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이 실제로 의미하는 바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의 역사적인 회담 이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국과 동맹국들은 "안보 보장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이미 작업 중"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 회담 이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평화 협정 체결 이후 우크라이나의 안정을 도울 준비가 된 국가들의 모임인 이른바 '의지의 연합' 화상 회의를 주재했다.
아울러 영국 정부는 미국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토니 라다킨 국방참모총장을 미 워싱턴에 파견했다.
분명히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안보 보장'이 실제로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흔히 사용되는 표현인 '지상군 투입'부터 러시아의 석유 수출 제한과 같은 경제적 제재까지 그 형태와 범위는 다양할 수 있다.
우선 우크라이나가 원하지만,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는 얻기 어려운 안보 보장은 무엇일까. 바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미 우크라이나의 가입 가능성을 일축했다. 게다가 NATO가 러시아와의 직접적인 무력 충돌에 휘말릴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지기에 슬로바키아처럼 조용히 우크라이나의 가입을 반대하는 기존 회원국들도 제법 있다.
확실히 우크라이나에는 평화 협정 체결 이후에도 러시아의 2차, 3차 침공을 방지하기 위한 강력한 안보 보장이 필요하다.
스타머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미래 평화 협정이 체결된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적인 보장을 위해 30여 개국을 모아 '의지의 연합'을 결성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 영공 순찰도 그럴듯한 선택지이다. 이는 미국이 참여하여 인근 폴란드나 루마니아의 기존 공군 기지에 전투기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단순한 상징적 제스처에 그치지 않으려면 명확하고 강력한 교전 규칙이 필요하다.
즉, 만약 러시아가 순항미사일로 우크라이나 도시를 공격하며 평화 협정을 위반할 시 조종사들에게 반격 권한이 있는지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
서방의 안보 보장이 필요한 또 다른 무대는 흑해다. 러시아 해군을 저지하고 오데사 같은 항구에 상업 선박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
육지에서는 상황이 더욱 복잡하다. 우크라이나는 광활한 영토를 지닌 국가로, 현재 최전선만 해도 1000km가 넘는다.
설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배치에 동의한다고 할지라도, 의지의 연합 국가들만으로는 국경을 지킬 병력을 마련하기 어렵다.
게다가 크렘린궁은 어떤 형태이든 우크라이나 내 NATO 군 주둔에 절대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은 주로 훈련, 정보, 물자 지원 분야에 집중해 우크라이나 군 재건을 돕고, 무기와 탄약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방식일 것이다.
한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으로 무엇을 받아들일지는 여전히 큰 물음표로 남아 있다. 온라인의 여러 논평가들은 러시아는 아예 이 문제에 개입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의지 연합에 속한 국가 중 우크라이나에 직접 군대를 파견하고 싶은 국가는 없다. 누구도 제3차 세계대전을 원하지 않는다.
주러시아 영국 육군무관 출신이자, 이번 분쟁의 모든 국면을 지켜본 존 포어맨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점령지에 대한 공식적 승인을 얻는 대가, 즉 사실상 우크라이나를 분할하는 대가로 미국의 안보 보장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
다만 NATO 군은 우크라이나에 발을 들이지 않으며, 우크라이나는 NATO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말이다. 중요한 건 의지의 연합은 결코 미국의 힘을 대신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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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적극적으로 나설까?
많은 군사 전문가들은 의지의 연합이 제공하는 '보장군'은 반드시 미국으로부터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난주 알래스카 정상회담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약속하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개입하긴 하겠으나, 우크라이나 내 지상군 파견은 없을 것이라 말한다.
우크라이나와 그 동맹국들이 이상적으로 미국으로부터 가장 원하는 것은 이 가상의 연합군을 미국이 지원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러시아가 평화 협정을 위반하고 우크라이나를 재공격할 경우 특히 공군력을 중심으로 군사적 힘을 투입해준다는 확고한 약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형태로든 미 공군 지원이 가능하다고 시사했으나, 종전 방안에 대한 입장도 수차례 바꾼 만큼 온전히 신뢰하기 힘든 상황이다.
유럽 주둔 미군 사령관 출신인 벤 호지스 장군은 자신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 보장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며 말 이상의 무언가를 제공할지" 회의적이라고 했다.
호지스 장군은 "유럽은 푸틴 대통령을 신뢰하지 않으며, 이 전쟁의 침략자가 누구인지 혼동하지 않는다"면서 "유럽은 침략자가 러시아라는 사실을 트럼프 대통령이 인정하지 못하거나 인정하려고 하지 않을지 우려한다. 푸틴은 강제로 해야 할 상황이 아니라면 절대 그 어떠한 합의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것이 바로 안보 보장이 지닌 본질적 모순이다. 안보 보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재공격하지 않을 만큼 충분히 강력하면서도 동시에 러시아의 동의 없이 지나치게 강력해져서 러시아가 반발하여 서방 자산을 겨냥하겠다고 위협하지 않아야 한다.
벤 월러스 전 영국 국방장관은 푸틴 대통령에 맞서기에는 서방 세계가 집단으로 단호하지 않았다고 본다.
"모두가 인정하거나 이에 대응하기 회피하는 현실이 있다. 푸틴은 살인을 멈출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이라는 월러스 전 장관은 "트럼프나 유럽, 혹은 둘 다가 나서 푸틴이 변하고 싶게 만들 무언가를 할 준비가 되지 않는 한 별다른 성과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영국 런던 소재 싱크탱크 'RUS'I의 에드워드 아놀드 유럽안보 담당 선임연구원 은 의지의 연합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서도 유연하고 건설적인 방식으로 트럼프와 소통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하는 데는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단단한 군사 구성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열망에 불과하다. 향후 몇 달이 이 연합의 결의와 정치적 위험 감수 능력을 진정으로 시험할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경고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