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네비게이션 검색 본문 바로가기

NASA 최초의 '여성 우주선장'… '저 여자 실수했네' 듣지 않고자 노력했습니다

3시간 전
아일린 콜린스
Tony Jolliffe/ BBC News
아일린 콜린스는 아주 어릴 적부터 우주비행사가 되길 꿈꿨다

아일린 콜린스는 유리천장을 깨부수고 치열하게 나아간 우주 비행사이다.

여성 최초로 우주선을 조종하고 지휘하며 역사를 새롭게 썼다.

그런데 이토록 놀라운 업적을 세웠음에도 여전히 콜린스의 이름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현재, 언제나 낯선 길을 개척해 온 그의 여정을 담은 장편 다큐멘터리 '스페이스우먼'을 통해 더 많은 이들에게 이 여성 우주 선장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취재진은 런던 과학 박물관에서 콜린스를 만났다. 부드럽고 진솔한 말투로 온화한 인상을 주지만, 곧 얼마나 결단력과 집중력이 강한지 느낄 수 있다. 분명 내면은 강철처럼 단단하다.

콜린스는 "9살쯤 되었을 때, 잡지에서 '제미니 계획'에 참여하는 우주비행사들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그때 이 일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일이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 생각했다"며 말을 꺼냈다.

"물론 당시에는 여성 우주비행사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제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발사 중인 우주 왕복선
NASA
NASA의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은 30년 동안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 어린 소녀의 꿈은 훨씬 원대했다. 콜린스는 우주선의 조종석에 앉고 싶었다.

그 꿈을 이룰 유일한 길은 군에 입대해 시험조종사가 되는 것이었다.

콜린스는 공군 입대 후 두각을 나타냈고, 우주비행사 프로그램에도 선발되었다. 그렇게 미 항공우주국(NASA)의 재사용 가능한 "우주 비행기"인 우주왕복선(Space Shuttles) 조종 임무를 맡았다.

콜린스 또한 1995년 첫 임무를 수행할 당시 전 세계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음을 느꼈다.

"우주왕복선을 조종하는 최초의 여성이었기 때문에 특히 열심히 노력했다"는 그는 "사람들로부터 '저거 봐, 저 여자 실수했네'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이는 단순히 제 개인의 일이 아니라 저를 따를 여성들에 대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여성 조종사들은 정말 잘해'라는 평판을 얻고 싶었습니다."

3살 난 브리지트와 우주복을 입고 있는 콜린스의 모습
Eileen Collins
콜린스와 어린 딸 브리지트

콜린스는 훌륭히 해내며 우주 선장으로 승진하였고, 그렇게 또 하나의 기록을 세웠다.

한편 그는 두 아이의 어머니이기도 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는 그가 워킹맘이자 아내라는 사실이 자주 거론되었다. 일부 기자들은 콜린스가 이 두 역할을 모두 해낼 수 있다는 점에 놀라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콜린스는 엄마와 우주 선장 역할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직업 2가지"라고 말한다.

콜린스는 웃으며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부모 역할이 우주 선장보다 더 어렵다"고 했다.

"제가 지휘관으로서 받은 최고의 훈련은 바로 부모가 되는 경험이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안 된다고 말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죠."

우주선 잔해를 조사 중인 모습
NASA
비극적인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공중 분해 사고 이후 대대적인 조사가 시작되었다

한편 NASA의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은 30년간 운영되며 눈부신 성취를 이루었으나, 때로는 참담한 사고도 있었다.

1986년에는 우주선 '챌린저'호가 발사 직후 치명적인 고장을 일으키며 승무원 7명 전원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2003년에는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임무를 마치고 귀환하던 중 텍사스 상공에서 분해되며 역시 승무원 7명이 전원 사망했다. 발사 도중 우주왕복선 연료탱크의 단열 폼 조각이 떨어져 열차폐막이 손상되면서 일어난 비극이었다.

이로 인해 우주왕복선은 지구 대기권 재진입 시 발생하는 극한의 열을 견디지 못하고 산산조각 났고, 전 세계가 공포에 떨며 이 모습을 지켜보았다.

콜린스는 해당 사건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날 소중한 동료들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선장으로서 콜린스는 마음을 추슬러야만 했다. 다음 임무가 그의 손에 달려 있었다.

그때 그만두고 싶진 않았을까.

이에 콜린스는 나직한 목소리로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의 모든 사람들이 선장이 책임을 다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임무 포기는 용감함의 정반대라고 생각했습니다 … 저는 용감한 리더가 되고 싶었습니다. 자신감 있는 리더가 되고 싶었죠. 그리고 그 자신감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2005년 마침내 콜린스가 이끄는 우주왕복선이 마침내 하늘로 향했을 때, 악몽이 재현되는 듯했다. 발사 도중 폼 조각이 떨어진 것이다.

그래도 이번에는 손상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계획이 마련된 상태였다. 그러나 이는 우주 역사상 가장 위험한 조종술을 펼쳐야 한다는 의미였다.

콜린스는 국제우주정거장(ISS) 아래에서 우주선을 360도 회전시키며 조종해야 했다. 이를 통해 ISS에 있는 동료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선 하부를 촬영하고, 열차폐막이 손상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콜린스는 "엔지니어들과 관리자들은 너무 위험하다며 불가능하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전 이들의 토의 내용을 들었고, 또 그들도 제가 선장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우리가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우주선 내부의 콜린스
NASA
콜린스는 중압감 속에서도 침착함과 평온함을 잃지 않았다

콜린스는 단단히 조종간을 잡고, 차분한 목소리로 교신하며 우주선을 천천히, 매끄럽게 공중에서 회전시켰다. 그렇게 우주선 하부가 드러나자 손상 부위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었고, 우주유영(EVA)을 통해 수리할 수 있었다.

이 덕분에 콜린스와 동료 우주비행사들은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다.

이는 콜린스의 마지막 비행이었다. 사실 언제나 4번째 임무를 끝으로 은퇴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다른 이들에게도 우주로 갈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그리고 지금껏 콜린스는 수많은 후배 우주비행사가 자신의 발자취를 따르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렇다면 별을 꿈꾸는 어린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은 무엇일까.

콜린스는 냉철한 표정으로 "숙제를 열심히 하고,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듣고, 수업도 열심히 듣고, 책을 많이 읽어라. 그래야 집중력을 기를 수 있다"고 했다.

콜린스를 따라 우주비행사가 된 이들이라면 그가 단순히 여성으로서가 아니라 얼마나 뛰어난 조종사이자 선장이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콜린스는 우주비행사로서의 커리어를 마무리한 것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번 내린 결정이기에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우주선에 좌석 하나가 남는다면 혹시 도전해 보고 싶진 않을까. 이 질문에 콜린스의 눈빛에는 아쉬운 듯한 빛이 스쳤다.

"네, 언젠가 임무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할머니가 되어도 기회가 된다면 다시 우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BBC NEWS 코리아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