난 21일 이스라엘군이 가자 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 지역에 대한 지상 작전을 개시하면서 주민들은 또다시 피난길에 올라야 했다

해당 공동 성명서에 이어,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은 하원에서 별도의 유사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집권 노동자 소속 의원들은 이조차도 충분하지 않다고 보는 듯하다. 이들은 강력한 발언은 강력한 행동과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 의원은 단호하게 행동하길 주저하는 영국 정부의 태도에 "분노"를 느낀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현재 노동당 의원들의 최우선 과제는 팔레스타인이 국가로 인정받는 것이다. 이미 대다수의 UN 회원국은 인정한 상태다. 영국과 프랑스는 공동으로 이를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현재로선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한편 며칠 내로 이스라엘의 크네세트(의회)는 올해 10월까지 이어지는 여름 휴회에 들어가게 된다. 다시 말해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 지구 휴전에 반대하는 연정 내 극우 세력으로터 당분간 불신임안 위협을 피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들이 연정 탈퇴를 시사하며 압박한 탓에 네타냐후 총리는 휴전 협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만약 향후 네타냐후 총리가 실각하게 된다면 10월 7일 사건에 대한 공식 조사가 시작되고, 장기화되고 있는 부정부패 의혹 재판 또한 빠르게 시작될 수도 있다.

휴전 가능성은 점점 더 높아지는 모양새다. 이는 가자 지구의 민간인들과 오랜 시간 억류된 하마스 인질들의 생존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그러나 갈등이 종식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번 전쟁은 그 어느 때보다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러나 휴전이 성사된다면 살상 대신 외교로 풀어갈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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