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가능성을 지우겠다' 위협하는 이스라엘의 E1 정착촌 계획이란?

이스라엘 당국이 수십 년간 논란 속에서 중단되었던 약 3500가구 규모의 정착촌 건설안을 승인했다. 점령된 서안 지구와 동예루살렘을 사실상 단절시키는 계획이다.
이 계획을 추진한 극우 성향의 베자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가능성이 단순히 말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스모트리히 장관은 이른바 E1 계획이 "팔레스타인이라는 국가를 건설한다는 생각 자체를 묻어버릴 것"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E1 계획은 강력한 비판을 받아왔다. 심지어 이스라엘의 동맹국조차 노골적인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반박해왔다.
팔레스타인 외무부는 "집단학살, 강제 추방, 합병이라는 범죄의 연장선"이라고 지탄해왔다. 이 또한 이스라엘은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한다.
그렇다면 UN이 두 국가 해법 가능성을 완전히 뿌리 뽑을 수 있다고 경고한 E1 계획이란 무엇일까.
E1 정착촌 계획이란?

정착촌 문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가장 첨예한 쟁점 중 하나다.
E1 정착촌 계획은 1990년대 이츠하크 라빈 총리 시절 처음 제시되었으며, 초기에는 2500가구 규모로 구상되었다.
그러던 2004년, 상업시설과 관광시설을 포함한 약 4000가구 규모로 늘어났다.
2009~2020년에는 토지 몰수, 설계 계획, 도로 건설 등 새로운 개발 단계가 발표되었으나, 매번 국제 사회의 압력으로 실현되지 못하고 동결되었다.
그리고 이번에 발표한 계획은 동예루살렘과 기존 '마알레 아두맘' 정착촌 사이, 약 12㎢ 규모의 가장 민감한 지역에 3401가구 규모의 정착촌을 건설하자는 내용이다.
논란이 많은 이유는?

역사적으로 E1 지역 개발은 사실상 팔레스타인이라는 국가 수립 가능성을 차단하는 조치로 간주되었다.
그 이유는 E1 지역의 전략적 위치 때문이다. 이 지역은 예루살렘을 남쪽과 북쪽으로 가를 뿐만 아니라 라말라, 동예루살렘, 베들레헴을 잇는 팔레스타인 도시권의 형성 흐름도 방해한다.
서안 지구 정착촌 활동을 감시하는 이스라엘 단체인 '피스 나우'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계획대로 주택이 건설된다면 마알레 아두맘 정착촌은 현재보다 33% 확장된다. 현재 해당 정착촌의 인구는 약 3만8000명이다.
피스 나우는 계획이 실현될 경우 주거 지구와 주변 산업 지구가 연결되고, 서안 지구 내 넓은 지역에 대한 이스라엘의 통제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E1 정착촌 계획에 대한 최종 승인 심사는 오는 27일 기술 위원회에서 진행될 예정이나, 해당 위원회는 이미 모든 반대 의견을 기각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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졈령된 서안 지구란?

서안 지구는 이스라엘과 요르단강 사이 땅으로, 팔레스타인인 약 30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동예루살렘, 가자지구와 함께 '점령된 팔레스타인 영토'로 널리 알려진 지역의 일부이다.
서안 지구와 동예루살렘에는 유대인 약 70만 명이 거주하는 이스라엘 정착촌 약 160개가 자리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측은 줄곧 이 지역 내 이스라엘의 활동과 정착 등을 반대해왔다.
서안 지구 대부분은 이스라엘이 통제하고 있으나, 1990년대 이후부터는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PA)'라고도 알려진 팔레스타인 정부가 팔레스타인인들이 사는 도시와 마을 대부분을 관리하고 있다.
한편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이스라엘은 정당한 안보 조치라고 주장하며 서안 지구 내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압박을 한층 강화했다.
UN은 올해 6월에만 이스라엘 정착민에 의해 팔레스타인인 100명이 다쳤다면서, 이는 지난 20여 년간 서안 지구 내 팔레스타인인 부상자가 가장 많았던 달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정착민에 의해 팔레스타인인이 다치거나 이들의 재산이 피해를 입은 사건이 757건으로, 2024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
팔레스타인인들과 인권 단체들은 이스라엘 보안군이 점령군으로서 자국민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인들도 보호해야 한다는 국제 법상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2024년 '휴먼라이츠워치'는 보고서를 통해 이스라엘 점령군이 정착민들의 공격을 단순히 눈감아줄 뿐만 아니라 가담하기까지 한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점령지 내 정착촌 건설을 금지하는 제네바 협약이 이 지역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이스라엘의 여러 동맹국과 국제법 전문가들은 이를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점령된 서안 지구를 미래에 독립된 국가가 건설될 땅으로 간주하며, 모든 이스라엘 정착촌이 철수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독립된 국가 건설 권리를 인정하지 않으며, 서안 지구는 이스라엘인 고국의 일부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7월, UN 최고 법원인 '국제사법재판소(ICJ)'는 팔레스타인 점령지 내 이스라엘이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행위는 불법이며, 이스라엘은 정착민들을 철수시켜야 한다고 판결했다.
아울러 ICJ는 점령지 내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제한 조치는 "그중에서도 인종, 종교 또는 민족적 출신에 따른 체계적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법원이 "거짓 결정"을 내렸다고 비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성명을 통해 "유대인들은 자기 땅에서 점령자가 될 수 없다. 우리의 영원한 수도인 예루살렘에서도, 우리 조상들의 땅인 유대 사마리아(서안 지구를 가리킨다)에서도 그렇다"고 주장했다.

E1 계획에 대한 국제 사회의 반응은?
이번 계획 발표 이후, 스모트리히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허커비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의 지지에 감사하며, 서안 지구는 "야훼가 약속한 이스라엘에 내려준 분리할 수 없는 땅의 일부"라는 주장을 또 한 번 강조했다.
그러면서 네타냐후 총리 또한 서안 지구에 정착민 100만 명을 새롭게 이주시키는 자신의 계획을 지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팔레스타인 외무부는 E1 계획은 팔레스타인 영토 통합에 대한 공격이자 국가 설립 가능성 자체를 위협하는 조치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을 지리적으로, 인구학적으로 결속되지 못하게 하며, 서안 지구를 식민지적 확장에 둘러싸인 고립된 지역으로 몰아넣어 합병을 쉽게 하려는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E1 계획에 관해 "안정적인 서안 지구는 이스라엘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이 지역의 평화를 이루려는 이 행정부의 목표와도 부합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UN과 EU는 이스라엘에 E1 계획 진행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UN은 E1 지역에 정착촌을 건설할 경우 서안 지구가 남북으로 갈라져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가능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U의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카야 칼라스 고위대표는 이번 계획은 "국제법 위반이며 두 국가 해법론을 더욱 약화시킨다"고 비판했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은 해당 계획이 "미래의 팔레스타인 국가를 둘로 쪼개며, 노골적인 국제법 위반"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튀르키예 외무부 또한 이번 결정은 "국제법을 무시하는 행위"라면서 팔레스타인이라는 국가의 "영토 보전성"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이집트 측은 "명백한 국제법과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위반"이라고 덧붙였다.
요르단 외무부는 "1967년 6월 4일 국경을 기반으로,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한 독립적이고 주권적인 국가를 수립할 팔레스타인인들의 불가침 권리에 대한 공격"이라면서 반대했다.
한편 이스라엘 측의 이번 E1 계획은 프랑스와 캐나다 등 여러 국가가 올해 말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할 계획이라고 밝힌 직후 발표되었다.
현재 UN 193개 회원국 중 대부분인 147개국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공식적으로 인정한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 휴전에 동의하고 두 국가 해법 실현 가능성의 전망을 되살리는 등 특정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 한 영국 또한 오는 9월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새로운 E1 계획 발표 이후, 스모트리히 장관은 "인정하려는 국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모트리히 장관은 "오늘날 전 세계에서 누가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려 한다면, 우리는 문서나 결정, 성명 따위가 아닌 사실로 응답할 것이다. 집과 마을이라는 사실로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가 보도: 알라 다라흐메, 무한나드 투탄지 (BBC 아랍어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