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인들, 이스라엘서 석방된 구금자들의 귀환 축하
지난 13일(현지시간) 점령지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서는 팔레스타인 수감자 및 구금자 수백 명이 이스라엘에서 풀려나 가족의 품에 안기면서 곳곳에서 눈물과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번 휴전 합의에 따라 살인이나 이스라엘인을 노린 치명적인 공격 등의 범죄로 인해 유죄 판결을 받은 뒤 이스라엘 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던 약 250명과 이스라엘이 기소 없이 구금해둔 가자 지구 출신 1700명도 석방되었다.
서안지구 라말라에서 적십자사의 버스에서 내린 이들은 대부분 전통 머리 장식인 쿠피야 차림으로, 창백하고 수척한 모습이었다. 일부는 걷기 힘들어했다.
이들은 합의에 따라 하마스가 생존 인질 20명과 숨진 인질 4명의 시신을 돌려주는 대가로 풀려났다.
지난 2005년 7월 체포된 뒤 살인 등의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아 이스라엘 법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고 줄곧 수감 중이었던 라시드 오마르(48)의 친척인 암로 압둘라(24)는 "그는 자유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암로는 "나는 평화를 원한다"면서 "점령이나 제한 없이 안전하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했다.
수감자 약 100명이 서안지구로 석방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 외 다수는 추방될 예정이며, 소수는 동예루살렘으로 풀려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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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방 절차에 앞서 이스라엘은 라말라에 도착한 수감자들을 둘러싸고 사람들이 몰려들어 하마스의 깃발을 흔들고 환영했던 과거의 모습이 재현되지 않길 바란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많은 인질 가족들이 이스라엘 군인으로부터 경고를 들었다면서, 언론과의 대화를 꺼렸다.
한편 가자지구에서는 칸유니스 나세르 병원을 중심으로 가족들이 모여 사랑하는 이와의 재회를 기다렸다. 이들을 맞이하고자 본관 옆에 야전 병원이 설치되었다.
이스라엘군이 검문소에서 체포한 아들을 데리러 왔다는 무함마드 하산 사이드 다우드(50)는 BBC에 "아름다운 기분이다. 기쁨과 행복으로 가득하다"고 했다.
"이는 국가적인 날입니다. 전쟁의 대가를 치러야 했고, 사람들이 순교하거나 부상당하고, 가자지구가 파괴되긴 하였으나 억류된 이들이 풀려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약 3개월간 구금되었다는 아들을 데리러 왔다는 칼릴 무함마드 압둘라흐만 알-카트루스는 "기쁨, 고통, 행복, 슬픔이 공존한다"고 했다.
"우리는 가족들의 석방을 기대하며 이곳에 모였습니다. 10시 정도에 도착하리라 생각했는데, 지금 12시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라말라에서는 석방을 앞두고 혹시 부상당한 수감자가 있을 경우에 대비하여 '팔레스타인 적신월사' 구급차들이 대기했다.
적신월사 소속 자원봉사 간호사인 이브라힘 이파니(23)는 "울음과 침묵이 가득하다. 가족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 "팔레스타인의 모든 사람들이 깊고 깊은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여러 의료진과 가족들은 라말라에서 석방된 수감자들이 석방 직전 며칠 동안 구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BBC는 이 같은 이스라엘 교도소 내 학대 의혹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지난달 이스라엘 최고법원은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에게 적절한 식량이 제공되지 않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BBC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 구치소에서 고문을 당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팔레스타인 수감자 모임'의 아야 슈레이트(26)는 "그들의 권리는 매우 심각하게 침해되었다"고 주장했다.
슈레이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년간 수감자들은 고의적인 굶주림과 질병에 노출되었다"고 했다.
"굶주림으로 인해 이들의 몸은 쇠약해졌으며, 구타도 당했습니다."
이어 슈레이트는 "그러나 오늘은 우리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반드시 자유가 온다는 희망을 품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인질 및 수감자 교환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주도한 이스라엘 남부 공격으로 촉발된 가자 전쟁 종식을 목표로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제시한 휴전 합의 1단계의 일환이다. 당시 약 1200명이 사망하고 251명이 인질로 끌려갔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은 군사 작전을 개시하였는데, 가자지구 내 하마스보건부에 따르면 지금껏 팔레스타인인 6만7682명이 사망했다.
휴전은 지난 10일 발효되었으며, 이제는 후속 단계에 대한 협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