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네비게이션 검색 본문 바로가기

태국-캄보디아, 국경 분쟁 지역서 충돌…민간인 사망자 다수 발생

1일 전

태국 당국이 24일(현지시간) 국경 분쟁 지역에서 자국 군과 캄보디아 군이 충돌하며 민간인 최소 1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100년 이상 이어져 온 두 동남아시아 국가 간 분쟁이 더욱 격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태국 군은 사망 사건은 모두 자국 내 세 개 주에서 발생했으며, 대부분 민간인이라고 밝혔다. 또한 다수의 부상자도 보고되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측은 아직 자국의 사상자 발생 여부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

양측은 24일 아침 교전을 벌였으며, 서로가 먼저 발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태국 측은 캄보디아가 로켓포를 발사했다고 주장했고 태국 또한 캄보디아 측 군사 목표물을 향해 공습을 감행하며 상황은 빠르게 악화했다.

태국 당국은 캄보디아와의 국경을 전면 폐쇄했으며, 캄보디아는 태국이 "과도한 힘"을 사용했다고 비난하며 태국과의 외교 관계를 격하했다.

양국 모두 국경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를 요청했다. 태국 측은 민간인 4만 명을 더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시켰다.

캄보디아 국경과 가까운 태국 부리람주 반 단 지역 주민인 수티안 피웡찬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교전은) 정말 심각했다. 우리는 지금 대피 중"이라고 설명했다.

태국 당국은 수린, 우본 랏차타니, 스리사켓 지역에서 8세, 15세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11명과 군인 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해 태국과 캄보디아는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우선 태국 '국가안보위원회(NSC)'는 현지 시각으로 24일 오전 7시 30분경 캄보디아 군이 국경 인근 태국군을 정찰하고자 드론을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그 직후 로켓추친식수류탄으로 무장한 캄보디아 군인들이 국경 근처에 집결했고, 자국 군인들이 고함을 지르며 협상을 시도하려 했으나, 실패했다는 주장이다.

이어 NSC 대변인은 오전 7시 20분경에는 캄보디아 군이 발포하는 바람에 자국군도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태국 측은 캄보디아가 BM-21 다연장 로켓, 포탄 등의 중화기를 동원해 자국의 국경 지역 내 민가 및 병원, 주유소 등의 공공시설에 피해를 주었다고 비난했다.

반면 캄보디아 측은 오전 6시 30분경 태국군이 국경 근처 크메르-힌두 사원으로 진격해 군사 기지 주변에 철조망을 설치하며 이전 합의를 위반하며 충돌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캄보디아 국방부의 말리 소체아타 대변인은 이후 오전 7시경 태국군이 드론을 투입했고, 오전 8시 30분경에는 "공중을 향해" 발포했다고 덧붙였다.

'프놈펜 포스트'지는 소체아타 대변인의 발언을 인용해 이날 8시 46분경 태국군이 "선제적으로" 캄보디아군을 향해 발포한 탓에 캄보디아는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도했다.

이후 소체아타 대변인은 태국이 과도한 병력을 배치하고 중화기를 사용했으며, 캄보디아의 영토에서 공습을 감행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돌 이유는?

이번 분쟁의 기원은 프랑스의 캄보디아 점령 이후 양국 간 국경이 설정된 1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다 공식적으로 적대적인 관계에 접어든 시점은 2008년으로, 당시 캄보디아는 분쟁 지역에 있는 11세기 사원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고자 했다. 태국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후 수년간 양측은 간헐적으로 충돌했고, 이로 인해 양측의 군인과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했다.

최근 들어서는 올해 5월 캄보디아 군인 1명이 충돌 과정에서 숨지면서 또 한 번 긴장감이 높아졌다. 해당 사건으로 양국 관계는 10년 사이 최악의 수준으로 치달았다.

이에 지난 두 달간 양국은 각자 국경 제한 조치에 나섰다. 캄보디아는 태국산 과일 및 채소 수입을 금지하는 한편 전력 및 인터넷 서비스 수입도 중단했다.

아울러 최근 몇 주간 양국은 국경 지역의 병력을 증강해왔다.

향후 예상되는 상황은?

태국의 품탐 웨차야차이 총리대행은 양국 간의 분쟁이 여전히 "민감한" 상태이며, 국제법에 따라 신중히 해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의 훈 마넷 총리는 자국은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길 원하지만, "무력 공격에는 무력으로 대응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고 했다.

과거에도 심각한 교전 상황이 몇 차례 발생한 바 있으나, 비교적 빠르게 진정되었다.

현재도 이번 교전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작아 보이나, 양국 모두 이번 대치 상황을 진정시킬 힘과 자신감을 갖춘 지도력이 부족한 상태다.

전 독재자의 아들인 훈 마넷 총리는 아직 자신만의 권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다. 부친인 훈 센 전 총리는 자신의 민족주의적 이미지를 강화하고자 이번 갈등을 더 부추기려는 모양새다.

태국의 경우 또 다른 전직 독재자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지지하는 불안정한 연립 정부가 집권한 상태다.

탁신 전 총리는 원래 자신이 훈 센 일가와 개인적으로도 친밀한 관계라고 믿었다. 그러나 훈 센 전 총리가 사적인 대화를 유출하며 자신의 딸인 패통탄 친나왓 총리가 직무 정지를 당하게 되었고, 이에 배신감을 느끼는 상황이다.

추가 보도: 메이 티타라 (BBC News, 프놈펜)

BBC NEWS 코리아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