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콘서트보다 치열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방청'...현장 분위기 어떨까
"제가 공연 티켓팅을 많이 해봤는데, 탄핵 재판이 더 치열한 것 같더라고요"
30대 콘텐츠 업 종사자 김산정(가명) 씨는 4일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방청 신청이 유명 케이팝 가수의 콘서트나 뮤지컬 티켓팅 경쟁 같았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오는 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리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에 3일 기준 총 9만6370명이 방청을 신청했다. 헌재가 일반 시민에 배당한 방청석은 20석으로 경쟁률은 약 4818대 1이 넘었다.
이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1만9096명이 방청을 신청해, 경쟁률이 796대 1이었던 것과 비교해도 훨씬 치열하다.
김 씨는 1일 방청 신청 공지를 본 뒤 즉시 신청했지만, 화면에 뜬 대기인 수에 깜짝 놀랐다. 동시 대기인 수만 4만 명을 넘었다.
"앞서 15번 넘게 계엄령 및 탄핵 관련 헌법재판소 재판 방청 신청을 해봤었는데 이런 대기인 수를 본 적은 처음이었어요. "
40대 중반의 강사 오미아 씨도 3번 시도 끝에 윤 대통령 탄핵 선고 방청 신청을 할 수 있었다. 오 씨는 윤 대통령 탄핵 찬반 양쪽 입장을 언론을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 헌재 재판 방청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제가 찬반 양쪽 입장을 살펴보고 토론을 교육하고 그런 일을 하는 이유도 있고요. 일부 언론이 집회를 거꾸로 보도하는 것을 보고 직접 내 눈으로 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이 외에도 중요한 현대사의 이정표인 만큼 이번 윤 대통령 탄핵심판 방청 신청을 했다는 이들도 있었다.
IT업계 직장인 윤소라 씨는 "반복돼서는 안 되는 역사의 한 장면이라고 생각해서 마지막이길 바라며, 가능하다면 꼭 그 자리에서 지켜보고 싶어서 신청하게 됐다"고 했다.
40대 주부 류지연 씨 역시 "집 근처에 큰 공연장이 있는데 최근 GD(지드래곤) 콘서트가 있었는데 그건 티켓팅 참여는 안 했지만, 이번 윤 대통령 선고 방청 신청은 대기를 하면서 해 봤다"고 했다.
"역사 현장에, 한 시민으로서 함께 하고 싶고 참여하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어요."
이들은 안타깝게도 20명 안에는 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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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청객들이 마주할 헌재 앞 분위기
4일 방청객들은 삼엄하고 긴장된 분위기를 뚫고 헌법재판소 건물 속으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오 씨는 앞서 지난 2월 5일 윤 대통령 5차 변론 기일 방청에 당첨돼 참여한 경험이 있다.
당시에도 헌재 앞은 시위대와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해 투입된 경찰 인력으로 가득했다.
"헌재 건물까지 들어가는 길이 참 험했습니다. 통행도 제대로 안 시켜주는 분위기니까 문을 도대체 찾을 수가 없었어요. 막혀있는 경찰 버스를 뚫고 경찰들에게 (헌재가 보낸) 방청 허가 문자를 보여주면서 물어가면서 길을 찾았고, 정문도 좁은 통로로 한 명씩 겨우 들어갔어요."
앞서 2월 19일 있었던 한덕수 총리 및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 변론기일 재판을 방청했었던 김산정 씨 역시 당시 현장의 엄청난 시위 인파와 경찰 인력에 놀랐다고 한다.
김 씨는 "그중에 어떤 분들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들으라는 듯이 욕설이 섞인 의견을 표출하는 모습도 보였다"라며 "뭔가 의견 일치 여부를 떠나서 기분이 좋지 않고 위축이 되면서 '집에 갈까'라는 생각도 잠깐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윤 대통령 탄핵 선고를 앞두고 3일 전체 경찰력의 절반을 동원하는 '을호비상'을 발령하고 헌재 주변에 대한 통제를 한층 더 강화했다.
인파가 몰릴 것에 대비해 지하철 안국역은 무정차 통과 중이고, 당일은 폐쇄할 예정이다.
카메라에 비치지 않는 현장
4일 윤 대통령 탄핵 재판 선고는 생중계된다. 양측의 공방이 아닌 최종 선고이기에 방청 시간은 30분 정도로 예상된다.
하지만 방청객들은 재판관들과 같은 공간 속에서 화면으로는 전해지지 않는 장면이나 분위기를 마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씨는 한 총리 변론기일 때 청구인, 피청구인과 더불어 헌법재판관들의 다양한 모습을 봤다.
그는 "아무래도 뉴스 보도는 중요한 발언이나 안건 위주로 나가다 보니,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재판 장내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고 했다.
"어떤 재판관은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분도 있고 한 재판관은 어떤 발언 때는 표정을 찡그리기도 하는 등 참 다양하더라고요."
그는 "당시 피청구인인 한덕수 총리가 시선을 그 어느 곳에도 두지 않고 책상 위 종이만 내려다봤는데, 반면에 탄핵소추위원인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피청구인을 뚫어져라 쳐다봤던 부분이 인상적이었다"고 회고했다.
윤 대통령 5차 변론기일에 참여했던 오미아 씨의 경우, 휴정 중간중간 대조되는 양측 변호인단의 반응이 기억에 남았다고 했다.
"민주당 쪽은 뭔가 쉬는 시간에도 웃으면서 인사하고, 악수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잘해' 이런 이야기들이 오갔다면, 대통령 변호인단 측은 한마디도 안 하더라고요. 좀 차분하다고 할까 피곤해 보이기도 하고 안쓰러운 분위기라고 할까요?"
그는 이어 "언론 인터뷰에서 보도됐었던 어떤 해당 내용 사건 시간이 실제 증인석에서는 다르게 언급되기도 하고, 어떤 증언은 오염되기도 한 것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고 했다.
역사적인 선고가 이뤄질 때 방청객들의 현장 반응도 주목된다. 지난 2017년 8월 21일 있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재판에서는 한 방청객이 끌려 나가는 일도 있었다.
당시 해당 방청객은 재판이 시작되자 "사기 탄핵이고 기획 탄핵"이라고 소리를 질렀고 추후 구치소에 10일간 수용되는 감치 처분을 받았다.
오 씨는 앞서 윤 대통령의 탄핵 변론 기일 때 여러 추임새나 반응이 방청객들의 입에서 나왔다고 했다.
"대부분 조용하셨지만 어떤 발언이나 변론에 대해 증인들이 '그건 대답할 수 없습니다' 등의 답변을 하면 각종 추임새나 '미쳤네'하며 진짜 욕설을 하는 분도 있었어요."
'방청 못하더라도 역사 현장 지켜볼 것'
4일 헌재 재판장 현장에서 방청하지 못하더라도 많은 시민이 선고를 실시간으로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3명의 자녀를 둔 류지연 씨는 "개인 일정도 잡혀있지만 취소하고 어떤 형식으로든, 실시간으로 선고를 보겠다"며 "조금 더 나은 사회를 물려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산정 씨 역시 "수많은 국민들이 그동안 거리에 섰다. 그리고 이제 결론이 나오는 날이고 이를 지켜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