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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철의 여인' 꿈꾸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누구인가?

4시간 전
지난 4일 열린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한 다카이치 사나에 후보의 모습
Getty Images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를 존경하며, 일본의 '철의 여인'이 되고 싶다고 말해온 여성 정치인 다카이치 사나에(64)가 21일 치러진 역사적인 총리 지명 선거에서 승리하며 일본 헌정사상 첫 여성 총리가 되었다.

집권당인 자민당이 연립 정권 붕괴 위기를 극복하고 전격적으로 합의를 도출한 결과다.

전직 장관이자 TV 진행자였고, 한때는 헤비메탈 밴드의 드러머이기도 했던 그는 이제 수많은 중요한 과제들을 마주하게 됐다. 지지부진한 경제, 끊임없는 물가 상승과 정체된 임금에 시달리는 가계, 낮은 출산율, 고조되는 지정학적 긴장 등 감당해야 할 과제가 그의 앞에 놓여 있다.

아울러 흔들리는 미-일 관계를 조율하고, 이전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 맺은 관세 협정도 이행해야 한다.

다카이치는 1961년 나라현에서 회사원인 아버지와 경찰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성장 배경만 놓고 보면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한때 열렬한 헤비메탈 드러머였던 그는 격렬한 연주 도중 드럼 스틱을 부러뜨리는 일이 많아 항상 많은 스틱을 가지고 다녔던 것으로 유명했다. 또한 스쿠버 다이버이자 자동차 마니아이기도 했는데, 그가 아끼던 토요타 수프라는 현재 나라현의 한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자민당 총재 선거 후 총재 사무실에서 촬영한 다카이치의 사진
Getty Images

정계 입문 전, 그는 짧은 기간 TV 프로그램 진행자로 일하기도 했다.

그의 정치에 대한 관심은 미국과 일본 간의 무역 마찰이 최고조에 달했던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싹텄다. 다카이치는 일본에 대한 미국의 인식을 이해해보고자 당시 일본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으로 유명했던 미국의 패트리샤 슈로더 민주당 소속 의원실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다카이치는 미국 측 인사들이 한・중・일의 언어와 요리를 혼동하는 모습, 일본이 언제나 중국과 한국과 함께 묶이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리고 "일본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다면, 일본의 운명은 피상적인 미국의 의견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다카이치는 1992년 무소속으로 첫 의원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여 1년 뒤 당선돼 1996년 자민당에 합류했다. 그 이후로는 단 한 차례만 낙선했을 뿐 10번이나 당선되며, 당내에서도 가장 거침없이 보수적인 의견을 내는 인물 중 하나로 명성을 쌓았다.

또한 경제안보상(장관), 경제산업성 부대신(차관급), 최장기 재임 기록을 세운 총무상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2021년, 다카이치는 처음으로 자민당 총재 경선에 출마했으나 기시다 후미오에게 패배했다. 2024년 다시 도전하여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으나, 최종 결선에서 이시바 시게루에 자리를 내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3번째 도전이었던 올해 선거에서 총재직을 차지했다.

한편 그는 최근 선거 운동 중 학생들에게 "나의 목표는 '철의 여인'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아베 신조 당시 총리와 내각 인사들
Bloomberg via Getty Images
다카이치는(첫 번째 줄 오른쪽에서 2번째)는 2014년 아베 신조 정부의 총무대신으로 임명됐다

고(故) 아베 전 총리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다카이치는 대규모 재정 지출과 저금리 정책을 기반으로 한 성장 전략인 '아베노믹스'의 부활을 약속했다.

전통 훼손이라는 이유로 기혼 여성의 혼전 성 유지 허용 법안에 반대할 정도로 강경한 보수주의자인 그는 동성결혼에도 반대 입장을 고수한다.

도쿄 템플대학교의 제프 킹스턴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다카이치는 자신을 일본의 마거릿 대처라 말하지만, 재정건전성 측면에서는 대처와는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처 총리처럼 사회를 치유하는 지도자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여성의 권리 강화에 별다른 기여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최근 들어 다소 어조를 완화하는 모습이다. 이번 선거 운동 기간에는 육아도우미 이용료에 대해 부분적으로 세액 공제를 제공하고, 사내 보육 시설을 제공하는 기업에 법인세 감면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정치인들
Getty Images
2014년 8월 15일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한 다카이치(왼쪽에서 세 번째)를 비롯한 일본 의원들의 모습

다카이치의 가족사 및 개인적인 경험은 정책의 바탕이 되었다. 그는 여성 건강을 위한 병원 서비스 확대, 가사·돌봄 노동자의 사회적 지위 향상, 고령화 사회를 위한 돌봄 선택지 개선 등을 약속했다.

다카이치는 "나는 인생에서 개인적으로 3번의 간호 및 간병을 경험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간병이나 육아를 위해, 자녀의 등교 거부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이 줄어들게 하겠다는 결심이 더욱 굳어졌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커리어를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한편 다카이치는 유죄 판결을 받은 전범을 포함한 일본의 전사자들을 기념하는 논란의 장소인 야스쿠니 신사에 정기적으로 참배해왔다.

또한 공격 능력 보유가 금지된 일본 자위대에 대한 헌법상의 제약 완화를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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