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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국 오기 직전 미사일 발사 공개한 북한…어떤 메시지 담겨 있나?

4시간 전
북한이 28일 서해상에서 전략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고 29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EPA/Shutterstock

북한이 서해상에서 전략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고 29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6년 만에 한국에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국 직전에 미사일 발사 사실을 공개한 것이다. 미사일 발사는 전날인 28일에 이뤄졌다.

특히 노동신문과 같은 대내 매체에는 관련 내용이 실리지 않았다. 이번 공개가 다분히 대외 메시지를 담고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이날 오전 일본 도쿄를 출발한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 11시 32분 한국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을까?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나고 싶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긍정적 신호일까, 아니면 관심 없다는 거절의 표현일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사나에 타카이치 일본 총리가 요코스카에 있는 미 해군 요코스카 기지를 방문했다
Reuter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요코스카에 있는 미 해군 기지를 방문해 미일 동맹을 과시했다

미일 동맹 과시할 때 미사일 발사

조선중앙통신 보도와 한국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이 28일 발사한 전략순항미사일은 7800여초(130분)간 비행했다.

이는 사거리 1500km 수준으로, 서해상에서 발사하면 일본 열도와 중국 모두 사정권에 들어간다.

흥미로운 점은 미사일이 오후 3시쯤 발사됐는데 이때가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미일 동맹을 과시하던 순간과 정확하게 겹친다는 사실이다.

미일 정상은 당시 미 대통령 전용 헬기인 '마린원'에 동승해 요코스카 미 해군 기지로 날아갔으며 미국의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에 함께 올랐다.

이를 두고 일본 언론들은 미일 정상 간 '신뢰 구축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트럼프에 주는 선물?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수차례 '러브콜'을 보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면서 북한을 "일종의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라고 언급했고 26일에는 "대북제재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도 했다. 27일에는 아시아 순방 일정을 늘리거나 직접 북한에 갈 수 있다는 식의 발언까지 나왔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은 전략미사일 발사로 화답했다.

그러자 '북한의 핵무력 강화 의지만 재확인한 꼴이다', '북미 정상 간 만남 가능성이 낮아졌다' 등의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말 단순한 거절 의사일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김진무 전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BBC에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선물을 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바로 노벨평화상이다.

극적인 장면을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사일 발사'로 위기 국면을 조성을 한 뒤 진일보한 협상 또는 폭발적인 전기를 만든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노벨평화상을 손에 쥘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트럼프가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획기적인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욕심이 있다"며 "지금 이렇게 순순히 북미 회동이 이뤄진다면 극적 연출도 없고 의미있는 결과도 도출할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트럼프는 김정은과 만나서 북핵 문제에 대한 물꼬를 트는 계기를 만들고 그것이 점점 발전될 때 노벨평화상 수상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김정은 역시 트럼프를 서포트하는 것을 포함해 북한에게도 의미있는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도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 30일 한국 판문점의 남북 비무장지대(DMZ)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는 장면
Reuter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9년 6월 30일 한국 판문점의 남북 비무장지대(DMZ)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났다

노리는 것은 결국 노벨 평화상?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도대체 왜 김정은 위원장에게 자꾸 만나자고 하는 것일까?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정상외교를 재가동하고 싶어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정치적인 이벤트로써 이게 트럼프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트럼프 본인이 어떤 피스 메이커 역할을 해서 결국 노벨 평화상을 받게 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사실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에도 본인이 국제 분쟁을 종식시키는 어떤 역할을 하겠다고 여러 번 피력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북아 지역에서 가장 핫플레이스라고 할 수 있는 한반도에서 평화를 구현하고 미북간 관계도 정상화하고 북핵 문제까지 해결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라면서 "일단 만나야 물꼬를 틀 수 있으니 그래서 자꾸 만나자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역시 트럼프가 '피스 메이커'를 자처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그는 "트럼프 본인이 세계 분쟁의 해결사가 되고 싶은 욕망이 매우 강하다"며 "최근 트럼프가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것도 태국-캄보디아 평화협정 중재가 가장 큰 목적"이라고 했다.

이어 "이제 마지막 남은 퍼즐이 바로 김정은과의 북핵 문제 해결"이라면서 "완전히 해결되지 않더라도 큰 안보 문제를 해결했다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에 노벨 평화상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연구위원은 다만 "이번에 북미 정상이 만난다 하더라도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든, 만남 자체만으로 끝나는 정치적 이벤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지금 비핵화를 강요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정치적 이벤트로써는 김정은에게도 남는 장사"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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