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평화 계획'을 위해 유럽이 마주할 장애물은?

휴전이든, 종전이든, 평화 계획이든, 지난 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유럽 주요 정상 19명이 머리를 맞댄 회담에서 나온 이 계획은 어떤 단어로 표현하든 앞으로 엄청난 도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 같은 계획이 결과적으로 우크라이나에 영구적인 평화를 가져오길 바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스타머 총리가 '의지의 연합'이라 부르는 국가들이 자리한다. 협상이 타결될 경우 평화 보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주체다.
그렇다면 도전 과제는 무엇이며, 이를 쉽게 극복할 수 있을까.
유럽이 힘을 합쳐 충분한 억지력을 갖출 수 있나?
첫째, 유럽의 대폭 감소한 군대와 반쯤 비어 있는 무기고로 과연 우크라이나에 배치할 만한 실질적인 억제력을 갖출 수 있을까. 미국이 지원할지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영국과 프랑스를 제외한 어떤 나라들이 이러한 불확실한 상황에 군을 파견할 의향이 있을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600마일(약 960km) 접경선을 따라 휴전을 유지하려면 최대 20만 명에 달하는 국제 병력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수치는 지나치게 낙관적이지만, 미래의 러시아 침공에 대해 충분한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원수는 정말 이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냉전 이후 수십 년 동안 군대를 감축했던 유럽은 현실적으로 그 숫자의 3분의 1도 채우기 힘들 것이다.
무엇보다도 공군력이 중요할 것이다. ISR, 즉 정보, 감시, 정찰 업무를 위해서도, 미래의 러시아 침투를 격퇴하기 위해서도 공군은 중요한 존재다.
러시아 군인 수천 명과 장갑차가 100마일씩 떨어진 틈새로 쏟아져 들어오는데 이를 격퇴할 적절한 수단이 없다면 영국군 등이 휴전선 일부에 주둔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리고 미국은 신호정보, 비밀 정보 수집, 공대공 급유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자랑하는 국가이다. 순수 유럽군으로만 이를 하려 한다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영국 런던 소재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최근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유럽은 특히 ISR, 공중 급유와 같은 핵심 분야에서 미국의 군사 능력에 의존하고 있기에 이러한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 없이는 '독립'을 추구하는 것은 무척 어려울 것입니다."
"또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전체 전투기 및 지상 공격용 전투기의 절반 이상이 미국의 기여분입니다."
즉, 미군의 지원 없이 우크라이나를 보호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억지력을 갖추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극히 어려울 것이다.
미국이 후방 방어벽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트럼프가 설득될 수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은 전쟁을 시작하지 않고 멈추는 사람이라고 말하기 좋아한다.
그리고 현재 잠재적으로 NATO 군을 끌어들이는 총격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는 불안정한 휴전선에 자국의 전투 병력 및 공군력을 절대 투입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전쟁을 끝내고자 자신이 선호하는 방법을 택했다. 바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일대일로 직접 협상하는 방식이다.
스타머 총리는 유럽이 신뢰할 만한 휴전 제안을 구상한 뒤, 이후 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해 결국 미국이 백스톱(후방 방어벽) 역할 수행에 동의해주길 희망('희망'이라는 단어를 강조하고 싶다)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러시아가 이를 받아들일까?

러시아가 대체 왜 유럽의 계획을 받아들이겠는가? 이렇게 반문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끔찍한 인명 피해를 보고 있긴 하지만 러시아 지상군은 실제 전장에서 승리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는 이번 전쟁에서의 최대 동맹국인 미국을 잃은 상태다.
미국의 군사적 지원이 없다면 우크라이나는 동쪽 및 남동쪽으로 진격하는 러시아 군대를 막기 매우 곤란해질 것이다. 미국의 '패트리엇' 지대공 미사일이 없다면 우크라이나의 도시들은 러시아가 퍼붓는 미사일 공격에 더욱더 취약해질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내 NATO 주둔을 절대 용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혀왔다. 그리고 현재 백악관 내 사실상 동맹을 확보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큰 유인을 제공하지 않는 한 러시아가 이 문제에 대해 양보할 가능성은 더욱더 작아졌다.
이 모든 상황의 핵심은 크렘린궁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자신들의 최대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체를 자신들의 영향권 아래 두고, 젤렌스키 대통령 대신 고분고분한 친러 성향의 꼭두각시 대통령을 앉히는 일이다.
최소한 이미 자신들이 점령한 헤르손, 자포리자, 도네츠크, 루한스크 지역뿐만 아니라, 헤르손과 자포리자의 주변 도시까지 우크라이나가 영구적으로 양보해야 한다는 핵심 조건에 대해서는 물러설 가능성이 적다. 이는 우크라이나 주민 수백만 명이 떠나거나 러시아인으로 편입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