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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주장처럼 워싱턴 DC의 범죄는 '통제 불능' 상태인가?

2일 전
백악관 브리핑 중 그래프 자료를 들어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
BBC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범죄 문제에 강력히 대응하기 위해 주방위군 수백 명을 배치하는 한편 도시의 경찰국에 대해서도 직접 통제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의 "해방의 날"로 선언하며, "범죄, 유혈사태, 아수라장, 불결함, 그리고 그보다 더한 것들로부터 우리 수도를 구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뮤리엘 바우저 워싱턴 DC 시장은 도시의 "범죄율은 크게 감소한 상태"이며, "폭력범죄 건수는 30년 만에 최저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BBC Verify 팀은 워싱턴 DC의 폭력 범죄 통계를 분석하고, 이를 미국 내 다른 도시와 비교해봤다.

워싱턴 DC 내 폭력범죄는 증가하고 있나?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 DC의 범죄 비상사태'로 명명한 행정명령에는 "수도에서 폭력이 증가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아울러 브리핑 중에도 범죄가 "통제 불가능한 상태"라는 주장을 거듭 반복했다.

그러나 워싱턴 DC의 '메트로폴리탄 경찰국(MPDC)'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폭력범죄 건수는 2023년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로 돌아섰고, 지난해에는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5년 잠정 통계에서도 하락세는 계속되고 있다.

MPDC는 올해 전체 폭력범죄 건수는 2024년 같은 기간 대비 26% 감소했으며, 강도는 28%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워싱턴 DC 경찰 노조'는 해당 통계의 신뢰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지난10일 워싱턴 DC의 어느 거리에서 한 남성을 체포하는 FBI와 경찰의 모습
Getty Images
주말 동안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워싱턴 DC의 거리를 순찰했다

MPDC의 폭력 범죄 현황은 미국 범죄 통계의 또 다른 주요 출처인 연방수사국(FBI)과 다르다.

MPDC 공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폭력범죄는 35% 감소했지만, FBI 자료에서는 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워싱턴 DC에서 범죄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자료는 일치하나, 감소 폭에서는 차이가 있다.

법률 관련 싱크탱크 '범죄정의위원회(CCJ)'의 아담 겔브 CEO는 이러한 하락세는 "부인할 수 없을 정도이고 크다"고 평가했다. "통계 수치는 조사하는 기간과 범죄 유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2023년 여름에 살인, 총기 공격, 강도, 차량 탈취 범죄가 정점을 찍은 이후로 폭력범죄가 크게 줄어든 것은 분명합니다."

살인범죄율은?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의 "2023년 살인율이 아마도 역대 최고일 수준에 달했다"면서 "25년 전으로 퇴보한" 수치라고 주장했다.

백악관 측에 해당 수치의 출처를 묻자, "FBI에서 제공한 수치"라는 답을 받았다.

FBI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살인율은 10만 명당 약 40명으로,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역대 최고 기록은 아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는 이보다 훨씬 더 높았다.

MPDC에 따르면 2024년에는 살인율이 감소했으며, 올해 또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 감소했다.

다만 연구 결과, 워싱턴 DC의 살인율은 미국 내 다른 주요 도시 평균보다 높다.

8월 11일 기준 올해 워싱턴 DC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은 총 99건이며, 여기에는 십자포화에 휩싸여 사망한 21세 연방의회 인턴 사건도 포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리핑에서 해당 사건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차량 탈취 범죄율은?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달 초 워싱턴 DC에서 발생한 차량 탈취 미수 사건으로 부상당한 '정부 효율화 부서(DOGE)' 전 직원인 19세 남성의 사건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난 5년간 "차량 탈취 사건이 3배 이상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MPDC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발생한 차량 탈취 사건은 18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00건에서 감소했다.

CCJ에 따르면 차량 탈취 사건은 2020년부터 급증해 2023년 6월 월간 최고치인 140건을 기록했다.

한편 올해 7월부터 해당 도시에는 17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오후 11시~오전 6시 통행금지가 내려진 상태다. 이는 여름철 급증하곤 하는 차량 탈취 등의 청소년 범죄를 억제하려는 조치다.

미국 내 다른 도시와 비교하면?

겔브 CEO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워싱턴 DC의 폭력 수준은 우리가 조사한 36개 도시 평균보다 여전히 대부분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다른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감소세를 보인다"고 덧붙였다.

CCJ가 미국 내 주요 도시 30곳의 범죄율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2025년 1월~6월) 워싱턴 DC의 살인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9% 감소했다.

이는 CCJ가 조사한 도시 30곳의 평균 감소율인 17%보다 약간 더 크다.

그러나 2025년 상반기의 수치를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살인 사건 감소율은 3%에 그쳤다.

도시 30곳에서는 같은 기간 평균 14%가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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