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금은 현명한 투자처일까?
글로벌 금 가격이 450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4월 이후 3분의 1 넘게 상승한 수치다. 투자자들은 정치적·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 더 안전한 투자처를 찾고 있다. 하지만 과연 금이 정말 안전한 피난처일까?
분석가들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이 내년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가격이 상승했다. 금리가 낮아지면 현금의 실질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금이 더 매력적인 투자처가 된다.
금은 올해 초 온스당 2600달러로 시작했으나 지정학적 긴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 금리 인하 기대감 등이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수요를 부채질했다.
금은 전통적으로 금융 위기가 발생하거나 불안정한 시기에 신뢰할 수 있고 실체가 있는 자산으로 여겨진다.
은과 백금 같은 다른 귀금속의 가격도 상승했다.
은 가격도 23일(현지시간) 온스당 71.49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5년 현재까지 은은 연초 대비 약 140% 상승했으며, 백금은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금을 크게 앞질렀다. 이는 강력한 수요와 공급 제약에 힘입은 결과다.
벨파스트 대학교 경제사학자 필립 플라이어스 박사는 "금융 시장이 폭락하면 정부와 개인 투자자를 포함한 많은 구매자가 금을 사기 위해 몰려드는 갑작스러운 '골드러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에 투자하는 모든 사람이 실제 금을 사는 것은 아니다.
일부 투자자들은 금으로 뒷받침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금융 상품에 자금을 투자한다.
세계금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지금까지 금 ETF에는 사상 최대인 770억 달러가량이 투자됐다.
플라이어스 박사는 "금이 '안전한' 투자라는 것이 위험이 전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지난 2020년 1월 코로나19가 발생하자 금값은 급등했지만, 그해 3월에는 다시 하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금은 경제적 불확실성 시기에 찾게 되는 투자로 명성을 얻고 있다. 이는 단지 금 자체의 가치 때문만이 아니라 역사와 다양한 문화 속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거래가 용이했기 때문이다.
고대 이집트의 투탕카멘 황금 가면부터 가나 아산테족의 황금 의자, 인도 파드마나바스와미 사원의 황금 왕좌까지 금은 역사적으로 종교적·상징적 중요성을 지니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금을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관 수단으로 여기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개인이 갖고 있는 금 장신구나 금 제품의 가치는 글로벌 금융 시장 변동에 크게 영향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규모 투자는 큰 금융 플레이어들의 움직임에 좌우될 수 있다.
플라이어스 박사는 최근 금값 상승과 관련해 "해당 상승분 중 많은 부분은 각국 중앙은행이 금을 매입하면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중앙은행들은 불확실한 시기에 주식 투자에서 벗어나 준비금을 보강하기 위해 금을 대량 매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금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플라이어스 박사는 "금값 상승을 기대하고 투기하는 것은 여전히 위험한 전략이다. 시장이 안정되고 정부 정책이 원상복구되면 사람들은 다시 금을 떠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금 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