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삶의 전부이자 영웅'…2년 만에 가족과 재회한 이스라엘 인질들
마탄 잔가우커(25)는 환하게 웃으며 어머니의 품에 안겼다.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영상 속 어머니는 "넌 내 삶 자체"라고 외치며 아들을 힘껏 껴안는다.
"내 목숨이자 내 영웅인 아들아, 어서 오렴."
마탄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주도한 공격 당시 납치된 뒤 가자 지구에 남아 있던 생존 인질 20명 중 하나로, 지난 2년간의 억류 끝에 13일 풀려났다.
그의 어머니 에이나브는 아들의 귀환을 위해 치열하게 투쟁했다. 인질 석방 촉구 운동의 대표적인 얼굴 중 하나가 된 어머니는 하마스와의 인질 교환을 추진하라며 이스라엘 정부에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주 에이나브는 딸을 데리고 텔아비브의 인질 광장에 모여 불꽃놀이를 벌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계획의 일환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합의 소식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13일, 해당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대형 스크린을 통해 마탄을 포함해 인질 20명이 이스라엘로 돌아와 가족들과 재회하는 모습을 보며 환호했다. 시민들은 이스라엘과 미국 국기를 흔들거나, 인질들의 사진이 그려져 있거나 혹은 '그들이 집으로 돌아온다'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마탄은 '니르 오즈'에서 약혼녀 일라나 그리체프스키와 함께 납치되었으나, 일라나는 약 한 달 뒤 휴전 합의에 따라 먼저 풀려났다.
2024년 12월 하마스는 인질로 붙잡은 마탄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영상 속 마탄은 자신을 비롯한 인질들이 피부 질환 및 식량·물·의약품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말한다.
13일 석방 직후 마탄과 먼저 영상통화를 한 에이나브는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전쟁이 끝났다. 이 전쟁이 끝났다"고 했다.
이후 마탄의 가족들은 "지옥 같은 2년의 시간 끝에 오늘 우리는 치유와 재활이라는 새로운 삶의 장을 시작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랑하는 이들과 재회한 다른 가족들도 비슷한 심경이었다.
에이탄 혼은 니르 오즈에서 납치되었다. 형인 이아이르는 올해 2월 휴전 기간 먼저 석방되었다. 에이탄의 가족들은 "서로를 보듬고 사랑하며, 그가 온전히 회복할 수 있도록 곁에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8월 하마스가 공개한 영상에서 무척 쇠약해진 모습으로 터널 속에 있던 에비야타르 데이비드(24)의 가족들은 "그가 돌아올 것임을 늘 믿었다"고 했다. 에비야타르는 '노바' 음악 축제 현장에서 납치되었다.
가족들은 성명을 통해 "2년간의 고통 끝에 그가 돌아왔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치유 여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생존 인질들은 가자지구 내 접선 장소에서 인질 교환의 중립적인 중재자 역할을 하는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에 의해 인도되었다.
이후 가자지구 경계선 근처에서 가족들과 재회한 뒤, 곧장 헬기를 타고 병원으로 날아가 신체적·정신적 치료를 받았다.

인질 20명이 풀려난 가운데 이스라엘 전역에서는 축하 행사가 벌어졌다. 인질들을 병원으로 이송하는 군용 헬기들이 상공을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은 하늘을 향해 손을 흔들며 기뻐했다.
2023년 11월 휴전 협정으로 풀려난 인질의 가족인 인바 골드스타인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남은 인질들도 석방되어)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슬픈 날들도 있겠지만 지금은 이 기분을 느끼고자 한다"고 했다.
인질 광장에 모인 10대 청소년 야르덴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인질들을 위해, 그들의 석방을 위해, 축하하기 위해 여기에 모였다. 오늘 모든 이스라엘 국민이 함께한다. 좌우 이념에 상관없이 모두가 인질들의 귀환을 축하하는 날"이라고 했다.

이렇듯 생존 인질들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으나, 억류 중 사망한 이들의 가족들의 기다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마스는 13일에는 시신 총 28구 중 4구만 인도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군 당국은 유가족에 알리기 전 신원 확인 및 법의학적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 언론이 공개한 휴전 합의문 사본에는 사망한 모든 인질의 유해가 현지 시각으로 13일 정오까지 인도되어야 한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하마스와 다른 팔레스타인 세력들이 해당 시간 내에 모든 유해를 찾아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하는 듯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한편 해당 합의에 따라 살인이나 이스라엘인을 노린 치명적인 공격 등의 범죄로 인해 유죄 판결을 받은 뒤 이스라엘 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던 약 250명과 이스라엘이 기소 없이 구금해둔 가자 지구 출신 1700명도 석방되었다.
이스라엘 군은 성명을 통해 하마스가 모든 유해를 반환하여 "합의를 제대로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탄의 가족은 "우리는 유가족 곁에 계속 서서 마지막 인질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싸울 것"이라면서 유해가 다 돌아오기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