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파병' 대놓고 과시하는 북러...대선 후보들 입장은?

러시아와 북한이 연일 북한군 파병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며 군사 동맹 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러시아는 북한의 파병 사실을 공식 확인한 데 이어, 북한 병사들의 현지 훈련 영상도 공개했다.
북한도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대규모 병력을 파병한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한 데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파병 감사 성명을 주민들에게 공개하고 나섰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29일 "푸틴 대통령이 북한 군의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해방작전 참가와 관련 북한군의 파병을 높이 평가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북한 지도부, 북한 주민에게 진심으로 되는 사의를 표했다"고 전했다.
특히 북한은 러시아 파병에 대해 국제법에 전적으로 부합되며 작년 6월 양국이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의 제4조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북한의 이례적인 발표는 파병의 정당성을 강조해 수많은 사상자 발생에 따른 민심 이반을 막고, 향후 대미 협상에서 유지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이 그동안 인정하지 않던 파병 사실을 공식 선언하고,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동맹 관계를 노골적으로 과시하면서, 향후 북러의 밀착 행보가 한국에 적잖은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과 러시아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 따라 북한군 파병이 이뤄졌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향후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의 군사 개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놓이면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원조를 제공한다"고 합의했다.

대선 후보들 입장은?
조기 대선에 나선 한국의 대권 주자들은 북러 밀착 행보에 어떤 입장을 갖고 있을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경선후보 캠프 선대본부장을 맡고 있는 윤상현 의원은 BBC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지난해 6월 포괄적 전략 동맹관계의 연장 선상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이 이제 휴전 단계에 와 있기 때문에 곧 전쟁이 끝날 예정이지만, 러시아·북한의 군사 협력은 계속해서 고도화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 의원은 이어 "일단 지금으로서는 상황을 지켜보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이 휴전 단계로 넘어가면 북한군 포로에 대한 신병 처리 문제가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28일 충남 아산 현충사를 참배한 뒤 국방 정책 비전 발표를 통해 "북한이 우크라이나전에 직접 참전했고 희생자가 난 것을 공식 인정했다"며 "이제 북한이 대놓고 군사개입을 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것"이라고 했다.
한 후보는 이어 "북한이 지난 26일 5000T급 이지스함을 공개하면서 해상 전력을 과시하기도 했다"며 "한반도 전체를 겨냥한 새로운 위협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국제사회에 발맞춰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군사행동은 당장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 민주당 간사이자 지난해 11월 '북한 전투병의 러시아 파병 철군 및 한반도 평화안정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던 김영배 의원은 BBC와의 통화에서 "혹시라도 한반도에 전쟁의 기운을 가져올 수 있는, 국제적인 평화를 깨는 이런 군사적 행동에 대해서는 단호히 반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지금 한국에서는 대통령선거가 진행되고 있고, 과도정부 차원에서는 국제사회의 우려 등의 입장을 일관되게 취해오고 있다"며 "대선 와중에도 북한의 파병 문제가 계속 이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는 BBC에 "북한이 러시아 파병을 인정한 것은 파병과 관련한 양국간 상호 합의가 있었음을 의미하고, 결국 대한민국 입장에선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은밀한 합의가 존재한다면 이를 매우 우려스럽게 봐야 한다"며 "앞으로의 상황 전개를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의안은 어디로
앞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북한군 러시아 파병 사실이 알려졌을 당시 국회 차원의 규탄 결의안 처리를 시도한 바 있다.
특히 국회 외통위는 지난해 11월 북한의 러시아 전쟁 파병을 규탄하는 여야 공동 결의안 채택을 논의했다.
국민의힘 나경원·김건 의원이 북한 규탄 결의안을 대표 발의한 데 이어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북한의 파병을 국제법 위반 행의로 규정하고 병력의 즉각 철수와 추가 이송계획 철회에 관한 내용을 결의안에 포함했다.
국민의힘은 결의안에 "다국적 이행 모니터링팀 활동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이행과 강화를 위한 노력을 적극 지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결의안에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확인 이후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을 언급하는 등 강경발언을 하면서 우리 국민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당시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외교통일위원회 소위를 통해 해당 결의안들을 병합하려 했으나 세부적인 내용에서 이견을 보이면서 결의안은 법안심사 소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윤상현 의원은 "무인기에 학살되는 북한 군인도 대한민국 국민이자 소중한 청년"이라며 "11월 불발된 국회결의안에 북한의 러시아 전쟁 파병 규탄 공동결의안에 철수까지 포함해 다시 채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병력을 파견하고 무기를 제공하는 행위는 유엔 헌장, 국제법의 기본 원칙뿐 아니라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 4월 3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담은 북한인권결의를 채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