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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통화 후 젤렌스키 만난 트럼프…토마호크 지원엔 신중

6시간 전
젤렌스키와 악수를 하는 트럼프 대통령
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둔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회담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요청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제공에 대해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담 후 "장거리 미사일에 대해 논의했지만, 미국이 확전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관련 발언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키이우와 모스크바가 현재 위치에서 멈추고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트럼프-젤렌스키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전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조만간 헝가리에서 직접 만날 계획을 밝힌 직후에 이뤄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토마호크 미사일을 활용해 러시아의 석유·에너지 시설을 타격할 경우 푸틴의 전쟁 경제를 크게 약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회담에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그들이 그 미사일을 쓸 필요가 없기를 바란다. 토마호크를 생각하지 않고도 전쟁을 끝낼 수 있기를 바란다"며 "미국도 그 무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사일을 보내는 것은 확전이지만, 우리는 그 문제를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BBC가 '토마호크 문제가 푸틴 대통령의 회담 제안을 이끌어낸 것이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미사일)에 대한 위협은 좋은 것이다. 하지만 그런 위협은 항상 존재한다"고 답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담에서 토마호크 미사일을 받는 대가로 우크라이나의 드론을 제공할 수 있다고 제안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평화협정 1단계를 성사시키는 데 기여한 점을 언급하며, 그 모멘텀을 이어 러시아의 전쟁을 끝내는 데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 직후 밖에서 한 기자가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와의 부다페스트 회담을 통해 진정한 협상을 원한다고 보느냐, 아니면 시간을 벌려는 것이냐고 묻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어 "우크라이나가 토마호크를 보유할 가능성 때문에 러시아가 두려워하고 있다. 매우 강력한 무기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토마호크 지원에 대해 더 낙관적으로 돌아가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현실적으로 본다"고 답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후 SNS '엑스(X)'에 글을 올려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내용을 유럽 정상들과 공유했다"며 "현재 최우선 과제는 가능한 많은 생명을 지키고,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보장하며, 유럽 전체의 결속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며칠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토마호크 미사일 판매에 대해 비교적 열린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그러한 조치가 미·러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후 "큰 진전이 있었다"며, 양측이 조만간 헝가리에서 대면 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 동석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나란히 앉은 자리에서 "푸틴과 젤렌스키 사이에는 좋지 않은 감정(bad blood)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불편하지 않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다"며 "3자 간 논의가 필요하긴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별도의 만남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결국에는 세 지도자가 한자리에 모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중순 이후 처음 이뤄진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가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하며 "워싱턴과 모스크바의 실무팀이 다음 주 회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8월 알래스카에서 열린 대면 정상회담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전쟁 종식을 위한 포괄적 평화협상에 나서도록 설득하길 기대했지만, 당시 회담은 결정적인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

이후 며칠 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유럽 지도자들과의 회의 도중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며 다시 통화를 이어갔다.

한편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에서는 지난달 러시아 미사일 공격으로 가게가 완전히 파괴된 한 부부가 복구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BBC는 17일(현지시간) 이 부부를 만나 그들의 심경을 전했다.

가게 주인 볼로디미르 씨는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 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자 "모든 지원에 감사한다"고 말하던 중, 갑자기 말을 멈추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잠시 자리를 비켜선 뒤 한참을 숨을 고르고 나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

"진실과 민주주의는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모든 테러와 악은 사라질 거예요. 우리는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습니다.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그들이 우리를 그냥 내버려 두길 바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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