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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중 회담 앞두고 잇달아 희토류 협정 체결 … 효과 있을까?

1일 전
태국과 미국 간 체결한 양해각서(MOU) 사본을 들어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
Getty Images
지난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태국과 미국 간 체결한 양해각서(MOU)를 들어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

아시아 순방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이 장기간 장악해 온 희토류 공급을 확보하기 위한 일련의 협정에 잇달아 서명했다.

미국이 이번에 일본,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과 체결한 협정은 규모와 내용 면에서는 각각 다르며, 실질적인 효과를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다만 모두 전기차부터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첨단 제조업에서 필수적인 희토류에 대한 접근 경로를 다각화하려는 노력을 담고 있다.

이 협정들은 파트너국들을 미국과의 거래에 묶어두는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중 의존도를 낮추려는 명백한 의도로 해석된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러한 협정으로 희토류 산업에 대한 중국의 독점적 영향력에 도전할 수는 있으나, 그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의 싱크탱크 '채텀하우스,' '환경 및 사회 센터'의 패트릭 슈뢰더 선임연구원은 이번 주 사설을 통해 "호주, 미국, 유럽 등에서 새로운 (희토류) 광산, 정제 시설, 가공 공장 등을 건설하는 것은 (중국과 비교했을 때) 자본도 더 많이 필요하고, 더 엄격한 환경 규제의 영향을 받으며, 인건비와 에너지 비용도 더 많이 든다"고 지적했다.

앞서 일본이 약속한 5500억달러(약 788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금에 이번 희토류 협정이 포함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예정된 일본 방문 중 현지 기업들과 이러한 세부 사항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찌 되었든, 이러한 협정은 미-중 경쟁 관계의 중요한 전환점이다.

중국은 글로벌 희토류 가공 분야를 사실상 통제하고 있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시 주석 측의 강력한 카드가 되었다.

미-중 양국이 관세부터 틱톡 미국 사업부 매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안에 대해 합의하고자 노력하는 가운데 최근 중국은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이로 인해 미국, 유럽, 아시아의 제조 기업 모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는 불안정한 미-중 관계 속 글로벌 공급망이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아시아 순방 전부터 호주와 85억달러 규모의 관련 협정을 체결하며 중국 외 지역에서 희토류 가공 역량 강화를 위한 공동 투자 및 협력을 약속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백악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으로부터 약 1년 후면 우리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곤란할 정도로 막대한 양의 핵심 광물과 희토류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그리고 그 가격은 2달러에 불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급이 급증하며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물론 이러한 시기와 가격 전망은 실현 가능성이 낮지만, 호주는 희토류 확보를 위한 미국의 중요한 파트너이다.

미국 소재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그레이슬린 바스카란, 케사린 호르바스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호주는 주기율표 전체가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반짝이는 곳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광범위하고 풍부한 광물 자원을 자랑한다"고 평가했다.

호주 광물 업체인 '일루카 리소시스' 등 이미 여러 기업이 정제 시설을 건설 중인 가운데, 일루카 리소시스 측은 올해 초 BBC와의 인터뷰에서 정부 지원 없이는 재정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28일 도쿄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이후 서명식에 참여한 다카이치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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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일본 총리

28일 도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서명한 주요 광물 및 희토류 협정에는 양국이 희토류 공급 및 생산을 증대한다는 내용과 함께 희토류에 대한 공동 투자 및 비축 관련 계획, 공급 충격 관리를 위한 '신속 대응 그룹' 구성 방안도 포함되어 있다.

동남아시아 소규모 경제국들과의 협정에도 세부사항이 다소 부족하다.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모두 미국의 희토류 접근성을 확대하고, 중국 기업보다 미국 기업에 더 유리한 수출 규정을 마련하는 데 합의했다. 또한 미국으로의 수출을 차단하지 않으며, 비중국 기업의 현지 가공 및 투자를 장려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다만 말레이시아 및 태국과의 협정은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MOU) 형태이다. 향후 정치적 변화 속에서도 이러한 협정이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편 아직 해결되지 않은 또 하나의 큰 과제는 규제이다. 희토류 개발은 잠재적인 환경적 영향을 고려해야만 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희토류 산업은 단순히 채굴을 넘어 가공 과정에서도 환경 피해를 초래한다. 추출하고, 침출하고, 열분해하고, 정제하는 과정 전반에서 방사성 부산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이미 이러한 환경 피해 사례가 다수 보고된 바 있으며, 이로 인해 다른 국가들은 이 산업에 쉽게 뛰어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중국을 제외한 세계 최대의 희토류 공급업체는 호주의 '리나스 레어 어스' 로, 해당 기업은 정제 공정의 일부를 말레이시아에서 하고 있으나, 몇 년간 여러 규제 장벽에 부딪혀왔다.

일본과 호주 같은 지역 강국들을 투자 협정으로 묶음으로써 미국은 잠재적으로 희토류 공급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30일 많은 것이 걸린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좀더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중국이 여전히 희토류 가공 분야의 약 70%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따라잡으려면 막대한 자본, 강력한 환경 법, 기술적 전문성이 필요하다. 하나의 가공 공장을 설계하고 제대로 가동하기까지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호주에서는 오랫동안 희토류 생산 확대를 진지하게 논의해왔으나, 아직도 공장은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이 지역의 조용한 관찰자가 아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이 중국과의 무역은 일본을 포함한 대부분 아시아 국가에게 중요하다. 따라서 미국은 다른 국가들, 특히 동남아시아에서 중국이 행사하는 영향력을 간과할 수 없다.

희토류 공급망은 분명 다각화되고 변해야 한다. 협력과 투자에 대한 약속은 시작일 뿐, 앞으로의 길은 길고도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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