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속편 제작과 아카데미 수상 가능성은? 감독들에게 직접 듣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감독이자 각본가인 매기 강이 BBC 인터뷰에서 '헌트릭스' 3인방을 중심으로 "더 많은 이야기가 펼쳐질 가능성에 기대가 된다"고 밝혔다.
유럽 방문 중 공동 연출가 크리스 아펠한스 감독과 함께한 이번 인터뷰에서 강 감독은 "공식적으로 말씀드릴 내용은 없다"면서도 "분명 이 세계관 속 캐릭터들과 우리는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강 감독은 "무엇이 되든, 속편으로 이어질 가치가 있는 작품, 우리가 보고 싶어 할 만한 작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케데헌은 올해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누적 조회 수 3억2500만 회를 넘어서며 '오징어 게임'을 제치고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이 시청된 작품으로 등극했다.

이 영화는 정상에 오른 K팝 3인조 여성 멤버들이 대규모 콘서트를 열면서 동시에 음악으로 세상을 구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여정을 담고 있다.
멤버들은 악령들로 구성된 5인조 남성 그룹 '사자 보이즈'와 결투를 벌이게 된다.
한편 케데헌은 수많은 기록을 연이어 갈아치웠다. 8월 극장에서 개봉한 싱어롱(관객들이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게 만든 영화) 버전은 넷플릭스 영화 사상 최초로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영화의 수록곡 역시 미국 싱글 및 앨범 차트 정상을 차지하였는데, 특히 사상 최초로 동일한 영화의 수록곡 4곡이 동시에 미국 차트 10위권에 진입하였다. 이는 유명 뮤지컬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도 달성하지 못한 성과다.
특히 헌트릭스가 부른 주제곡 'Golden(골든)'은 무려 8주간 1위 자리를 지키며 애니메이션 아티스트로서는 밴드 '아치스'의 'Sugar Sugar(슈가 슈가)'와 함께 최장기간 정상에 머물렀다.
아카데미도 '골든'으로 물들일까?
한편 케데헌이 아카데미 시상식도 제패할 것이라는 희망은 이제 점점 더 구체화되고 있다.
온라인 리뷰 집계 사이트인 '로튼 토마토'에는 95%의 긍정적 평가를 기록하는 등 비평가들의 반응도 좋다.
미국 시상식 결과를 예측하는 '골드 더비'에 따르면 현재 케데헌은 '주토피아 2'와 '엘리오'를 제치고 최우수 애니메이션 부문의 유력한 수상작 후보로 떠올랐다.
아펠한스 감독은 "영화 제목만 봐도 아카데미를 노린 것 같지 않냐"며 농담을 던졌다.
"우리는 무언가 새로운 걸 하고자 했고, 그 과정은 정말 힘들었지만 그 결과물이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만약 사람들이 그 점을 인정해준다면 멋진 일이겠죠."
케데헌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또 다른 부문은 주제가상이다. 다만 규정 상 한 영화에서는 최대 3곡만 출품할 수 있다.
넷플릭스 측이 이미 히트곡 '골든'을 후보로 출품할 예정이라고 밝힌 가운데, 남은 두 자리는 어떤 곡이 차지하게 될까.
강 감독은 '나는 'Your Idol(유어 아이돌)'이 정말 좋다"고 했다. 작중 사자 보이즈가 악령들의 왕인 귀마에게 관객들의 영혼을 바치며 부르는 곡이다.
"이 곡이 정말 자랑스러워요. 사실 그 장면 전체가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우리는 (결과물에) 환호했고, 무척 뿌듯합니다."
반면 아펠한스 감독은 'What it Sounds Like(왓 잇 사운즈 라이크)'를 고르며 헌트릭스 편을 들었다.
"작곡과 스토리텔링 모두에서 기술적으로 쉽지 않았던 피날레 곡이었다"는 그는 "감정이 폭발하며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면서도, 진정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곡을 만들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강 감독 또한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눈물이 난다. 정말 감동적"이라며 동의했다.
"(사자 보이즈의 중독성 높은 곡인) 'Soda Pop(소다 팝)'은 후보에 들 여지가 없냐"는 기자에 질문에 강 감독이 웃으며 "그럼 4곡을 전부 출품해볼까"라고 답하자, 아펠한스 감독 또한 "그냥 다 제출하자"며 맞장구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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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여름
아펠한스 감독은 올해 6월 자신들의 손에서 '대박'이 터졌다는 깨달은 순간을 여전히 생생히 기억한다.
"말그대로 영화가 공개된 다음 날 새벽 2시였습니다. 틱톡을 보고 있는데 관련 콘텐츠 댓글창에서 시청자들이 루미의 감정적 여정을 완벽히 짚어내고 있었습니다."
그는 팬들이 주인공인 루미와 감정적으로 깊게 공감한다는 사실에 무척 기뻤다고 한다.
한국에서 태어나 5살 때 캐나다로 이주한 강 감독은 그보다는 조금 뒤에 느꼈다고 한다.
"우리는 핵심 관객층인 K팝 및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빠르게 연결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정말 빠르게 영화를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시청 횟수 추이가 완전히 달라진 건 개봉 3주 차쯤이었습니다. 우리는 '와, 이거 정말 심상치 않다'라고 생각했습니다."
"SNS에서 다양한 관객들이 이 영화와 교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강 감독은 이 영화의 성공 비결로 팬들을 꼽았다.
"이들은 콘텐츠 제작을 즐기는 세대입니다. 그리고 (팬이 만든 콘텐츠들이) 마치 무료 광고처럼 우리 영화 소식을 널리 퍼뜨려주었습니다. 그 덕에 이 영화가 이토록 오랫동안 흥행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이 영화의 성공 신화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개봉 4개월이 지난 지난주에도 영국과 미국을 포함한 19개국에서 여전히 가장 많이 시청된 영화 자리를 지키고 있다.
헌트릭스 멤버들의 노래를 맡은 가수 레이 아미, 오드리 누나, 이재는 최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 에 출연하여 라틴 팝스타 배드 버니와 함께 짤막한 상황극을 선보였다. 또한 인기 토크쇼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에도 출연하여 처음으로 '골든' 라이브 무대를 선보였다.
평소 매우 긍정적인 강 감독이지만 "지미 팰런 쇼에 함께 하지 못해 무척 속상했다"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전 그때 파리에서 자고 있었습니다. 지미 팰런이 우리 멤버들과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제야 모든 게 실감 나는 듯합니다. 멤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한편 두 감독 모두 자신들의 영화가 애니메(anime)로 분류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 감독은 "우리가 애니메에서 그 정도로 영감을 받을 만큼 열성적인 팬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좋아하는 애니는 '카우보이 비밥'이나 '세일러문'처럼 아주 고전적인 작품들"이라고 덧붙였다. 모두 90년대 일본 TV 프로그램이다.
아펠한스 감독 또한 "일종의 톤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에 동의했다.
"우리는 수많은 한국 영화 제작자들과 드라마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표현하고자 했던, 스펙트럼처럼 다양한 톤 중 일부였을 뿐, 주된 요소는 아니었습니다."
실사화 계획은 없어
아울러 두 감독은 케데헌 실사화 소문에도 단호히 선을 그었다.
강 감독은 "이 작품의 톤과 코미디 요소에는 애니메이션이 딱 알맞다"면서 실사화 생각 자체를 저승으로 보내버리고 싶다고 했다.
"작중 캐릭터들을 실사 세계에서 상상하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갑자기 너무 현실적인 느낌이 들 겁니다. 그래서 전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아펠한스 감독에게도 실사화는 잘못된 생각이다.
"애니메이션의 장점 중 하나는 불가능한 특성을 조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루미는 우스꽝스러운 코미디언처럼 굴다가도 바로 노래를 부르며 화려하게 발차기를 하고, 또 곧바로 고공 낙하할 수도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의 즐거움은 가능성의 한계를 얼마나 밀어붙이고 끌어올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여러 애니메 실사화 영화를 보며 종종 부자연스럽다고 느낀 경험이 떠오릅니다."
한편 올해 각종 시상식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강 감독은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자신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고 했다.
강 감독이 말하는 이번 영화의 목표는 "사람들을 연결하고, K팝으로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 사람들이 서로 공감하고 뭉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기쁘다"는 설명이다.
"상을 얻어낸다면 분명 기쁘겠지만, 이 영화가 이미 이루어낸 성과에 대해 우리는 대단히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래서 어찌 보면 우리는 이미 무언가를 얻어낸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