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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핵추진 잠수함 경쟁 본격화?...이 대통령이 '핵잠 카드' 꺼낸 이유

1일 전
이재명 한국 대통령이 29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EPA/Shutterstock
29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한국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가졌다

이재명 한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우리가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 대통령은 29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전에 충분히 자세한 설명을 하지 못해 약간의 오해가 있으신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우리가 핵무기를 적재한 잠수함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디젤 잠수함은 잠항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북한이나 중국 측 잠수함에 대한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연료 공급을 허용해 주시면 저희가 저희 기술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해 한반도 해역의 방어 활동을 하면 미군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한국 대통령이 29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EPA/Shutterstock
이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우리가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 직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를 넘겨받아 발언을 이어갔지만, 핵잠수함 연료 공급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여러분이 공식적으로 전쟁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겠다"고 했다.

그는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도 열심히 노력해서 모든 것들이 다 잘 해결될 수 있게 하겠다"며 "인내가 좀 필요한 때라고 보지만 결과적으로는 좋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한국은 미국과의 원자력 협정으로 인해 핵연료 재처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문제와 관련해 "이미 지지해 주신 것으로 이해하지만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나 우라늄 농축 부문에서도 실질적 협의가 진척되도록 지시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국군의 잠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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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권에서는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사진은 한국군의 잠수함

한국의 오랜 숙원 '핵잠'

핵추진잠수함(핵잠수함)은 원자력 원자로를 사용해 연료 보급 없이도 오랜 기간 바다 속에 머물 수 있다. 디젤 잠수함보다 작전 기간이 훨씬 길고, 소음도 적기 때문에 적에게 노출될 위험도 낮다.

특히 핵잠에 핵탄두를 탑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운용할 경우, 바다 속에서 은밀하게 돌아다니는 핵무기로 상당한 위력을 가지게 된다. 핵잠수함이 현대전의 핵심 무기로 꼽히는 이유다.

이처럼 핵잠수함은 은밀성과 장기 작전 능력 덕분에 각국의 전략 자산으로 분류되며, 국방 예산에서 우선순위를 차지한다.

한국 정치권에서는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선 후보들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이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을 통해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2020년에도 미국 측에 한국의 핵잠수함 개발 필요성과 계획을 설명하고, 이를 위한 핵연료(저농축 우라늄)를 미국에서 공급받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 하지만 당시 한국 정부는 핵 비확산 원칙을 내세운 미국을 설득하지 못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12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지원을 요청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겠다"는 목표를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로이터·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코리아타임스 등 3개 영문 언론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핵추진 잠수함은 한국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며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위해 미국의 외교적·기술적 지원을 얻어내겠다고 말했다.

북한이 공개한 전술핵공격잠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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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2023년 수중에서 핵 공격이 가능한 전술핵공격잠수함을 건조했다고 주장했다

북한 핵잠 건조 주력

북한은 오래전부터 핵잠수함 건조를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 3월 북한은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를 공식적으로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러시아가 북한에 2~3개의 핵잠수함 모듈을 제공했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진영승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후보자 시절인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실의 질의에 "최근 러·북 군사협력 강화는 북한에 원자력잠수함 기술 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관련 동향을 주시 중"이라고 밝혔다.

아직까지 사실 여부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러시아의 핵잠수함 기술 이전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북한의 해상 전력 강화와 동북아 안보 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BBC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모듈을 통째로 이전해 왔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북한의 기술자들이 러시아에 건너가 핵잠수함 모듈을 연구하고 베끼는 작업은 충분히 할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북한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속도는 매우 빨라지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이 핵잠수함을 보유하게 될 경우 북한은 핵잠을 보유한 군사 7대 강국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핵잠수함을 보유·운용하는 국가는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인도 등 6개국뿐이다. 여기에 미국·영국과 함께 오커스(AUKUS) 안보 동맹을 맺은 호주가 추가로 미국으로부터 핵잠수함을 공급받게 될 예정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핵잠수함을 보유·운용하는 국가는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인도 등 6개국뿐이다
Reuters
현재 전 세계에서 핵잠수함을 보유·운용하는 국가는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인도 등 6개국뿐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핵추진 모듈을 이전받았다는 첩보가 사실이라면, 선을 넘은 것이기 때문에 한국도 미국과 이에 준하는 협의를 통해 핵잠수함을 가질 수 있도록 원자력 협정을 개정하고, 또 우리도 거기에 필요한 고농축 우라늄과 핵재처리 시설을 갖는 1단계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잠수함 연료 공급 요구를 쉽사리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핵잠수함은 지정학적으로 민감한 무기라는 점에서 한국이 보유하게 될 경우 중국이나 일본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공개적으로 핵잠수함 카드를 꺼내든 것은 핵잠수함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키는 동시에 한미 간 최대 현안인 관세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협상을 타결하면서 향후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위한 후속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한편 통일연구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021년 10월 21일부터 11월 2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6명을 대상으로 대면 면접조사(표본오차 ±3.1%p)한 결과,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개발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75.2%가 찬성하고 24.9%가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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