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석방 위해 이스라엘로 향한 트럼프, '가자 전쟁은 끝났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합의에 따라 가자지구에서 인질들이 석방될 예정인 가운데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방문길에 오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쟁은 끝났다"고 말했다.
이날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휴전 약속은 유지될 것이며, "철거 현장" 같았던 가자지구에는 "평화 위원회"가 신속히 들어설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중재국 중 하나인 카타르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합의에 따라 하마스는 현지 시각으로 13일 정오까지 가자지구에 여전히 억류 중인 모든 인질을 풀어주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오후에는 종전을 목표로 열리는 국제 정상회담을 위해 이집트로 향할 예정이다.
이번 전쟁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주도한 이스라엘 남부 공격으로 촉발되었다. 당시 약 1200명이 숨지고 251명이 인질로 끌려갔다.
이에 이스라엘은 군사적 대응에 나섰고, 하마스 측 보건부에 따르면 이번 전쟁으로 어린이 1만8000여명을 포함하여 팔레스타인인 약 6만7000명이 숨졌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이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20개 조항 휴전 협상안 1단계에 합의하며 지난 10일 아침 가자지구는 휴전 상태에 돌입했다. 후속 단계들은 아직 협의 중이다.
남아 있는 이스라엘 인질 중 20명이 생존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번에 하마스는 사망한 인질 최대 28명의 시신도 인도할 예정이다.
이스라엘의 경우 가자 출신의 팔레스타인 수감자 약 250명과 구금자 1700명을 석방하게 되며,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구호물자도 늘어날 예정이다.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자국 측 생존 인질들이 자국 영토에 도착하는 즉시 구금자와 수감자를 석방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휴전 약속이 잘 지켜질 것이라고 믿느냐는 BBC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가 기뻐한다. 나는 이 상태가 지속되리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자신의 평화 중재 능력에 대해서는 "나는 전쟁 해결에 능하다. 평화를 이루는 일도 잘한다"고 했다.
가자지구 방문 가능성에 대해서는 "적어도 그 땅을 밟아보고 싶다"면서 앞으로 수십 년안에 가자지구는 "기적"을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따르면 가자지구는 곧 "정상화"될 것이며, 계획대로 '평화 위원회'가 "매우 신속하게" 설립되어 이 지역을 관할하게 된다.
지난 11일 텔아비브에서는 이스라엘인 시위대 수십만 명이 모여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했다.
가자지구의 통치 방식, 이스라엘의 철군 범위, 하마스의 무장해제 등 이번 휴전 합의의 후속 단계의 경우 합의가 쉽지 않아 보이는 세부 사항이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이스라엘에 도착해 크네세트(국회)에서 연설한 뒤, 이집트로 날아가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과 함께 샤름 엘-셰이크에서 정상회의를 공동 주재할 예정이다.
이집트 외무부는 이 자리에서 "가자지구 종전 문서" 서명식이 거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대통령을 포함해 20여 개국의 지도자가 참석할 예정이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집트의 초대를 받긴 하였으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도 나도 우리 국민을 공격하고, 계속해서 우리를 위협하고 제재하는 이들과 함께 있을 수 없기에" 거절하였다고 한다.
아락치 외무장관은 X를 통해 "이란은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을 끝내고, 점령군의 추방을 보장하는 모든 노력을 환영한다"고 했다.
이스라엘의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인질들이 돌아오면 자국 군이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건설한 지하 터널을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2일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들이 가자지구로 들어오기 시작했으며, 가자지구 경계 지역에는 수백 대가 추가로 대기 중이다. 가자 남부 칸유니스에 도착한 구호 차량 주변에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12일 앞서 진행된 BBC와의 인터뷰에서 '유니세프'의 제임스 엘더는 트럭 수십 대가 가자지구로 향했으나, 현재 수요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UN은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매일 구호 트럭 최소 600대가 유입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8월 UN 통합식량안보단계분류(IPC)는 가자시티 등 가자지구 지역 일부에 기근 발생을 공식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IPC의 이 같은 보고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하마스의 거짓말에 기반한" 주장이라고 비난했으며,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기구인 '코가트(COGAT)'는 해당 보고서가 "가자지구에서 진행된 광범위한 인도적 노력"을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자지구 북부 지역으로 돌아온 주민들은 폐허가 된 현장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집이 완전히 무너져 잔해만 남은 경우도 많았다. 구조대원들은 해당 지역에 미발견 불발탄이나 폭탄 등이 남아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호 단체들과 협력하는 팔레스타인 기관의 책임자인 암자드 알 샤와는 150만 명에 달하는 실향민들을 임시로 수용하기 위해서는 텐트 약 30만 개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편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최근 철수한 가자 지역 통제권을 재확립하고자 대원 약 7000명에게 동원령을 내렸다.
가자시티에서는 하마스 보안군과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가문 중 하나인 두그무쉬의 무장 세력 간 격렬한 충돌로 최소 27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의 대규모 군사 작전이 종료된 이후 발생한 가장 폭력적인 내부 충돌 중 하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