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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잠시 뒤로, 지금은 협력?...23일 한일 정상회담, 과거사 청산 언급할까

1일 전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총리
NEWS1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23일부터 이틀 간 일본을 방문해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과거는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

지난 15일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일본과의 관계를 '선 미래지향적 파트너십 수립, 후 과거사 청산 문제 해결'의 자세로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이 대통령은 오는 23일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미국 워싱턴에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기 전 일본을 방문해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먼저 회담을 갖겠다는 계획이다.

한국 대통령 취임 후 한미 정상회담보다 한일 정상회담을 먼저 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일부는 이 대통령이 한일 협력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해석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공개한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기념 메시지에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언급을 일체 하지 않았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한일 관계를 중시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생각을 반영해 과거사 문제를 포함했던 초고를 수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용외교'를 강조해 온 이 대통령은 일본과의 외교관계에서 '투트랙 원칙'을 고수해왔다. 대일 관계에서 늘 논란이 되어온 과거사 청산 문제와 경제적 현안을 철저히 분리하겠다는 기조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비판을 하고 나서기도 했다. '역사 정의와 평화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공동행동'은 15일 성명을 통해 "'실용외교'라는 이름으로 식민지배의 불법성과 전쟁범죄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죄, 배상이라는 원칙조차 밝히지 않은 미래 지향은 공허하다"며 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의 논의 테이블에 과거사 청산 문제가 언급될지 주목된다.

'일본과 합의 뒤집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
Getty Images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 대통령은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 강제징용 배상 문제 관련 국가적 약속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한일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21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이재명 대통령과의 단독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한 언급을 하며 "국민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전 정권의 합의였지만, 국가적 약속은 존중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피해자와 유족의 감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시절 일제 강제징용 피해 배상 해법을 두고 "사실상 대일 항복 문서"라며 강하게 비판해왔다.

당시 그는 국회 최고위원회에서 "강제동원 배상안은 일본 입장에서는 최대의 승리이고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최악의 굴욕이자 수치"라며 "친일 매국정권이라고 해도 할 말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비추어봤을 때 일본과의 과거 합의를 존중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그의 입장에 변화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요미우리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을 "아주 중요한 존재"라고 규정하며 경제·안보·인적 교류 등 협력 확대 의지를 강조했다. 또 '셔틀 외교' 복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넘어선 "새로운 공동선언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본 과거사 문제, 이전 정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기미오 후시다 전 총리
Getty Images
윤석열 전임 정부는 일본 과거사 문제에 대해 언급을 회피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일 외교 정책 기조는 최근 두 정부와 사뭇 상반된 모습이다.

전임 윤석열 정부는 과거사 언급 자체를 피하는 것을 택했다. 윤 대통령은 작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식민지배나 일본을 향한 비판, 발전적 한일관계를 위한 요구 사항 등을 일절 포함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양국의 국민소득이나 수출격차 등을 언급하며 "한일 관계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윤 대통령은 또 재임 시절 "일본은 이미 수십 차례 걸쳐 우리에게 과거사 문제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표현한 바 있다"고 말한 바 있으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전 총리와의 회담을 마친 뒤에는 "양국이 과거사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으면 미래 협력을 위해 한 발자국도 내딛을 수 없다는 인식에서는 벗어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선 문재인 대통령은 현 이재명 정부와 동일한 '투트랙 노선'을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021년 3.1절 행사 기념사에서 "과거의 문제는 과거의 문제대로 해결해 나가면서 미래지향적인 발전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며 "유일한 장애물은 과거 문제를 미래의 문제와 뒤섞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피해자 중심주의'를 강조한 문 정부는 과거사 청산에 더 방점을 두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취임 첫 해인 2017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문제를 모두 언급하며 일본 측의 사과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피해자 명예회복과 보상, 진실규명, 재발방지 약속이 필요하다고도 밝혔다.

이재명 정부와 문재인 정부 모두 같은 '투트랙' 기조를 유지하되, 미래 협력과 과거사 청산 중 어느 쪽에 방점을 더 찍었냐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어떤 의제 논의될까

이재명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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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앞서 지난 17일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G7 정상회의장에서 이시바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15일 도쿄 일본 무도관에서 열린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서 "전쟁의 참화를 결단코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일본 총리로는 13년 만에 전쟁 반성을 언급했다.

이에 따라 다가올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두 정상이 과거사 해결에 공감대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구체적인 과거사 문제 해결 논의가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이 대통령의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엿볼 수 있듯 그의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방침에 따라 회담에서도 "(과거사) 문제에 너무 매몰"되지 않는 자세를 취할 것으로 일각에선 예상하고 있다.

다만 그가 일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과거사 문제의 본질이 "경제적 문제이기 전에 감정의 문제이므로 진심으로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이 중요하다. 배상의 문제는 오히려 부수적인 문제일 수 있다"며 "사과는 상대의 다친 마음이 치유될 때까지 진심으로 하는 게 옳다"고 지적했단 점에서 일본의 '진정한 사과'를 요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이시바 총리와 한일 협력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및 미국의 대중 제재 압박에 따른 산업 위기를 타파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한일 자유무역협정을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수준으로 체결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산업연구원은 이 체결이 이루어질 경우, 대일 수입이 단기간에 20% 이상 급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북핵 안보 문제에 대한 논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 미사일 고도화에 대한 한미일 3각 공조의 일관성을 양국이 확인하고, 확장억제에 대한 소통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한 이야기가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훈련, 정보공유 체계 등에 대한 구체적 논의도 이루어질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요미우리와의 인터뷰에서 대북정책에 대해 "대결정책보다는 평화적으로 공존하고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공동번영의 길을 찾아내야 한다"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대한민국에도 중요하지만 일본·중국·러시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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