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네비게이션 검색 본문 바로가기

텔레그램, 정부에 사용자 데이터 일부 제공하기로

2024.09.24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CEO
Reuters

메시징 앱 텔레그램이 관계 당국이 수색 영장이나 다른 유효한 법적 요청을 할 경우 사용자의 IP 주소와 전화번호를 넘기겠다고 밝혔다.

파벨 두로프(39)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3일 텔레그램 게시물을 통해 서비스 약관 및 개인정보 보호정책 변경에 따라 "범죄자들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텔레그램 사용자의 99.999%는 범죄와 관련이 없지만, 불법 활동에 연루된 0.001%가 플랫폼 전체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만듦으로써 10억 명에 가까운 사용자들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발표는 러시아 출신으로 텔레그램을 공동 창업한 두로프에게 있어 중요한 전환이다. 지난달 두로프는 프랑스 정부에 의해 파리 북부 공항에서 구금됐다.

며칠 후, 프랑스 검찰은 두로프를 플랫폼 내 범죄 행위를 조장했다는 혐의로 예비기소했다. 그에게는 아동 학대 이미지 유포와 마약 밀매에 공모한 혐의도 적용됐다. 또 법 집행에 응하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두로프는 이러한 혐의를 부인했으며, 체포 직후에는 플랫폼에서 제3자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 자신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놀라운" 일이고 또 "잘못된" 것이라며 정부를 비난했다.

비평가들은 텔레그램이 가짜 정보와 아동 음란물, 테러 관련 콘텐츠의 온상이 된 이유가 최대 20만 명이 참여할 수 있는 그룹 기능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비교하자면, 메타가 소유한 왓츠앱의 경우 그룹 규모가 1000명으로 제한된다.

텔레그램은 지난달 영국 여러 도시에서 일어난 폭력 사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극우 채널을 호스팅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이번 주 초,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위협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국가 발급 기기 내 앱 사용을 금지했다.

두로프 CEO가 체포되면서 인터넷에서는 표현의 자유 보호에 대한 논쟁이 촉발됐다.

토론토대 시티즌랩 선임 연구원인 존 스콧-레일튼은 두로프가 구금된 이후 많은 사람들이 텔레그램이 정말로 정치적 반체제 인사들에게 안전한 장소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스콧-레일튼 연구원은 텔레그램의 이번 정책 변경으로 인해 많은 커뮤니티에서 더 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는 "텔레그램은 정부 요구에 저항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마케팅으로 러시아나 벨라루스, 중동 같은 지역에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안전하게 공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끌어들였다"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들이 한 가지 기본적인 의문을 갖고 텔레그램의 발표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이것이 텔레그램이 억압적인 정권과 협력하기 시작한다는 의미인가라는 거죠."

그러면서 그는 텔레그램이 향후 억압적인 정권의 요구에 어떤 방식으로 응할지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이버보안 전문가들은 텔레그램이 이전에 일부 그룹을 삭제한 적이 있지만, 경쟁 구도에 있는 소셜미디어 회사나 메신저 앱에 비해 극단적이고 불법적인 콘텐츠를 중재하는 시스템이 훨씬 약하다고 지적한다.

404미디어에 따르면 텔레그램은 최근 정책 확대 이전까지 테러 용의자에 대한 정보만 제공해왔다.

지난 23일 두로프 CEO는 텔레그램에 "전담 중재팀"이 존재하며, 이 팀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검색 결과에서 문제가 되는 콘텐츠를 숨긴다고 밝혔다.

하지만 스탠퍼드대 '인터넷과 사회 센터'의 다프네 켈러는 이러한 유형의 콘텐츠를 단지 찾기 어렵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프랑스 또는 유럽 법률에 따른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켈러는 "텔레그램 직원들이 봤을 때 불법임을 합리적으로 확신할 수 있는 모든 자료는 완전히 삭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텔레그램이 일부 국가에서 아동 성 착취물과 같은 특정 부류의 심각한 불법 콘텐츠에 대해서도 당국에 통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켈러는 텔레그램의 변화가 신원과 대화 내용 등 수사 대상에 대한 정보를 원하는 정부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법 집행 기관이 원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약속처럼 들린다"고 했다.

BBC NEWS 코리아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