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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곧 새로운 5개년 계획 발표… 지금까지 세계에 미친 영향은?

4시간 전
2025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6주년을 기념하는 ‘국경절’을 맞아 천안문 광장에 놀러 온 어린이
AFP via Getty Images

중국 최고 지도자들이 이번 주 베이징에 모여 향후 국가의 핵심 목표와 비전을 결정할 예정이다.

중국 내 최고 정치 기구인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오는 20일부터 제4차 전원회의를 열고 중국의 차기 5개년 계획의 토대를 논의할 예정이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 경제의 2026~2023년 청사진이라 할 수 있다.

전체 계획은 내년에야 공개되겠으나, 오는 22일 일부 내용을 밝힐 가능성도 있으며, 과거처럼 일주일 안에 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발표할 수도 있다.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의 중국 정치 전문가 닐 토마스 연구원은 "서방 국가들의 정책은 선거 주기에 따라 움직이지만, 중국의 정책은 계획 주기에 따라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5개년 계획은 중국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명시하고, 지도부가 향하고자 하는 방향을 시사하며, 국가 자원을 미리 정해둔 분야로 집중시킨다"고 했다.

양복 차림의 관료 수백 명이 모여 악수하고 계획을 세우는 모습이 겉보기에는 지루해보일 수 있으나, 지금껏 역사를 통해 이들이 내린 결정이 세계에 종종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음을 알 수 있다.

중국 5개년 계획이 세계 경제를 재편한 3번의 순간을 살펴보았다.

1981~84: '개혁과 개방'

중국이 경제강국을 향한 여정을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그 시점을 정확히 딱 집어내긴 어렵지만, 공산당 내부에서는 흔히 1978년 12월 18일을 꼽는다.

그전까지 약 30년간 중국 경제는 국가가 철저히 통제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소련식 중앙 계획 경제는 번영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국민 대다수가 여전히 가난에 허덕였다.

당시 중국은 마오쩌둥의 파괴적인 통치 여파에서 여전히 회복 중이었다. 중국공산당의 창시자인 그가 국가 경제와 사회를 재편하고자 주도한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으로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렇게 1978년 12월 18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11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원회의에서 새 지도자 덩샤오핑 주석은 자유시장 경제 요소를 일부 받아들여야 할 때가 왔다고 선언했다.

그의 '개혁 및 개방' 정책은 1981년 시작된 다음 5개년 계획의 핵심이 되었다.

자유 무역 특별 경제구 신설 및 이를 통한 외국인 자본 유치 등은 중국인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중국 1979년 1월 워싱턴 D.C.에서 서명하는 덩샤오핑과 지미 카터
Getty Images
덩샤오핑 주석은 경제 개방 정책의 일환으로 1979년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과의 기념비적인 협정도 체결했다

토마스 연구원은 중국은 이 5개년 계획의 목표를 매우 확실하게 달성했다고 말한다.

"오늘날 중국은 1970년 사람들의 상상조차 뛰어넘는 수준으로 발전했으며, 국가적 자존심을 회복하였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강대국으로 올라서며 입지를 공고히 했다"는 것이다.

한편 중국의 이러한 변화는 세계 경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었다. 21세기에 이르러 서방 세계의 제조업 일자리 수백만 개가 중국 연안 지역에 새롭게 지어진 공장으로 이동했다.

경제학자들이 '차이나 쇼크(중국발 충격)'라고 부르는 이러한 변화는 오늘날 유럽과 미국의 옛 산업 지역에서 포퓰리즘 정당이 부상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일례로 관세와 무역 전쟁으로 대표되는 도널드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의 정책은 지난 수십 년간 중국으로 넘어간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를 되찾기 위한 시도이다.

2011~15: '전략적 신흥 산업 육성'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세계의 공장이라는 지위를 한층 더 굳건히 했다. 그러나 21세기로의 전환기에서 중국공산당 지도부는 이미 다음 행보를 구상하고 있었다.

이들은 중국이 '중진국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개발도상국이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며 중진국 단계에는 도달하였으나, 더 이상 값싼 노동력에 의존한 경쟁력도 유지하기 어렵고, 동시에 기술 혁신을 이루거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할 역량도 갖추지 못하여 선진국으로 도약하지 못하고 정체에 빠지는 현상을 뜻한다.

따라서 중국에는 단순한 저가 제조업에 머무르지 않고 이른바 "전략적 신흥 산업"을 모색하고 나섰다. 2010년 처음 공식화된 용어로, 중국 지도부는 전기차, 태양광 패널과 같은 친환경 기술 육성에 주목했다.

서방 사회에서 기후 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중국은 이 신산업에 전례 없는 규모의 자원을 투입했다.

그렇게 오늘날, 중국은 전 세계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분야에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확고한 리더로 자리 잡았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첨단 제품 생산에 필요한 희토류 공급망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 인공지능(AI) 기술에도 필수적인 희토류 자원에 대한 장악력을 바탕으로 중국은 국제 사회에서 그 영향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 희토튜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전 세계를 인질로 잡고자 한다"며 강하게 반발한 배경이다.

'전략적 신흥 산업'이 명시된 건 2011년 발표한 5개년 계획안이지만, 이미 2000년 초 후진타오 당시 주석은 친환경기술을 경제 성장과 지정학적 권력의 잠재적 동력으로 인식한 바 있다.

토마스 연구원은 "경제적으로, 기술적으로 자립하여 행동의 제약에서 벗어나겠다는 중국의 열망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면서 "이는 중국공산당 이념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2021~2025: '고품질 발전'

이를 통해 최근 들어 중국의 5개년 계획이 왜 이른바 '고품질 발전'에 집중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2017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공식 도입한 개념이다.

이는 첨단 기술 분야에서 최전선에 뛰어들어 미국의 지배력에 도전한다는 의미다.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이나 거대 통신 기업 '화웨이', 심지어 인공지능 모델 '딥시크' 등은 모두 21세기 중국 기술 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그러나 서방 국가들은 이를 점점 더 자국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인기 있는 중국 기술에 대해 제한 혹은 금지 조치를 가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 수백만 명에게 영향을 미쳤으며, 격렬한 외교적 마찰도 촉발했다.

시진핑 주석
Grigory Sysoev/RIA Novosti/Pool/Anadolu via Getty Images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의 5개년 계획은 '고품질 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은 '엔비디아'사의 첨단 반도체 등 미국의 혁신 기술을 활용해 자국의 기술 혁신을 이어왔다.

그러나 이제 미 당국이 이러한 첨단 기술 제품에 대한 대중 수출을 금지하면서 '고품질 발전' 목표는 '새로운 질적 생산력'으로 변하고 있다. 이는 2023년 시 주석이 제시한 새로운 용어로, 국가 자부심 증진 및 국가 안보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을 반도체 제조, 컴퓨팅, AI 분야 등 최첨단 기술 분야에서 우위를 차지하여 더 이상 서방 기술에 의존하지도, 이들의 제한 조치에도 끄떡없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특히 최첨단 혁신 분야를 중심으로 전 분야에 대한 자급자족은 차기 5개년 계획의 핵심 원칙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토머스 연구원은 "이제는 국가 안보와 기술적 독립이 중국 경제 정책의 핵심 사명이 되었다"고 했다.

"이는 다시는 외세를 지배받지 않겠다는, 중국의 공산주의를 떠받치는 민족주의적인 과제로 다시 한번 귀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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