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캄보디아 범죄 가담 한국인 최대 2천명'...수사 진행 상황은?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된 혐의로 지인을 현지 조직에 넘긴 20대 피고인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는 22일 국외이송유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신 모 씨에게 징역 10년을, 함께 재판에 넘겨진 박 모 씨와 김 모 씨에게 각각 징역 5년과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들은 피해자 A씨가 사기 범행 가담을 거절하자 "캄보디아 관광사업 추진을 위해 계약서를 받아오면 채무를 탕감해 주겠다", "2주간 고급 호텔에서 머물다 오면 된다"고 속여 출국을 유도한 뒤, 현지 범죄조직에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긴 채 캄보디아와 베트남 국경 인근 범죄단지에서 약 23일 동안 감금된 뒤, 숙박업소를 찾은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 직원의 도움으로 탈출했다.
검찰은 보완 수사를 통해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직접 조직에 인계한 사실을 확인하고, 국외이송유인 및 피유인자국외이송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송환자 수사 진행 중…대부분 구속
이번 판결은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조직이 연루된 국내 송환자 수사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나왔다. 경찰은 캄보디아에서 송환된 64명 중 이미 구속된 1명을 제외한 59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검찰은 이 중 1명을 반려하고 58명에 대해 영장을 청구했다.
이 가운데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48명 전원이 구속됐다. 구속된 피의자 중 45명은 충남경찰청이, 나머지 3명은 경기북부경찰청, 대전경찰청, 경기 김포경찰서가 각각 수사를 맡고 있다.
송환자들은 캄보디아 범죄단지에서 중국계 조직의 지시에 따라 로맨스 스캠, 보이스피싱, 리딩방 사기 등 각종 범죄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충남경찰청과 경기북부경찰청을 집중 수사기관으로 지정하고 범행 가담 정도, 실제 감금 여부, 강압 수단 존재 여부 등을 조사 중이며, 피의자들이 캄보디아로 이동하게 된 과정과 범죄조직 구조, 해외 공범 연계 여부도 추적하고 있다.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지난 2년간 현지에서 접수된 납치·감금 신고 중 약 100건이 미해결 상태다.
주캄보디아 대사관은 22일(현지시간) 프놈펜 현지 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023년 신고는 20명에 못 미쳤으나 지난해 220명, 올해는 8월까지 330명 등 폭증세"라며 "지난 2년간 신고된 550건 중 450건이 해결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캄보디아 범죄단지 납치·감금 신고 사례 중 약 450명은 구조되거나 풀려났지만 100명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은 셈이다.
한편,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회의에서 캄보디아 현지 범죄단지에 가담한 한국인이 약 1000~2000명 규모로 추정된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현지 범죄단지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근거로 이 같은 추정을 제시했으며, 해당 스캠 단지가 총 50여 곳, 종사자 규모는 약 20만 명으로 분석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을 비롯한 다국적 범죄조직이 유입되면서 카지노 중심 자금세탁 구조가 대규모 스캠 범죄로 고도화됐으며, 이 과정에서 한국인 가담자도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단지 운영 주체로 지목된 '태자단지(Prince Group)'가 국내 활동과 연계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첩보를 분석 중이며, 범죄 정황이 확인될 경우 즉각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또한 해외 실종자 수색을 위한 전담팀(약 40명 규모)을 구성했으며, 고액 취업을 미끼로 한 유인 광고 게시 또는 이를 방조한 행위에 대한 처벌도 검토하고 있다.
국정원은 현지 스캠 조직을 '원점 타격'하기 위해 대응 인력을 대폭 보강했으며, 캄보디아 수사당국과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오스를 거점으로 국내에서 보이스피싱 중계기를 공급한 조직을 적발했으며, 국내에서 제작된 악성 앱이 캄보디아 스캠 조직에 제공되는 사례도 차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일부 한국인이 '대포통장을 만들어 조직에 전달하면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제안에 속아 가담하는 사례가 확인됐으며, 조직은 통장을 회수해 국내 송금된 자금을 인출하지 못하도록 억류하는 수법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스캠 조직은 무장 경비원을 배치해 단속을 회피하고 있으며, 연루될 경우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며 청년들의 캄보디아 방문 자제를 강력히 당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국가적 위기 수준"으로 규정하고, 국정원에 '발본색원' 지시를 내렸다. 대통령 지시에 따라 정부는 지난 13일 신속대응팀을 현지에 급파해 우리 국민 송환과 대캄보디아 공조 활동을 지원 중이다.
국정원은 미국, 영국, 중국, 일본, 호주 등과 공조해 프린스그룹 등 배후 조직의 자금줄 차단에 나설 계획이며, 국내에서도 해당 조직과 연계된 인력에 대한 증거 수집과 수사를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외교부는 여권 무효화, 법무부는 출국금지, 경찰청은 인터폴 적색수배 등을 통해 구조된 한국인이 재가담을 목적으로 재출국하는 사례를 원천 차단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