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네비게이션 검색 본문 바로가기

트럼프,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핵무기 실험 재개 지시

2시간 전
핵미사일 격납고 안에 보관된 미국의 핵미사일
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의 무기 개발 속도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핵무기 실험 재개를 미군 지도부에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회담을 갖기 직전, 자신의 SNS에 "다른 나라들의 핵실험 프로그램 때문에 전쟁부(국방부)에 우리도 동등한 수준에서 핵무기 실험을 시작하라고 지시했다"고 썼다.

그는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하며, 러시아가 그 다음이고 중국은 "상대적으로 한참 뒤처진 세 번째"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1992년 이후 핵무기 실험을 실시하지 않았다.

이 같은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며칠 전 사정거리에 제한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핵추진 미사일 실험을 감행한 러시아를 비난한 직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밤 게시한 글에서 핵무기의 "막대한 파괴력"을 인정하면서도 첫 임기 동안 미국의 핵무기 보유량을 현대화하고 개편"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의 핵 프로그램은 앞으로 "5년 안에 (미국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글에는 핵실험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절차를 즉시 시작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는 미국의 오랜 정책에서 벗어난 조치로 보인다. 미국의 마지막 핵무기 실험은 1992년으로, 당시 공화당 소속의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이 냉전이 끝남에 따라 핵실험 중단을 선언하기 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에 도착하기 직전에 올라왔다. 두 정상의 2019년 이후 첫 대면 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해국제공항으로 향하는 헬리콥터 '마린원(Marine One)' 안에서 올린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의 회담을 마친 뒤 에어포스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핵실험 장소는 추후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미국이 다른 나라들과 같은 수준에서 실험을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러시아는 주말 동안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새로운 무기 두 종의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하나는 러시아가 미국의 방어 체계를 뚫을 수 있다고 주장한 미사일이며, 또 다른 하나는 포세이돈(Poseidon)이라는 수중 드론으로, 미국 서해안을 타격해 방사능을 동반한 해양 파도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 시험에는 실제 핵폭발은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5년 동안 핵무기 보유량을 거의 두 배로 늘렸으며, 2030년까지 1000기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군비통제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핵탄두 보유량은 약 5225기, 러시아는 약 5580기로 추산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미국과 러시아 간 마지막 핵군축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이 2026년 2월 만료되기까지 약 100일을 앞둔 시점에 나왔다.

이 협정은 양국이 대륙간 사거리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를 최대 1550기로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이 마지막으로 핵폭탄 실험을 한 것은 1992년 9월 23일로, 서부 네바다주의 지하 시설에서 이뤄졌다. '디바이더(Divider)'로 명명된 이 실험은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이 수행한 1054번째 핵무기 실험이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약 105km 떨어진 네바다 실험장은 현재도 미국 정부가 관리하고 있다.

스미소니언 산하 핵과학역사박물관 측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이곳은 다시 핵무기 실험용으로 승인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1945년 7월, 뉴멕시코주 앨라모고도 사막에서 세계 최초의 원자폭탄 실험인 트리니티(Trinity) 실험을 실시하며 핵시대로 들어섰다.

그해 8월,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의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 두 발을 투하하며, 미국은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한 세계 유일한 나라가 됐다.

BBC NEWS 코리아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