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왕' 권도형, 미국서 사기 혐의 유죄 인정

투자자들에게 400억달러(약 55조원) 이상의 손실을 초래해 암호화폐 위기를 초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도형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법정에서 사기 혐의 2건에 대한 유죄를 인정했다.
한국 출신의 권 씨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테라폼 랩스'의 대표로 활동하며 '테라USD'와 '루나'라는 암호화폐 2개를 운영했다. 그러나 두 암호화폐 모두 2022년 붕괴하며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대규모 매도세를 일으켰다.
미 사법 당국은 권 씨가 두 디지털화폐 실패의 책임자로서, "수십억달러 규모의 암호화폐 증권 사기를 조직했다"고 본다.
한편 유죄를 인정하는 조건으로 검찰은 최대 12년 형을 구형하기로 했다. 선고 공판은 12월 11일로 예정되어 있다.
장기간 법적 투쟁을 이어오던 권 씨는 이날 뉴욕 법원에 출석해 유죄를 인정했다.
그는 지난 2023년 체포 영장이 발부되자 한국으로 탈출한 뒤 이후 몬테네그로로 도주했으나, 결국 체포 및 구금되어 미국으로 송환되었다.
미 검찰은 권 씨가 외부 개입 없이 코인 1개당 가치가 1달러에 연동되도록 설계했다는 이 스테이블 코인의 기능을 허위로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권 씨는 '테라USD'의 가치를 회복하고자 트레이딩 업체가 수백만달러어치 자사 암호화폐를 몰래 구매하도록 하면서, 투자자들에게는 '테라 프로토콜'이라는 컴퓨터 알고리즘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러한 허위 정보로 인해 여러 투자자들이 테라폼 랩스의 암호화폐를 사들이게 되었고, 이로 인해 '테라USD'와 밀접하게 연관된 '루나'의 가치도 지탱되었다고 판단했다.
다음 해, 테라USD와 루나는 폭락했다.
법정에서 선 권 씨는 "2021년 나는 (테라USD가) 고정 기준(페그)을 회복한 이유에 대해 거짓되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진술을 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내가 한 일은 잘못되었으며, 사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원래 권 씨는 증권 사기, 인터넷뱅킹 사기, 자금 세탁 공모 등 암호화폐 붕괴 사태와 관련된 혐의 9건에 대해 전부 무죄를 주장했었다.
이 모든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이 내려질 경우 최대 135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었다.
그러나 유죄를 인정하는 조건으로 권 씨는 기소 내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동의했다.
이에 더해 최대 1930만달러와 이에 대한 이자, 부동산 등 일부 자산을 몰수당하게 될 것이며 배상금도 내야 한다.
검찰은 12년형으로 제한하기로 합의했지만, 사건을 맡은 폴 엥겔마이어 판사는 자신에게는 더 긴 형량을 선고할 권한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경우 징역형은 최대 25년까지 가능하다.
변호인은 권 씨가 여전히 한국에서도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