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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서 열린 우크라이나 회담의 핵심 포인트는?

2일 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자국 전쟁 종식을 목표로 한 새로운 대화를 위해 18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을 다시 찾았다.

며칠 전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이 휴전 합의 없이 끝난 가운데 여러 유럽 정상들도 이번 회담에 참석하고자 일정을 조정해 워싱턴으로 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적인 발언과 유럽 측의 다소 미온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당일(18일) 저녁까지 안보 보장이나 평화 협정을 향한 구체적인 약속은 나오지 않았다.

이번 회담의 주요 포인트를 살펴보았다.

푸틴-젤렌스키 회담 성사되나?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을 통해 러-우 정상회담을 주선하고자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정의 장소에서 러-우 양자회담이 열린 뒤, 자신이 참여해 3자회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푸틴 대통령 측 보좌관은 당일(18일) 트럼프와 푸틴 대통령이 40분간 전화 통화했다고 전했다.

한편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유럽 정상들 간 회담 시작 전, 트럼프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이 대화가 켜져 있던 마이크에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을 향해 "내 생각에 그는 거래를 원한다. 그는 나를 위해 거래하길 원하는 것 같다. 무슨 말인지 알죠? 말도 안 되게 들리겠지만요"라고 말한다. 이는 푸틴 대통령을 가리키는 발언으로 보인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두 철천지원수가 최초로 협상 테이블에서 얼굴을 맞대게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지난 몇 달간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만나고자 추진해오긴 했으나, 이는 푸틴 대통령이 이러한 양자 회담에 관심이 없다는 판단 아래 러시아는 진지하게 평화를 추구할 마음이 없다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크렘린궁은 러-우 양자 회담 가능성을 여러 차례 일축해왔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보좌관이 18일 밤 전한 모호한 성명에서도 러시아 당국은 자국과 우크라이나 협상 대표단의 "격을 격상할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이 "가치 있다"는 정도로만 언급했다.

'휴전 먼저'에서 물러난 트럼프에 반발하는 유럽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협상 전 우선 휴전부터 해야 한다는 요구를 일축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휴전은 줄곧 우크라이나의 핵심 요구사항 중 하나였다. 러시아와의 추가 협상을 하고 궁극적으로 장기적인 합의를 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전투 중단을 요구해왔다.

휴전은 족히 수개월은 걸릴 평화 협정보다 합의가 조금은 더 쉬울 수 있다. 물론 그 기간에도 러시아의 공격이 계속될 가능성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에 대해 "꼭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유럽 지도자들은 이에 반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의 반발이 가장 거셌다.

메르츠 총리는 "휴전 없이 다음 회담이 열리리라 상상하기 어렵다"면서 "그렇기에 이 부분에 집중하고, 러시아에 압력을 가하자"고 주장했다.

한편 이에 대한 발언 기회가 주어지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과거와 달리 휴전 요구를 재차 강조하지 않았다.

트럼프, 안보 보장 시사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미국은 이번 전쟁을 끝내기 위한 합의에서 미국은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지원 범위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지상군 파견은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우크라이나를 위한 미국의 안보 보장에 미군 파병도 포함될 수 있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이 "1번 방어선"이라고 말하면서도 "우리는 관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우리는 그들에게 좋은 보호를 제공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는 러시아와의 어떤 합의에서든 필수적으로 여겨지는 안보 보장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가장 단호한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알래스카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이 평화 합의의 일환으로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안보 보장을 제공하는 데 동의했다고도 설명했다.

한편 18일 회담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안보 보장의 일환으로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900억달러(약 130조원) 규모의 무기 거래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항공 시스템, 미사일 방어 체계 등 우크라이나에 없는 미국산 무기와 "공개하지 않을 기타 장비"가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미국이 우크라이나산 드론을 구매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자국 내 드론 생산을 지원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아울러 젤렌스키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 관련 세부 사항이 아마도 10일 이내에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왼쪽부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EU 집행위원장), 키어 스타머(영국 총리), 알렉산더 스투브(핀란드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프랑스 대통령), 조르지아 멜로니(이탈리아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독일 총리), 마르크 뤼터(NATO 사무총장)
Reuters
유럽 지도자들도 지난 15일 백악관을 방문해 전쟁 종식 해법을 논의했다

호감을 사기 위한 젤렌스키의 노력

올해 2월 백악관 방문 당시 벌어진 험악했던 분위기 탓인지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의 시작 후 몇 분 만에 6번이나 '감사하다'고 말하는 등 미국 측 인사들의 호감을 살 수 있도록 상당히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지난번 백악관 방문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고마워하지 않는다며 JD 밴스 부통령에게 지적을 받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번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정말 차려입었네요"라며 비꼬았던, 자신이 기존에 고수하던 군복 대신 어두운 정장을 선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검은 양복을 입은  모습과 올해 2월 군복을 입은 모습
Getty Images
다시 백악관을 찾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분위기는 물론 복장까지도 올해 2월 회담 때와는 매우 달랐다

아울러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담 내내 가족적 유대감도 강조하고자 애쓰는 모습이었다.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가 미 영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에게 쓴 서한도 전달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건 대통령님이 아닌 부인께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다른 유럽 지도자들도 다자회담을 앞두고 자신들을 모이게 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칭찬을 퍼붓는 전략을 택했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당신의 지도력에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했다.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전에는 러시아가 평화를 향해 나아가려는 신호가 없었으나, 트럼프 덕분에 "무언가 바뀌었다"고 했다.

그러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유럽 지도자들은 자신들도 미래에 벌어질 수 있는 러시아 공격에 노출되어 있다는 우려를 분명히 전달하고자 애썼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엄숙한 어조로 정상들을 향해 "우리가 안보 보장을 논의할 때는 유럽 대륙의 안전 문제도 함께 논의하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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