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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발 뗀 한미 관세협상…앞으로 주목해야 할 점은?

1일 전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조치 이후 처음으로 한·미 장관급 인사가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서 향후 논의가 어떻게 진전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워싱턴 D.C. 재무부 청사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 장관과 함께 미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 '2+2 통상 협의'를 가졌다. 이후에는 산업부와 무역대표부 간 별도 협의가 있었다.

최 부총리는 이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2+2 회의를 통해 협의 과제를 좁히고 논의 일정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협의의 기본 틀을 마련했다"라고 밝혔다. 한미 간 공동보도문은 나오지 않았다.

최 부총리는 "우리측은 상호관세 유예가 종료되는 7월 8일 이전까지 관세 폐지를 목적으로 한 '7월 패키지(July Package)'를 마련할 것과, 양측의 관심사인 관세·비관세 조치, 경제안보, 투자협력, 통화(환율)정책 등 4개 분야를 중심으로 논의해 나가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평가한다"라고 밝혔다.

향후 일정과 관련해서는 "조만간 산업부와 USTR 간 실무 협의를 개최하고, 5월 15일부터 양일간 개최되는 APEC 통상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하는 USTR 그리어 대표와 추가적인 고위급 협의를 가질 계획"이라며 "환율정책의 경우 한국 기재부와 미국 재무부 간 별도로 논의해 나가기로 양국이 합의했다"라고 했다.

안 장관은 그리어 대표와의 별도 면담 결과와 관련해 "우리나라에 대한 상호관세, 자동차·철강 등 품목 관세 등 일체의 관세를 면제해줄 것을 재차 요청했다"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측 베센트 장관도 백악관 출입기자들에게 한국과의 협의가 "매우 성공적"이었다며 "한국은 (미국을) 빨리 찾아왔고, '최선의 제안(A game)'을 가져왔다"라고 평했다. 또 "우리는 내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라며 "이르면 다음 주 기술적인 조건들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과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협의가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관세 협상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산업부 산하 통상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BBC 코리아에 "우리 정부가 상호관세나 품목관세 '조정'이 아닌 '전면 철회'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강대강 전략으로 가려고 하는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협상 의제가 상당히 포괄적인데다가 빠르게 협상 성과를 내려는 미국과 '7월 패키지'를 통해 다음 정부로 결정을 넘기려는 한국 간 입장 차로 협상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책 리더십이 부재한 상태에서 협상할 수 있는 채널이 만들어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미국의 반응 등을 봤을 때 한국이 너무 많은 선물을 들고 간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든다고 지적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한국이 4개 분야에서 의제를 좀 명확히 설정했다는 점과 '7월 패키지'라는 이름으로 실질적인 기한이 명시된 점"을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전반적인 협상 주도권이 미국 측에 있는 상황이고 최종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할 것으로 예상돼서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라고 판단했다.

컨테이너 박스를 옮기는 화물 차량
Reuters
최 부총리는 한국과 미국이 "관세·비관세 조치, 경제안보, 투자협력, 통화(환율)정책 등 4개 분야를 중심으로 논의해 나가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7월 패키지'에 담길 것

이번 협의 결과만으로 '7월 패키지'에 어떤 내용이 포함될지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중소기업학회장을 맡았던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이번 협의를 통해 협상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는 적절"한 조치였다고 평가하면서도 "패키지 안에 방위비라든지 농산물 등과 관련된 비관세 장벽 철폐 등이 들어갈 때는 협상이 좀 어려워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협의에서 방위비와 쌀과 소고기 수입 확대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측이 협상 과정에서 방위비나 비관세 카드를 다시 들고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한국이 쌀 수입 물량에 따라 50%에서 513%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공개한 '2025년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에는 한국이 30개월 미만 미국산 소고기만 수입하고 있으며 소 연령과 무관하게 육포, 소시지 등 소고기 가공품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는 지적사항이 포함됐다.

한국 입장에서는 7월 8일 유예 기간이 끝나는 상호관세 25%와 현재 자동차·철강·알루미늄 부문에 적용되는 품목 관세 25%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장 원장은 "우리나라 대미 1등 수출 품목이 자동차"라며 자동차 품목 관세 인하가 가장 시급한 의제라고 봤다.

"자동차는 전후방 기업이 매우 많습니다. 부품이 몇만 개씩 들어가니까요. 그래서 자동차는 (품목) 관세 부과에 따른 국내 악영향이 꽤 큰 편입니다. 그리고 대미 수출 품목 수출 금액도 제일 많고 해서, 자동차 관련된 관세 인하가 매우 절실한 그런 상황입니다."

경제안보 의제와 관련해서는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와 핵심 기술 보호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 또한 의제의 민감성 때문에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허 교수는 "(이런 의제에 대해) 한미가 공조를 취한다는 건데, 한국으로서는 자칫하면 중국 견제에 동참한다는 인식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라고 밝혔다.

통화하는 한덕수 모습을 담은 뉴스 화면을 보고 있는 사람들
Getty Images
오는 6월 3일 조기대선을 앞두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출마 여부에 대해 다양한 추측이 오가면서 통상 협의가 정치 이슈화될 조짐도 보인다

혼란스러운 정치

6월 조기대선을 앞두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의 통상 협의가 정치 이슈화될 조짐도 보인다.

일부는 대통령이 공석인 상태에서 한 달여 뒤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 권한대행이 협상에 나섬으로써 오히려 혼란을 키우거나 졸속 협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통상 협상이 아직 대권 출마 의사를 확실하게 밝히지 않은 한 권한대행의 대권행보로 이용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파면된 정부가 국익이 걸린 중대한 협상을 하겠다니 어처구니없다"라며 "관세협상과 같은 중대한 협상은 차기 정부에 맡기는 것이 순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덕수 권한대행의 파렴치한 대권행보가 계속되고 있다"라며 "책임질 수 없는 한미 협상을 당장 중단하고 즉각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우 교수는 베센트 장관이 언급한 대로 "다음 주에 논의할 기술적인 조건들"이 TOR(Terms of Reference·협상운영세칙) 체결 등으로 이어질 경우 결정을 되돌리기 어려울 수 있다며 "다음 정부에 부담을 주는 행위가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국내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협상 창구를 빠르게 확보하는 게 필요했다고 반박한다.

허 교수는 "한국이 5개 우선 협상국으로 정해졌는데, 다음에 협상하겠다라고 했다면 그다음에는 우리가 원하는 시점에 시작할 수가 없다. 상호관세 발효 시점이 지날 가능성도 높다"라며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협상을 해서 다음 정부에서 마무리하는 방식이 적어도 관세 위험에 노출된 기업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 교수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새 정부의 방향성이나 정책 기조가 있을 텐데, 그것과 관계없이 지금 대행 체제에서 결정을 하기는 부담이 상당히 크고, 그런 부분들은 대선 과정에서 여러 가지 논란이 될 수 있다"라면서 "현재 미국이 서두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도 무리해서 패키지 딜을 하기보다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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