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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시칠리아 앞바다서 침몰한 호화 요트...사고 원인은?

2024.08.22
베이시안호
Perini Navi Press Office
이탈리아 해안에서 항해 중인 베이시안호

지난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해안에서 호화 요트 ‘베이시안호’가 침몰한 가운데 전문 잠수부들이 나서 실종자 수색을 이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침몰 원인에 대해선 의문이 커지고 있다.

선박 추적 애플리케이션인 ‘베셀파인더’에 따르면, 이 요트는 지난 14일 시칠리아 밀라조 항을 출발해 다음 날인 19일 저녁 팔레르모 동쪽에서 마지막으로 위치가 확인됐다. 당시 선박의 상태는 ‘정박 중’이었다.

이 요트는 ‘용오름’이라고도 알려진 해상 토네이도를 만나 전복된 것으로 추정된다.

해저에 측면으로 누워 있는 상태의 베이시안호 상상도
BBC
대부분 온전한 상태로 50m 깊이의 해저로 침몰한 베이시안호

이탈리아에서 생각보다 흔한 ‘용오름’ 현상

목격자들은 베이시안호가 침몰하기 전 폭풍이 쳤는데, 이 때 용오름이 형성되는 모습을 봤다고 진술했다.

토네이도의 외형은 이미 익숙하다. 구름 끝부분이 지상에 닿은 바람 기둥은 파괴적인 위력을 뽐내며 회오리친다.

BBC 기상 뉴스에 따르면 용오름도 이와 비슷하지만, 지상이 아닌 해상에서 발생한다는 점이 다르다고 한다.

강한 바람 기둥의 중심부에서는 먼지, 파편 대신 수면에서 상승한 물 분무가 소용돌이친다.

토네이도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짧은 시간 내에 소멸하며, 좁은 기둥 형태로 기상 레이더에 잘 포착되지 않기에 보고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용오름이 만들어지는 과정
BBC

하지만 생각만큼 드문 현상은 아니다.

‘국제 용오름 연구 센터’에 따르면 지난 19일 이탈리아 연안에서만 용오름 현상 18건이 확인됐다고 한다.

북반구의 경우 해수 온도가 가장 높은 늦여름부터 가을까지 가장 흔하게 발생한다. 높은 해수 온도는 폭풍우 구름 형성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으로 인해 용오름이 더 빈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주 지중해의 해수면 온도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는 최근 발생한 폭풍우 발달을 자극했다.

베이시안호의 내부 구조 및 침몰 상상도
BBC

베이시안호의 돛대가 부러졌나?

베이시안호는 지난 2008년 이탈리아의 조선업체 ‘페리니’가 건조한 것으로, 2020년 마지막으로 개조됐다.

페리니사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베이시안호의 돛대는 무려 75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알루미늄 돛대라고 주장한다.

폭풍우 당시 근처에 정박해 있던 다른 요트의 선장인 카스텐 보너는 “매우 강한 허리케인 돌풍”이 불었다면서, 요트를 안정적으로 묶어두고자 사투를 벌여야 했다고 설명했다.

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 일간지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보너 선장은 베이시안 호의 돛대가 “굽혀졌다 꺾이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그러나 팔레르모 소방서 소속 잠수부 부대의 마르코 틸로타는 구조 작업 관련 소식을 전하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사고 요트는 비교적 온전한 모습으로 측면으로 누워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시안호 관련 정보
BBC

영국 ‘해양 수색 구조 위원회’의 매튜 생크 위원장은 돛대 파손 여부를 장담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생크 위원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순전히 추측이지만 현재 잠수부들로부터 얻은 증거에 따르면 사고 선박은 대부분 온전한 상태로 측면으로 누워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만약 돛대가 부러졌다면 그것은 보고될 만큼 중요한 일이었겠죠.”

그러면서 생크 위원장은 베이시안호에 일어난 일은 “기이하다”고 덧붙였다. “선박은 그러한 날씨에 항해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65~85 mph가 선박이 항해할 수 있는 최고 속도이며, 이것도 바람을 타고 갈 떄의 속도”라는 것이다.

“토네이도나 용오름을 뚫을 수 있게 설계되지 않았습니다.”

한편 ‘세일링 투데이’ 잡지의 샘 제퍼슨 에디터는 “해당 요트의 제작 방식, 즉 수밀격벽의 수 등이 사건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호화 요트 내부엔 대부분 에어컨이 설치돼 있는데, 그래서 밤에는 내부 온도를 시원하게 유지하고자 창문과 문을 닫아 놓습니다.”

새벽 4시~4시 5분 베이시안호의 마지막 흔적
BBC
새벽 4시~4시 5분 베이시안호의 마지막 흔적

기록적인 지중해 수온

서부 지중해 분지인 시칠리아섬 주변 해역에는 지난 6월 중순부터 극심한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 산하 기후 변화 서비스인 ‘코페르니쿠스’는 이 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지난 20년간 보통 이맘때의 평균 기온보다 4°C 높은 30°C를 돌파하는 날이 반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해양 과학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지난 15일 지중해 최고 해수면 온도 기록이 경신됐다고 확인했다.

전 세계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장 높은 하루 평균 기온 기록이 경신됐다.

과학자들은 급격한 기후 변화의 원인으로 기후 변화를 지적한다. 기온이 높아지는 가운데 바다가 이 열의 약 90%를 흡수하며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바다 수온의 기록이 경신된 이후 ‘영국 남극 연구소’의 마이크 메레디스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 모든 열이 바다로 흡수되고 있다는 점, 우리의 생각보다 더 빠르게 바다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점이 매우 우려된다”고 말한 바 있다.

수색 잠수부들의 모습
EPA
구조 당국에 따르면 한번 잠수할 때마다 10분씩 수색하는 등 사고 수역의 수심에서 잠수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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