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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군의 수도 탈환 … 폐허가 된 수단의 수도에서 BBC가 목격한 공포, 상실, 희망

2일 전
지난 3월 하르툼에 있는 대통령궁이 검게 그을린 모습
Barbara Plett Usher / BBC

수단의 수도 하르툼의 피폐해진 중심부는 몇 주 동안 이어진 치열한 시가전 이후 이제는 섬뜩할 정도로 조용하다.

BBC 취재진은 며칠 전 수단 정부군이 6개월간의 공세 끝에 민병대 신속지원군(RSF)으로부터 탈환한 이곳 하르툼을 방문했다.

한때 수단의 상업적 중심지이자 정부 청사가 있던 하르툼은 이제 타버린 폐허 같은 모습이다.

수도 탈환은 정부군과 RSF 간 권력 투쟁으로 촉발된 지난 2년간의 내전 중 전환점과도 같다.

도시 곳곳에서 이드(이슬람력의 축일) 기념 행사가 펼쳐지고, 주민들은 이제 전쟁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수단 내전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확실하지 않다.

우선 취재진은 내전 초기 RSF가 점령했던 대통령궁으로 향했다. RSF 대원들의 주요 거점으로 사용되던 건물이다.

대통령궁 바닥은 온갖 잔해와 깨진 유리로 가득했다.

공식 행사에 사용되었을 쇼파는 먼지로 뒤덮인 채 나뒹굴었고, 벽에는 그림 몇 점만이 간신히 걸려 있으며, 천장의 샹들리에는 그야말로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내부의 거의 모든 것이 약탈당한 상태로, 심지어 전기 케이블도 벽에서 뽑혀 나가 있었다.

폐허가 된 대통령궁 내부
Barbara Plett Usher / BBC
RSF가 점령했던 대통령궁은 완전히 약탈당했다

가장 심하게 손상된 곳은 군이 수도를 재탈환한 직후 RSF가 드론으로 공격한 건물 전면부였다. 정문은 완전히 부서진 상태였으며, 계단 곳곳에 마른 핏자국이 눈에 띄었다. 나일강을 향해 나 있는 창문은 이제 그저 텅 빈 구멍이 되고 말았다.

취재진과 동행한 한 군인은 더러운 붉은 카펫을 걸으며 "이곳 공화당 궁전에 들어올 수 있게 되어 정말 흥분된다"고 말했다.

"저는 이곳에 처음 와 보았습니다. (다른) 수단 국민들처럼 저 또한 이곳을 기다렸습니다. 수단 사람들은 이곳이 해방되길 바랐습니다. 우리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곳이니까요."

이제 이곳은 군이 지닌 힘의 상징이기도 하다.

지난 3월 다양한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하르툼 대통령궁에서 축하하고 있는 모습
Barbara Plett Usher / BBC
한 식당에서는 군인들을 위해 이드(이슬람교도들의 축일) 기념 음식을 대통령궁으로 배달하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군인들을 영웅으로 여긴다

이드 축일이 시작되고 군인들은 노래하고 춤을 추며 기쁨을 만끽했다.

한 현지 식당에서 이들에게 잔치 음식을 보내주는 등 수도에 있는 많은 주민들이 군인들을 영웅으로 칭송했다.

그러나 이들의 승리는 거저 얻은 것이 아니었다.

하르툼 중심부의 상황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정부 부처, 은행, 사무실용 고층 건물들은 파괴된 채 불에 타버렸다. 국제 공항의 활주로는 마치 망가진 항공기들의 무덤처럼 보였고, 체크인 카운터는 재로 뒤덮여 있었다.

지난 3월 하르툼 공항 활주로에서 목격된 UN 항공기 잔해
Barbara Plett Usher / BBC
도시 중심에 자리한 하르툼의 공항은 심하게 파괴되었다

도로에 여전히 불발탄이 남아 있기에 취재진은 느리게 차를 몰았다.

한 교차로에서는 시신 일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그중 두개골 2개가 선명하게 보였다. 그 도로를 따라 100m 정도 내려가니 파괴된 차 앞에 시신이 놓여 있었다.

한편 취재진은 성 마테오 대성당에 들러 잠시 쉬기로 했다. 1908년 영국인이 지은 곳으로, 수단 내 소수의 기독교인을 위한 예배당이다. 대성당 내부의 아름다운 천장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다만 한쪽 벽에는 포탄이 뚫고 들어오며 구멍이 생기는 바람에 십자가가 떨어져 있었다. 그래도 이곳에서 본 다른 건물들에 비하면 상태가 훨씬 좋았다.

하르툼 소재 성 마태오 대성당의 화려한 천장
Barbara Plett Usher / BBC
대통령궁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성 마태오 대성당의 내부는 놀랍게도 거의 대부분 온전했다

바닥에 널브러진 잔해를 치우고 있던 한 군인은 교회 주변에 포탄이 떨어지면서 파편이 떨어지며 생긴 흔적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느님의 집"을 직접 파괴한 이는 없었으나, RSF 대원들이 성당 안에 배설물을 남기며 모독했다고 덧붙였다.

이 군인은 전쟁이 시작된 첫날 아들이 태어났으나, 그러나 전투가 계속 이어지는 바람에 아직 집에 가서 아들을 안아보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한편 RSF는 여러 외교 공관이 자리한 지역도 점령했었다. 과거 전투가 시작되자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직원들을 대피시키고자 분주하게 움직인 바 있다.

영국 대사관이었던 건물 입구에는 벽에 RSF의 슬로건이 그려져 있었다. 건물의 방탄유리 창문 대부분은 무사했으나, 여러 번 충격이 가해진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폐허가 된 주변에 영국 국기가 버려져 있는 모습
Barbara Plett Usher / BBC
영국 대사관 근처의 폐허가 된 건물 근처에서 너덜너덜한 상태로 발견된 영국 국기

건물 뒤쪽 주차장에는 파괴된 차량이 여러 대 눈에 띄었다. 길 건너편 건물의 낡고 더러운 계단에는 영국 국기가 너덜너덜한 상태로 버려져 있었다.

이번 전쟁은 지난 70년간 수단에서 벌어진 3번째 내전으로, 어떤 면에서는 이전의 전쟁들보다 더 심각하다. 이전의 전투들은 다른 지역에서 벌어졌지만, 이번 전쟁은 수단의 중심부를 찢어 놓았고, 내부 분열을 심화시키며 국가 분열의 위협이 도사리게 되었다.

전투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는 거리 곳곳이 이드를 기념하는 분위기였다.

이곳 사람들에게 전쟁이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다른 지역에서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하르툼에 있는 무료 급식소에서 만난 여성 5명
Barbara Plett Usher / BBC
하르툼 주민들은 2년 만에 처음으로 제대로 옷을 갖춰 입고 이드를 기념한다고 했다. 지역 무료 급식소에서는 알록달록하게 옷을 차려입은 여성들을 만날 수 있었다

군은 잔학 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최근 며칠간 전투를 피해 도망간 이들도 수만 명에 이른다고 보고된다. 하지만 하르툼의 주민들은 우선 잔혹했던 RSF의 점령이 끝난 것을 기념하며 축하했다.

알-제라이프 지역의 마을 무료 급식소에서도 흥겨운 분위기가 감지되었다.

이곳에서 만난 오스만 알-바시르라는 남성은 전쟁의 고통이 어땠는지 이야기하며 새로 맞이한 현실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영어는 BBC 월드 서비스를 보며 익혔다고 했다.

Duaa Tariq
BBC
I'm overwhelmed with a lot of emotions, just like trying to learn how to live again. We feel free, we feel light, even the air smells different"
Duaa Tariq
Pro-democracy activist and soup kitchen organiser

한편 두아 타리크는 2019년 거의 30년간 독재 통치를 하던 오마르 알-바시르를 축출한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여성 민주화 운동가다.

현재 이번 전쟁에서 주민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돕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 타리크는 "2년 만에 처음으로 이드를 기념하고 있다"고 했다.

"저 자신을 포함한 모두가 옷을 제대로 갖추어 입고 있습니다! 다시 사는 법을 배운 사람처럼 여러 감정이 휘몰아칩니다. 우리는 자유롭고 가벼워진 기분입니다. 심지어 공기조차 다르게 느껴집니다."

타리크는 전쟁 중 먹을 것이 부족해지고, RSF가 약탈하고, 군대가 포위하며 공격하고, 미국의 원조가 끊기는 와중에도 계속 배식하고자 고군분투했다.

여전히 식량은 부족하지만, 이제는 희망이 생겼다.

카심 아그라라는 노인은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이다. 안전하다고 느낀다. 배가 고프지만 기분이 좋다"고 했다.

"(배가 고픈 건)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것은 자유입니다."

아그라는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전화를 가리키며 "보다시피 휴대전화도 들고 다닌다"고 했다.

"2주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휴대전화를 들고 다닐 수 없었습니다."

하르툼의 여러 동네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도 같은 말을 했다. 휴대 전화는 외부 세계와의 연결고리로, RSF 대원들의 주요 절도 대상이었다.

미소 짓는 카심 아그라
Barbara Plett Usher / BBC
무료 급식소에서 만난 하르툼의 주민 카심 아그라는 휴대전화도 마음껏 들고 다닐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하며 하루빨리 도시가 재건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아그라는 하르툼은 물론 수단이 결국은 재건되리라 낙관했다.

"저는 정부가 투자자들을 불러들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미국인, 사우디인, 캐나다인, 중국인 등, 이 나라를 재건할 투자자들이 오리라 믿습니다."

그러나 재건된다고 할지라도 하르툼이 과거의 독특한 문화적, 건축적 특징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한편 몇몇 여성들은 마침내 다시 밤에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며 취재진이 다른 지역에서도 반복해서 들었던 이야기를 또 한 번 했다. RSF 대원들이 약탈을 위해 집에 침입하진 않을지 불안에 떨었기 때문이다.

두려움과 상실의 무게는 무겁다. 잔혹 행위, 위험에 처한 생명, 흐트러진 일상 등 여러 사연이 무겁게 짓눌렀다.

검게 그을린 공항 밖 인도에 버려진 유모차
Barbara Plett Usher / BBC
하르툼 재건은 엄청난 과제가 될 것이며, 주민들이 받은 심리적 영향 또한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나즈와 이브라힘은 "우리 아이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아이들을 도울 정신과 전문의가 필요합니다. 교사인 제 여동생은 아이들과 함께 해보고자 노력했지만,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타리크 또한 전쟁의 영향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었다.

"언제쯤 도시에 자유롭게 접근하고, 또 도시가 개방될까요?"

그러면서 바시르 축출 이후 민간-군 합동 정부가 민간 통치 복귀를 위해 노력했던 시기를 언급하며 "그리고 민주화 운동가로서 품는 의문도 있다. 지난 5년간의 혁명으로 우리가 얻은 모든 자유와 권리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라고 덧붙였다.

"시민 사회, 사회의 여러 주체, 민주화 운동가, 자유 투사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저는 우리의 미래를 알지 못합니다."

수단의 미래는 사실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하와 압둘샤피에아(16)는 RSF의 서부 본거지인 다르푸르를 언급하며 "그곳 사람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했다. 다르푸르는 인도주의적 위기가 가장 심각하며, 앞으로 전쟁의 중심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다.

"신이 그들을 보호해 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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