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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사막으로 영양분을 옮기는' 세상 가장 희귀한 하이에나

4시간 전

황량한 나미브 사막에 사는 신비한 하이에나로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작가상'을 수상한 이 사진엔 숨겨진 뒷이야기가 있다.

오래 전 사람들이 떠난 다이아몬드 광산 마을 콜만스코프는 밤이 되면 정적이 흐른다. 아프리카 남부 나미비아의 대서양 연안 근처에 위치한 이 20세기 초 정착지의 모래로 가득한 건물을 보러 온 관광객들은 밤이 되면 모두 숙소로 돌아간다. 그런데 이 황량한 거리에 뜻밖의 움직임이 포착된다. 모래에 반쯤 파묻힌 건물과 골목 사이를 갈색 하이에나가 어슬렁거리는 것이다.

하이에나가 나타나자 눈부신 섬광이 터진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야생동물 사진작가 윔 반 덴 헤버가 10년간 이어온 작업이 마침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촬영된 사진이 런던 자연사박물관이 주관하는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작가상'에서 그랑프리상을 수상했다. 사진의 구도뿐 아니라 피사체 또한 흥미롭다.

갈색 하이에나는 전 세계 하이에나 중 가장 희귀한 종으로 꼽힌다.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적응력을 지닌 이 동물은 나미비아의 버려진 다이아몬드 광산 마을을 서식지로 삼았다.

반 덴 헤버는 전 세계를 돌며 자연을 촬영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매년 한 차례씩 나미브 사막을 찾고 있다. 사막을 처음 방문했을 때부터 그는 밤마다 갈색 하이에나가 마을을 배회한다고 확신했다. "마을 곳곳에서 하이에나의 배설물과 발자국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 확신을 바탕으로 폐허가 된 마을이라는 인상적인 배경 속에서 하이에나를 사진에 담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하이에나를 포착하기 위해 반 덴 헤버는 여러 방법을 시도했다. 마침내 마을이 완전히 텅 비는 새벽 2시부터 3시 사이에 콜만스코프로 들어가 카메라 트랩을 설치하기로 했다. 그러나 작업은 쉽지 않았다. 갈색 하이에나는 경계심이 매우 강하고 주로 야간에 활동하기 때문이다. 그는 수년간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잠깐 하이에나를 볼 수 있었을 뿐이고, 그마저도 대부분은 반대 방향으로 달아나는 뒷모습이었다.

나미브 사막의 혹독한 환경도 사진 촬영을 어렵게 만들었다. 이곳은 동풍이 불면 밤사이 모래가 1미터 높이로 쌓여 장비를 뒤덮는다. 그는 "한두 해는 카메라가 완전히 망가져 버린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반대로 바다에서 서풍이 불면 짙은 안개가 밀려와 "하이에나를 찍어도 너무 흐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카메라 트랩을 설치할 위치를 정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그는 하이에나가 버려진 마을을 오가는 경로를 상상하며 "이 마을을 이동하려면 반드시 이 평지를 통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타이밍만 정확히 맞춘다면 하이에나와 저 집을 하나의 프레임에 담을 수 있겠다고 판단했죠. 그래서 그 구도를 선택하고 카메라를 배치했습니다."

이후로는 오랜 기다림뿐이었다. 콜만스코프를 처음 찾은 지 10년이 흘렀다. 그동안 그의 카메라 트랩은 몇 마리의 자칼을 포착했지만, 갈색 하이에나는 한 번도 제대로 찍히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예상했던 지점으로 하이에나가 걸어 들어온 것이다. "그날 밤 제 카메라는 세 번 작동했습니다. 첫 번째는 제가 현장에서 테스트를 할 때였고, 두 번째는 아무것도 찍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세 번째 촬영에서 하이에나가 찍혔죠."

그는 카메라에 포착된 장면을 처음 봤을 때 눈물이 날 뻔했다고 말했다. "제가 상상했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이 시도를 시작한 첫날부터 담고 싶었던 바로 그 장면이었죠. 그 모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얻고자 했던 결과물이었습니다."

현재 아프리카 남부 지역에는 약 4370마리에서 1만 110마리 정도의 갈색 하이에나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콜만스코프에서 약 12km 떨어진 뤼데리츠 마을에서 갈색 하이에나 연구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마리 르메를은 이 종이 "준위협종"으로 분류되지만 개체수는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르메를은 "갈색 하이에나는 매우 신출귀몰한 종"이라며 "사람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서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은 매우 조용한 동물이다. 널리 알려진 얼룩하이에나가 멀리까지 울려 퍼지는 독특한 울음소리를 내는 반면, 갈색 하이에나는 거의 소리를 내지 않는다. 르메를은 "이 동물이 텐트 옆을 지나가도 소리로는 전혀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다"며 "다음 날 아침 발자국을 보고서야 다녀갔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콜만스코프와 뤼데리츠는 뉴저지 주 크기의 국립공원 안에 위치해 있다. 1908년 이 지역은 다이아몬드 채굴을 위해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됐다. 지금은 그때만큼 엄격하지는 않지만, 르메를은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자연 상태가 잘 보존된 몇 안 되는 장소 중 하나"라고 말했다.

갈색 하이에나는 이 지역의 최상위 포식자로, 주로 해안가에서 새끼 물개를 사냥한다. 르메를은 "이 동물은 혹독하고 영양분이 부족한 사막 환경에 양분을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인적이 끊긴 광산 마을은 나무 한 그루 없는 사막 지형에서 하이에나가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안식처가 된다. "하이에나는 이런 낡은 건물을 은신처로 선호합니다."

이곳에서 약 30km 떨어진 또 다른 버려진 광산 마을에서는 하이에나 한 마리가 낡은 건물의 지하실에서 새끼를 낳기도 했다. 르메를은 "그 건물엔 부엌이 있었고, 바닥과 벽에는 파이프가 연결돼 있었는데 하이에나는 그중 한 파이프를 이용해 새끼를 낳았다"고 말했다. "지금도 그 하이에나는 낡은 파이프와 인간이 만든 구조물을 굴처럼 사용하고 있습니다."

르메를은 낡은 정착지가 하이에나에게 유용하긴 하지만, 새로운 개발과 도로 건설은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이에나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가 도로에서 차량에 치이는 사고다. 공원 밖에서는 인간과의 갈등도 존재한다. 많은 농부들이 하이에나를 해로운 동물로 여기기 때문이다.

"하이에나에 대한 평판은 전반적으로 좋지 않습니다." 르메를은 "갈색 하이에나는 가축을 거의 사냥하지 않는데도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하이에나가 추하고 악취 나는 해로운 동물이라는 인식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죽은 동물을 먹어치우는 청소동물로서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썩은 사체를 제거해 질병 확산을 막고 생태계를 정화하죠."

자연사박물관의 동물학자 나탈리 쿠퍼는 반 덴 헤버의 사진이 하이에나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사진은 인간과 야생동물이 모두 자연의 일부임을 일깨워주고, 우리가 그들과 공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그는 또한 "이런 사진이 자연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 격차를 메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인간 활동으로 인해 전 세계 생물 다양성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 의미를 체감하지 못한다. 쿠퍼는 "좋은 사진은 그런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년간의 노력을 되돌아보며 반 덴 헤버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 사진 한 장에 엄청난 노력을 쏟은 제 자신을 보면 웃음이 납니다. 그것을 엄청난 헌신이라 해야 할지, 아니면 제가 정말 바보인지 잘 모르겠네요."

그가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작가상' 그랑프리를 수상한 것을 보면, 분명 후자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 작업이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언제나 새롭게 더해질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반 덴 헤버는 말했다. "하이에나가 물개 새끼를 입에 물고 있는 사진일 수도 있고, 윙크를 하고 있는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두 마리의 하이에나일 수도 있고, 사진 속에서 뛰어다니고 있을 수도 있죠. 그래서 사진작가들은 늘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시도를 이어갑니다. 결코 만족하지 않는 사람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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