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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가 되어서도 성 판매 일을 하고 싶어요'…스코틀랜드의 성매매 법 개정 논쟁

9시간 전
선명한 빨간색으로 염색한 머리의 여성. 벽면에는 다양한 종류의 끈과 패들이 걸려 있다
BBC
포슬린 빅토리아는 이번 법 개정이 성 노동자들을 빈곤으로 내몰 수 있다고 우려한다

포슬린 빅토리아(26)는 8년째 성매매 일을 하고 있다.

자영업 형태라 근무 시간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어 아이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빅토리아는 "이 일이 자유로워서 정말 좋다. 물론 고객들의 얼굴에 미소를 짓게 해줄 수 있다는 점도 좋다"고 말한다.

"요리사, 배관공, 상점 직원 등 모든 고객 서비스 업종 종사자가 고객에게 미소를 선사하고 싶어 하잖아요."

폭력적인 가정환경에서 탈출하고자 18세 때 처음 성을 팔기 시작하였다는 그는 "할 수 없게 되는 날까지 계속 이 일을 할 계획이다. 60대가 되어서도 이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반쯤 은퇴한 뒤에는 커플이나 개인이 다양한 성적 취향과 페티시를 이해하고 탐구할 수 있도록 돕는 상담사가 되는 게 꿈입니다."

하지만 현재 빅토리아는 스코틀랜드 내 법 개정 움직임에 우려하고 있다. 법이 개정될 경우 자신을 비롯한 성노동자들이 빈곤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애쉬 리건 의원(무소속)은 성 서비스를 구매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이는 흔히 노르딕 모델로 불리는 방식으로, 스웨덴에서 최초로 시행됐다.

보라색 블라우스를 입은 갈색 머리의 여성
BBC
애쉬 리건 의원이 제출한 법안은 성 서비스 구매를 범죄로 규정한다

과거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바 있는 리건 의원은 남성들의 성매매 수요 제한이 여성 보호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현재 스코틀랜드에서는 성을 팔고 살 수는 있으나, 권유하거나 길거리에서 호객하는 행위, 매춘업소를 운영하는 등의 행위는 불법이다.

리건 의원이 제출한 법안은 성을 파는 행위는 허용하되 구매를 범죄로 규정하자는 내용이다. 성노동자들은 법적으로 지원 권리를 보장받으며, 권유 행위에 대한 유죄 판결 기록은 삭제된다. 매춘업소 관련 법 조항은 그대로 유지된다.

그러나 이 법안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파이프 지역에서 일하는 빅토리아는 성노동 덕에 자신은 아이들을 최선을 다해 양육할 수 있는 수입을 얻는다면서 만약 고객들을 범죄화하면 성노동자들은 빈곤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를 직접 찾아와 만나고 돈을 지불하려는 고객이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만약 제가 9시부터 5시까지 일하는 평범한 일자리를 구한다면 분명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을 것입니다."

빅토리아의 이 같은 고민에 6년 전부터 성을 팔고 있다는 아멜리아(BBC는 가명으로 처리하였다)도 동의한다.

아멜리아는 "과거에는 호텔업계에서 일했는데, 휴식 시간이 고작 20분이었고, 11시간씩 교대 근무를 했다"고 회상했다.

"저는 꽤 성실하게 일했으나, 직장에서 무시도 많이 당했습니다. 제가 무엇을 하든 절대 만족하지 못하는 듯했습니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온리팬스'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온라인, 인스타그램 등을 통하여 다른 성노동자들을 만나면서 직접 대면하는 성노동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에든버러에서 일하는 아멜리아는 노르딕 모델이 여성 피해 폭력을 감소시키리라는 리건 의원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노르딕 모델을 도입하면 "괜찮은" 고객들만 멀어지게 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법 개정은) 남성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겠다고 성노동자들을 폭력 위험에 처하게 하는 일이다. 말도 안 되고, 효과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폭력적인 고객들은 처음부터 법을 어기고 있습니다. 이들은 (개정 후에도) 기꺼이 성노동자들을 찾아갈 것입니다. 저희를 해칠 고객은 노르딕 모델을 도입하든 하지 않든 우리를 해칠 것입니다."

또한 법이 개정되면 경찰의 눈을 피하고자 고객들이 개인 정보를 공유하기 꺼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만약 정치인들이 내가 어떻게 예약을 받는지 본다면 노르 모델이 나를 어떻게 위험에 빠뜨리는지 바로 느낄 것"이라는 설명이다.

"고객의 이름, 나이, 전화번호 같은 기본 정보조차 확보하지 못한다면 업무 중 저는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이름도 모른 채 예약받을 수는 절대 없습니다."

베이지색 니트를 입은 회색 머리의 여성
BBC
브로나 앤드류는 올해 자신의 단체가 지원한 인신매매 피해 여성 수가 크게 증가했다고 말한다

리건 의원은 이 같은 법 개정이 오히려 자신이 보호하려는 성노동자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주장에 강하게 반발했다.

"완전히 말도 안 된다"는 리건 의원은 "현재 성매매 종사자와 성구매자 사이 권력 균형은 성구매자에게 매우 유리한 상황"이라면서 "그리고 성구매자들은 종종 이를 이용해 이 여성들의 취약점을 악용한다"고 덧붙였다.

"그들은 종종 '내 말을 듣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식으로 협박합니다. 반면 노르딕 모델에서는 상황이 반대입니다. 여성들이 오히려 성구매자들에게 '아니, 나는 그러한 요구에는 따를 수 없다. 그리고 난 당신을 경찰에 신고할 수 있다'고 말하게 되는 것이죠."

"별것 아닌 것처럼 들리겠지만, 이는 미묘한 권력 이동으로, 성노동자들을 더 안전하게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빅토리아와 아멜리아 모두 모든 성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이 길을 선택한 것은 아니며, 자신들의 의견이 스코틀랜드 내 모든 성노동자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인정했다.

리건 의원이 이번 법 개정 추진에 과거 성매매 종사자 및 이들을 지원하는 인권운동가들은 응원의 목소리를 보낸다.

브로나 앤드류는 인신매매 생존자를 지원하는 단체인 '타라(Tara, Trafficking Awareness Raising Alliance)'의 운영 관리자로, 해당 단체는 성매매 업계에서 자신들이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리건 의원의 이번 법 개정을 강력히 지지한다.

올해 '타라'가 지원한 인신매매 피해 여성 수는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앤드류는 "올해 4~9월 기준 여성 124명을 지원했다"면서 "이 6개월 동안 (인신매매 피해자로) 새로 확인되어 우리 기관으로 의뢰된 여성들은 43명에 달한다. 이는 올해 초반 대비 큰 증가세"라고 덧붙였다.

타라가 지원하는 여성들은 극도로 취약한 상황이다. 앤드류는 피해자들이 워낙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었다면서, 타라는 이 여성들을 인터뷰에 절대 내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앤드류는 "인신매매범들은 여성들을 통제하기 위해 다양한 창의적인 방법을 동원한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영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여성들도 있고, 방향감각을 잃어 자신이 영국 내 어느 지역에 있는지 모르는 여성들도 있습니다. 우리에게 의뢰된 한 젊은 여성은 자신이 캐나다 토론토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글래스고에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거죠."

지난주 스코틀랜드 정부는 성 구매 불법화를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히면서도 리건 의원이 제출한 법안에 대해서는 "상당한 우려"를 표했다.

장관들은 이 법안이 "대폭 수정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는데, 이에 따라 내년 선거를 앞두고 휴회 전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는 실로 복잡한 논쟁이다. 반대하는 이들도, 찬성하는 이들도 결국 목표는 같다. 이 여성들의 삶을 개선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 개선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매우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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