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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보석 도난 사건'에 대해 알려진 모든 것

3시간 전

지난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프랑스 왕과의 귀중한 보석을 노린 대담한 절도 사건이 발생하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절도범들은 대낮에 공구를 사용하여 세계 1위의 방문객 수를 자랑하는 이 박물관에 침입하였으며, 이후 보석 8점을 들고 스쿠터를 타고 달아났다.

프랑스를 충격에 빠뜨린 이번 절도 범죄에 대해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을 정리했다.

도난 사건의 전말은?

진주와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화려한 티아라 클로즈업 사진
Alamy
나폴레옹 3세의 황후 외제니가 착용했던 진주와 다이아몬드 티아라

절도범들은 루브르 박물관이 관광객들에게 문을 연 직후인 오전 9시 30분경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 4명은 트럭에 장착된 기계식 승강기를 이용하여 '아폴론 갤러리'의 센강 쪽 발코니를 통해 내부로 진입했다.

범행 현장 사진에는 1층 창문으로 놓인 사다리 트럭이 포착되었다.

이 중 2명은 전동 공구를 사용해 유리 창문을 절단한 뒤 내부로 침입했다.

이후 이들은 경비원들을 협박하여 현장을 비우게 한 뒤, 보석이 전시된 진열장 2개의 유리를 절단했다.

프랑스 현지 언론은 예비 조사 결과, 범행이 일어난 곳의 전시관 3곳 중 1곳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프랑스 경찰은 범인들이 약 4분간 내부에 머물렀으며, 오전 9시 38분경 밖에 세워둔 스쿠터 2대에 나누어 타고 도주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왕가의 보석을 소장하는 루브르 아폴론 갤러리의 화려한 내부 모습
Getty Images
절도범들은 1층 창문까지 올라가 유리창을 절단하여 금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아폴론 갤러리 내부에 진입했다

프랑스 상원 '재정위원회'의 나탈리 굴레 의원은 프랑스에 "매우 고통스러운" 사건이라면서 프랑스인 "모두가 실망하고 분노하고 있다"면서 어떻게 "이토록 손쉽게 절도가 일어났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굴레 의원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아폴론 갤러리의 부분 경보장치가 최근 고장 난 상태였다면서, "왜 경보가 비활성화되어 있었는지는 조사가 끝나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문화부는 루브르 박물관 전체의 경보시스템은 작동 중이었으며, 직원들은 보안당국에 신고하고 방문객을 보호하는 등 정해진 절차에 따라 대응했다고 밝혔다.

범인들이 사용한 사다리 트럭 주변을 둘러싼 경찰들
Getty Images
절도범들은 센 강변 쪽에서 건물로 접근했다

프랑스 문화부는 절도범들이 박물관 밖에 세워둔 범행 차량에 불을 지르려 했으나, 박물관 직원이 신속하게 제지하여 막았다고 설명했다.

라시다 다티 문화부 장관은 현지 TF1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절도 장면을 담은 영상에는 복면을 쓴 범인들이 "침착하게" 내부로 진입하여 보석이 전시된 진열장을 부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숙련된" 범인으로 보이며, 스쿠터 2대를 나누어 타고 도망가는 등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건으로 다친 사람은 없다.

루브르와 아폴론 갤러리의 위치
BBC

현재 수사관 약 60명이 이번 사건에 투입되었으며, 검찰은 범죄 조직의 지시로 이루어진 사건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4명의 행방을 쫓는 추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수사팀은 도주 경로에 있던 CCTV 영상을 자세히 분석하고 있다.

한 목격자에 따르면 관람객들을 박물관에서 내보내는 과정은 "혼란 그 자체"였다고 설명했다.

이후 루브르 박물관 출입구가 금속 차단문으로 봉쇄된 사진이 공개되었다.

도난당한 보석은?

사파이어 티아라와 목걸이, 에메랄드 목걸이, 다이아몬드 왕관 사진
AFP via Getty Images
외제니 황후의 관(우측 상단)을 포함하여 2점은 이후 박물관 근처에서 발견되었다

당국에 따르면 티아라, 목걸이, 귀걸이, 브로치 등 총 8점이 사라졌다.

모두 19세기의 것으로, 프랑스의 왕족 혹은 통치자들이 소유했던 보석이다.

프랑스 문화부가 밝힌 사라진 소장품은 다음과 같다.

  • 외제니 황후(나폴레옹 3세의 부인)의 티아라 1점과 브로치 1점
  • 마리 루이즈 황후(나폴레옹 1세의 부인)의 초록색 에메랄드 목걸이 1점과 에메랄드 귀걸이 한 쌍
  • 마리아 아말리아 왕비(루이필리프 1세의 부인)와 오르탕스 왕비(나폴레옹 3세의 어머니)가 소유했던 파란색 사파이어 세트 중 티아라 1점, 목걸이 1점, 귀걸이 한 쌍 중 1점
  • '성유물 브로치'로 알려진 브로치 1점

모두 다이아몬드 수천 개와 각종 귀중한 보석으로 장식된 유물들이다.

수사 당국은 절도범들이 외제니 황후의 왕관 또한 훔쳤으나, 도주 중 떨어트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해당 왕관은 도주 경로에서 손상된 채로 발견되었다.

로랑 누네즈 프랑스 내무장관은 도난당한 보석들에 대해 "차마 값을 매길 수" 없으며, 어마어마한 문화재적 가치"를 지닌 보물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도난당하거나 약탈당한 미술품을 찾아 회수하는 전문 기업인 '아트 리커버리 인터내셔널'의 크리스 마리넬로 CEO는 "지금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면서 티아라 등은 쉽게 분해되어 조각 단위로 판매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리넬로 CEO는 절도범들이 "이 유물들을 원형 그대로 두진 않을 것"이라면서 "아마도 분해하여 금속은 녹이고 보석은 재가공해 범죄 증거를 없애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보석들을 원형 상태로 판매하기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올해 초 루브르 측은 노후화된 전시관 복원 및 소장품 보호 강화를 위해 프랑스 정부에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당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뉴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루브르 리모델링을 약속했다. 해당 사업은 7~9억유로(약 1조1600억~1조4000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정되며, 박물관 보안 강화 조치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번 사건에 대한 반응은?

이번 절도 사건으로 프랑스 정치인들도 분노하고 나섰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 역사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했으며, '국민연합'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는 "참을 수 없는 수치"라고 표현했다. 마찬가지로 '국민엽합'의 마리 르펜은 "프랑스인의 영혼에 남은 상처"라고 지적했다.

비슷한 도난 사건이 과거에도 있었나?

1911년, 당시에는 별로 유명하지 않았던 '모나리자'를 이탈리아의 어느 박물관 직원이 조용히 떼어내어 코트 속에 숨겨 가져갔다.

모나리자는 2년이 지난 뒤에야 회수되었는데, 이후 범인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은 프랑스가 아닌 이탈리아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에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오늘날 모나리자를 노린 도난 시도는 훨씬 줄어들었다. 루브르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가 된 이 그림은 현재 두꺼운 방탄유리로 싸여 있다.

1998년에는 19세기 프랑스의 화가 장바티스트 카미유 코로의 작품인 '르 슈맹 드 세브르'가 도난당했는데, 아직까지도 찾지 못하고 있다. 해당 사건으로 인해 루브르는 대대적으로 보안 체계를 정비했다.

한편 최근 프랑스 내 박물관들을 겨냥한 도난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프랑스 중서부 리모주 소재 '아드리앙 뒤부셰 박물관'에 절도범들이 침입하여 950만유로 상당의 도자기 작품들을 훔쳤다.

2024년 11월에는 파리 소재 '꼬냑제이 박물관'에서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큰" 작품 7점이 도난당했는데, 이 중 5점은 며칠 전 회수되었다.

같은 달, 프랑스 동부 부르고뉴의 '히에론 박물관'에서는 무장 강도들이 총격을 가한 뒤 수백만 파운드 상당의 20세기 작품들을 훔쳐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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