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한, 한미정상회담 지켜 본 경주 시민들의 반응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이틀 앞둔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국빈으로 맞은 경주는 긴장과 활기를 띠었다.
앞서 일본을 방문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조현 외교부 장관 등과 인사를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용 헬기 마린원에 탑승해 경주에 도착한 후, 도심에는 많은 경찰들이 동원돼 교통을 통제했다.
특히 한미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국립박물관 주변과 인근 동선은 교통이 엄격하게 통제됐는데, 취재진이 탄 택시도 박물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정차했다.
경주에서 40년째 택시 운전을 하고 있다는 70대 김현수 씨는 "(한미) 회담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라며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최대한 (관세를) 적게 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의는 몇 달 간 지체된 무역 협상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한국은 지난 7월 상호 관세와 자동차 품목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춰 적용받고 3500억달러(약 500조원)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를 봤지만, 전액 현금 직접 투자를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투자와 수익 배분 방식 등을 두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며 최종 타결이 미뤄져왔다.
박물관에 트럼프 대통령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자동차 행렬이 들어간 후, 수십 명의 시위대가 "트럼프 물러가라", "노 트럼프(No Trump)"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박물관 쪽으로 향했다. 미신고 집회였던 만큼 경찰은 몇 번의 경고 후 사람들을 끌어내면서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자주독립 대학생 시국 농성 단체 소속으로 대전에서 온 20대 이해천 씨는 "트럼프 대통령은 조지아에서 임산부를 포함해 317명의 한국인 노동자들을 불법 체포했다"라며 "미국을 동맹국으로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에 3500억달러를 투자하는 건 모욕적인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동맹이라면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라며 "트럼프는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를 빌미로 깡패처럼 굴었다. 이걸 어떻게 우방국이라 볼 수 있겠나"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도심 곳곳에서 APEC 반대 국제민중행동 조직위원회 등 여러 단체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비판하는 시위가 열렸다.
반면 회담장에서 차로 5분 정도 떨어진 봉황대 공원 인근에서는 수백 명이 모여 트럼프 대통령을 환영했다. 다만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한 의견보다는 반중 구호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비판, 그리고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구호와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다.
김 씨도 이 대통령의 반중 성향을 지적하며 "이런 점 때문에 (미국의) 한국에 대한 관세가 더 심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대통령이 잘 해서 미국에 잘 보이고, (한미가) 친하게 지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경주 토박이로 수십 년간 보문 단지 호텔 업계에서 일한 60대 조현철 씨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강압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예전에 우리가 생각했던 미국이 가졌던 선진국이자 동맹국 이미지가 많이 퇴색된 것 같다"라고 했다.
하지만 경주에서 벌어지는 집회들에 대해서는 "반미(집회)나 반중(집회)이나 비슷한 것 같다"라면서 "극우나 극좌 유튜버들이 자기 이득을 취하기 위해 선동하는 것 같다. 이들이 국가 이익을 생각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이날 한미 회담 후 대미 투자액 3500억달러 중 2000억달러를 현금 투자하되 연간 한도 200억달러 제한을 두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상호관세와 달리 25%를 유지하던 자동차 품목 관세도 이르면 11월 1일부터 15%로 조정될 예정이다.
추가보도: 최정민, 최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