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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향된' 양육 능력 평가 후 아이를 빼앗겼습니다…이제 우리는 아이를 되찾기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3시간 전
털이 달린 칼라가 있는 코트를 입은 키이라의 모습. 저 멀리 바다를 응시하고 있다
BBC
키이라는 아기를 빼앗겼을 때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울부짖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키이라는 딸을 낳았다. 아기가 보호 시설로 보내지기 전, 키이라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2시간이었다.

현재 39세인 키이라는 "딸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분 단위로 시간을 세었다"고 회상했다.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려고 계속 시계를 확인했습니다."

딸 잠미를 품에서 빼앗길 순간이 다가오자 키이라는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울부짖으며 아기에게 "미안하다"고 속삭였다.

"제 영혼의 일부가 죽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키이라는 사회복지 서비스 당국에 의해 빼앗긴 자녀를 되찾고자 투쟁하고 있는, 덴마크 본토에 거주하는 그린란드인 중 하나다.

이들의 자녀는 덴마크에서 'FKUs'로 알려진, 부모가 될 자격이 있는지 판단하는 양육 능력 평가를 통해 분리되었다.

수십 년간 비판이 이어진 끝에 올해 5월, 덴마크 정부는 그린란드 가정에 대한 양육 능력 평가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덴마크인 가정에는 여전히 적용된다.

평가는 보통 몇 달에 걸쳐 진행되며, 아동이 방임이나 위험에 놓였다고 당국이 판단한 복잡한 복지 사례에서 활용된다.

담요로 덮인 갓난아기 잠미를 품에 안은 키이라
BBC
키이라는 잠미가 태어난 순간부터 자신과 딸이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은 단 2시간 정도임을 알고 있었기에 "분 단위로 시간을 세었다"고 말한다

부모와 자녀 모두를 인터뷰할 뿐만 아니라, 숫자 역순으로 기억하기와 같은 다양한 인지력 테스트, 일반 상식 퀴즈, 성격 및 정서 평가 항목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평가를 지지하는 측에서는 사회복지사나 전문가들이 몇 가지 일화를 바탕으로 주관적으로 내리는 결론에 비해 더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이러한 검사로는 누가 좋은 부모가 될지를 유의미하게 예측할 수 없다고 말한다.

아울러 이러한 평가가 덴마크의 문화적 규범을 중심으로 설계되었으며, 그린란드인 대부분의 모국어가 칼라흘리수트어임에도 평가가 덴마크어로 평가가 진행되는 점을 지적한다.

이 때문에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린란드인들은 덴마크 시민권자로서, 덴마크 본토에서 거주하고 일할 수 있다. 고용 기회, 교육, 의료 등 다양한 이유로 본토에 사는 그린란드인들은 수천 명에 달한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연구 기관인 '덴마크 사회연구 센터' 따르면, 덴마크에 거주하는 그린란드인 부모의 자녀가 보호 기관으로 보내질 확률은 덴마크인 부모의 자녀보다 5.6배 더 높다.

지난 5월, 덴마크 정부는 FKU 평가가 적용된 사례를 포함해 그린란드 아동이 가족으로부터 강제 격리된 사례 약 300건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10월 BBC 조사 결과, 양육 능력 평가가 적용된 사례 중 정부가 재검토한 사례는 고작 10건에 불과했으며, 결과적으로 가족의 품에 돌아간 그린란드 아동은 단 1명도 없었다.

키이라의 경우 임신 중이었던 2024년 평가를 받았고, "신생아를 독립적으로 돌볼 만한 양육 역량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는 결론이 났다.

키이라에 따르면 당시 '테레사 수녀는 누구인가?', '태양 광선이 지구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등의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키이라의 아파트 방 안에 놓인 아기 침대와 아기 옷, 담요, 잠미의 사진
BBC
키이라는 아직도 자신의 침대 옆에 아기 침대를 두고 있다. 아파트 거실에도 아기 침대는 물론 아기 옷과 기저귀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러한 평가를 옹호하는 심리학자들은 부모의 일반적인 지식 및 이들이 사회에서 마주하는 개념에 대한 이해도를 평가하고자 마련된 질문이라고 말한다.

이에 더해 키이라는 "나보고 인형과 놀아보라고 하더니, 내 눈 맞춤이 충분하지 않다고 비난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신이 왜 이러한 시험을 치러야 하는지 묻자 심리학자로부터 "당신이 충분히 문명화되어 있는지, 인간처럼 행동할 수 있는지 보기 위해서이다"라는 답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키이라 사건을 담당한 지방 당국은 개별 가정에 대해서는 의견을 밝힐 수 없다면서 아동을 보호시설에 맡기는 결정은 "아동의 건강, 발달, 복지"가 심각히 우려될 때만 내려진다고 덧붙였다.

이보다 앞선 2014년, 당시 9세와 8개월이었던 키이라의 다른 두 자녀 또한 FKU 검사를 통해 키이라의 양육 능력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결론이 난 후 보호 시설로 보내졌다.

장녀 조이는 18세가 되었을 때 집으로 돌아왔으며, 21세가 된 현재 자신의 아파트에서 살며 어머니 키이라를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다.

키이라는 어린 딸 잠미를 영구적으로 데려올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덴마크 정부는 그린란드인을 대상으로 한 FKU 평가 시행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키이라는 위탁 보호 중인 잠미를 일주일에 1번, 1시간 동안 만날 수 있다. 매번 방문할 때마다 꽃을 들고 가며, 가끔 닭 심장 수프와 같은 그린란드 전통 음식도 가져간다.

"딸이 자신이 속한 문화의 한 조각과 함께 있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내 생애 가장 끔찍한 아픔'

울릭과 요한네가 야외에서 찍은 사진. 울릭은 빨간 티셔츠 위에 녹색 재킷을 걸쳤고, 요한네는 무늬가 있는 원피스를 입고 있다
BBC
울릭과 요한네는 덴마크 정부가 자신들처럼 아이를 입양 보낸 사례들을 재검토해주길 바란다

그러나 FKUs 결과로 자녀를 보호 시설로 보내야만 했던 모든 그린란드 부모의 사례가 재검토 대상인 것은 아니다.

요한네와 울릭은 지난 2020년 아들을 입양 보내야만 했는데, 덴마크 정부는 아동이 입양된 사례는 재검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재 43세인 요한네는 2019년 임신 중 평가를 받았다.

잠미와 마찬가지로 요한네의 아들 또한 출생 직후 부모와 분리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아기는 예정보다 이르게 박싱데이(성탄절 다음 날인 12월 26일)에 태어났고, 사회복지사들이 휴가 중이었기에 이들은 아들을 17일간 데리고 있을 수 있었다.

울릭(57)은 "아버지로서 내 인생 최고의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아들과 함께 있을 수 있었고, 안아주고, 기저귀도 갈아주고, 저녁에 잠들기 전 요한네의 모유 수유도 도와줄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회복지사 2명과 경찰관 2명이 집에 찾아와 아들을 데려갔다.

울릭과 요한네는 아들을 데려가지 말아 달라고 간청했고, 요한네는 마지막으로 모유를 먹일 수 있게만 해달라고 애원했다고 한다.

울릭은 "위탁 부모에게 아들을 넘겨주고자 아들의 옷을 입혀주던 순간, 내 생애 가장 끔찍한 아픔을 느꼈다"고 호소했다.

요한네는 다른 남성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들도 있었는데, 당시 각각 5살, 6살이었던 아이들도 2010년 FKU 검사 후 보호 시설로 옮겨졌다.

2019년 평가 당시 요한네는 "자기애 성향이" 강하며, "지적장애"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는 당시 세계보건기구(WHO)가 사용하던 기준을 바탕으로 한 분류였다.

요한네는 자신은 그러한 사람이 아니라며 강하게 반발한다.

눈 덮인 그린란드 누크에서 열린 시위에 참석한 시민의 모습. 입을 테이프로 가리고 있다
Getty Images
올해 초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서 열린 시위에서 '우리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편견은 전염된다'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시민의 모습

이론상으로만 보면 FKU에는 합격 또는 불합격 기준이 없다. 지방 당국이 아동을 보호 시설로 옮길지 여부를 결정할 때 고려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과거 FKU를 시행했던 심리학자 이삭 넬레만은 현실에서는 이 평가가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거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다루어진다"면서 "왜냐하면 검사 결과가 나쁘면 90% 정도는 아이를 잃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넬레만은 해당 검사는 과학적 타당성이 부족하며, 개인의 양육 능력을 예측하기보다는 성격적 특성을 연구하고자 개발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 FKU를 시행하는 팀에 속한 투리 프레드릭센 수석심리학자는 완벽하지는 않을지라도 "가치가 있으며, 포괄적인 심리학적 도구"라며 이러한 평가를 옹호했다.

아울러 프레드릭센은 그린란드인들에게 불리하게 설계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2019년 요한네는 잉크 얼룩 그림을 보고 무엇이 보이는지 묻는 심리 검사에서 물개의 내장을 꺼내는 여성의 모습이 보인다고 답했는데, 이는 그린란드 사냥 문화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요한네에 따르면 이 답변을 들은 심리학자는 그를 "야만인"이라고 비난했다고 한다.

2019년 요한네와 울릭의 평가를 담당한 지방 의회는 요한네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직접 답하지 않았다.

다만 당시 평가상 "부모의 전반적인 양육 능력에 대한 중대한 우려"와 "일상생활에서의 생활 방식 및 기능 수준에 대한 우려가 나타났다"고만 밝혔다.

토르디스 야콥센. 금발머리에 검은색 니트를 입고 있다
BBC
사회복지사인 토르디스 야콥센은 덴마크에서 아동을 보호 시설로 보내는 결정이 결코 가볍게 내려지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아들이 첫걸음을 내딛는 모습도 보지 못했습니다'

한편 요한네와 울릭은 아들이 보호 시설로 보내진 뒤 2020년 입양되기 전까지 매주 짧게만 아들을 만날 수 있었고, 입양 이후로는 단 한 번도 만날 수 없었다.

요한네는 "아들의 첫걸음, 첫 말, 첫 이빨, 첫 등교 날 모두 보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출산 며칠 뒤, 요한네와 울릭은 아들의 세례식을 진행하며 자신들의 이름과 주소가 담긴 공식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

요한네는 "아이가 나중에 우리에게 돌아올 수 있도록 서류상 기록을 남겨두고자 했다"고 했다.

이들의 변호사인 제네트 지뢰렛은 이들의 사건을 유럽인권재판소에 제소할 계획이다.

그러나 덴마크의 소피 헤스토르프 안데르센 사회복지부 장관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아동이 입양된 사건은 다시 조사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이 현재 '사랑받고 보살핌을 주는 가정'에 정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검토 진행 상황에 대한 질문에는 "느리게 보일 수 있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고 답했다.

또한 아동을 친부모로부터 분리하고 입양보내는 결정은 "해당 가정이 1~2년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자녀를 양육할 능력이 있는지 살펴보는 매우 철저한 절차"의 일부라고 덧붙였다.

덴마크 북부 올보르그 지역에서 사회복지사 팀을 이끄는 토르디스 야콥센 또한 같은 의견이었다. 덴마크에서 아동을 보호 시설로 보내는 결정이 결코 가볍게 내려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야콥센은 학교나 병원에서 먼저 보호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으며, 영구적인 입양을 승인할 권한은 판사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크림색 니트를 입은 필링궤크가 딸을 안고 있다. 분홍색 줄무늬 니트를 입은 딸은 필링궤크의 어깨를 감싸 안고 있다
BBC
필링궤크의 6살 난 딸은 수개월 전 엄마의 품으로 돌아왔다. 보호 시설에 맡겨진 지 4년이 지난 뒤였다

한편 필링궤크(39)는 이후 아이와 재회하게 된 몇 안 되는 그린란드인 어머니이다.

필링궤크는 1살 때 보호 시설에 맡겼던 딸과 몇 달 전 재회할 수 있었다. 현재 딸은 6살이다.

필링궤크는 사회복지 당국으로부터 전화로 이 같은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고 회상했다.

"저는 울면서 웃었습니다. 믿을 수 없었습니다. '신이시여, 딸이 집에 옵니다'라는 생각뿐이었습니다."

필링궤크는 총 세 자녀를 두었으나, 모두 2021년 보호 시설로 보내졌다. 다른 두 아이는 당시 6살, 9살이었다.

당시 필링궤크는 자녀들을 키우기 적합한 새집을 찾는 동안 지방 당국이 아이들을 임시 보호 시설에 맡기는 데 동의하였고, 곧 아이들을 데려올 수 있다고 믿었으나, 대신 양육 능력 평가를 받아야만 했다고 회상했다.

필링궤크는 "비정상적인 관계"를 시작하는 패턴을 보이며, 양육하기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저들은 한 시간 만에 제 딸을 다시 데려갈 수도 있습니다'

6살 난 막내딸이 집으로 돌아온 지 몇 달 후, 필링궤크는 지방 당국으로부터 남은 자녀 2명도 오는 12월 안에 돌려보낼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러한 결정은 정부 검토 결과가 아닌 지방 당국에서 내려진 것이다. 지방 당국은 필링궤크의 사연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4년 넘게 떨어져 지냈기에 필링궤크 모녀는 관계를 회복하기 쉽지 않았다.

"화장실에 가서 문을 닫으면 딸은 갑자기 공황 상태에 빠지며 '엄마, 엄마를 못 찾겠어요'라고 말한다"고 한다.

필링궤크 또한 혹시나 딸을 다시 잃을까 봐 두려움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저들은 한 시간 만에 제 딸을 데려갈 수도 있습니다. 또다시 그렇게 할 수 있죠."

자신이 만들고 있던 나무 썰매를 보여주는 키이라의 모습
BBC
키이라는 딸 잠미의 첫 생일을 맞아 나무 썰매를 만들고 있다

한편 키이라는 딸 없이 딸의 첫 생일을 준비 중이다.

나무로 그린란드 전통 썰매를 손수 만들며 앞쪽에는 북극곰을 그려 넣었다.

이달 초, 딸이 당분간은 집에 오지 못한다는 소식을 들었으나, 그래도 적어도 현재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키이라는 자신의 침실과 거실에 아기 침대를 여전히 두고 있다. 벽에는 잠미의 사진과 아기 옷, 기저귀 등이 걸려 있다.

"저는 내 아이들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제가 이 싸움을 끝내지 못한다면, 먼 훗날 제 아이들의 몫이 되는 싸움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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