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희토류 지배력에 도전장을 내민 호주의 1.3조원짜리 프로젝트
호주 서남부 퍼스에서 북쪽으로 3시간가량 차로 달리면 에네아바에 닿는다.
이곳은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의 광산 지대로, 황량하고 척박한 풍경 속 저 멀리 언덕 하나가 솟아 있을 뿐이다. 이 광활한 대지 아래, 언뜻 쓸모없어 보이는 흙더미로 가득 찬 거대한 구덩이가 묻혀있다.
하지만 겉보기가 전부가 아니다. 사실 그 안에는 전기차, 풍력 터빈, 국방 장비 제작 등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 100만 톤이 잠들어 있다.
그리고 호주 정부는 이 발견에 거액을 걸었다. 자국 광산 기업이 이 금속을 채굴해 중국이 독점해 온 공급망을 뒤흔들 수 있도록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의 대출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과연 이 도박은 성공할 수 있을까?
전 세계 희토류 산업의 목줄을 쥔 중국의 영향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전쟁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중국은 관세 협상에서 강력한 협상 카드인 희토류 수출 제한을 꺼내 들었고, 전 세계 제조업체들은 비상 체제에 들어갔다.
중국은 자신들의 생산 공장을 멈출 힘이 있음을 뼈저리게 깨닫는 순간이었다.
일례로 미국의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인 '포드'사는 시카고 공장 중 한 곳에서 인기 SUV 모델인 '익스플로러' 생산을 일주일간 중단해야만 했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에 과감한 결정이었다.
한 달 후, 짐 팔리 CEO는 희토류 부족으로 인한 생산 중단이었음을 인정하며, 여전히 핵심 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팔리 CEO는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그날그날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중국이 희토류 광물과 자석의 미국 시장 수출을 허용하기로 합의하면서 공급 차질은 우선 완화되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간 무역 협정이 체결되지 않는다면 똑같은 사태가 재발할 수 있기에 우려된다.
호주 소재 커틴대학교 금속채굴학 학장인 자크 엑스틴 교수는 "서방은 실수했다. 그게 현실이다. (반면) 중국은 그 가치를 깨닫고 기꺼이 투자하며 장기전을 준비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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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가 중요한 이유
'희토류'는 주기율표 상 원소 17개를 가리킨다. 이 원소들은 가볍고, 매우 강하고, 열에 대한 저항성도 높아 소형 전기 모터를 제작할 때 유용하다.
그러나 '희토류'라는 용어에는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다.
엑스틴 교수는 "희토류는 희귀하거나 부족하지 않다. 예를 들어 금은 희귀하지만 핵심 광물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희토류는 핵심 광물이다. 일반적인 전기차 한 대에도 사이드미러, 스피커, 와이퍼, 브레이크 센서 등 희토류 기반 모터가 들어가는 부품이 수십 개에 달한다.
엑스틴 교수는 그렇기에 문제는 희토류 매장량이 아니라 "공급망의 특정 단계에서 소수의 국가가 병목 지점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1990년대 희토류 산업을 주름잡던 건 유럽, 특히 프랑스였다. 그러나 오늘날 전 세계 희토류 대부분이 중국에서 채굴된다.
지난 수십 년간 대규모로 채굴 및 정제해온 중국은 현재 전 세계 희토류 채굴량의 절반 이상, 그리고 정제 공정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희토류 수입의 80%를, 유럽연합(EU)은 공급의 약 98%를 중국에 의존한다.
호주 광물 업체인 '일루카 리소시스'의 희토류 담당자로, 취재진에게 자사의 광활한 에네아바 현장을 안내해 준 댄 맥그라스는 "중국은 자신들의 제조업 및 방위 산업을 지원하고자 매우 의도적으로, 버젓이 이 시장을 통제해왔다"고 설명했다.
비록 회사의 원래 계획은 아니었을지라도, 현재 일루카 측은 중국의 이 지배력에 균열을 낼 수 있길 바라고 있다.
수십 년간 일루카는 호주에서 지르콘을 채굴해왔다. 지르콘은 세라믹 산업은 물론 페인트, 플라스틱, 종이 착색 공정에 사용되는 이산화타이타늄의 주재료이다.
그런데 우연히도, 이 모래광물의 부산물 중에는 디스프로슘과 터븀이 포함되어 있다. 희토류 중에서도 수요가 높은 원소들이다.
일루카는 수년간 이를 비축해왔으며, 현재 그 가치는 6억5000만달러를 웃돈다.
하지만 이는 쉬운 부분에 불과하다. 가공과 정제가 훨씬 더 복잡하기 때문이다.
엑스틴 교수는 "화학적으로 매우 유사한 원소들이라 분리하려면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나오는 잔여물, 폐기물 처리도 문제입니다. 방사성 물질이 종종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리 비용도 들죠."
이것이 바로 호주 정부가 일루카가 증가하는 희토류 수요에 부합하는 정제 시설을 건설할 수 있도록 16억5000만호주달러(약 1조3000억원)를 대출해 준 이유다. 일루카 측은 2030년 전까지 전 세계 희토류 수요가 50~17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맥그라스 담당자는 "2030년까지 우리가 서방 세계의 희토류 수요 상당 부분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 고객들 또한 중국 외 지역에서 독립적이고 안전하며 지속 가능한 공급망 확보가 자신들의 사업 안정성에 필수적임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 정제 시설과 희토류 사업에 대한 일루카의 의지는 중국 지배력의 대안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정제 시설이 실제로 완공되어 가동되기까지는 앞으로 2년이 더 걸릴 전망이다.
맥그라스 담당자는 "호주 정부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없이는 희토류 사업은 경제적으로 실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전략적 필수품
최근 중국 당국이 희토류 공급을 임의로 조절하면서 무역 파트너들은 공급처 다각화에 나서게 되었다.
일루카에 따르면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경우 생산 계획을 몇 년 전부터 수립하기에 정제 시설이 완공되고 가동된 이후 공급하게 될 희토류에 대해 벌써 요청하고 있다.
희토류는 녹색에너지로의 전환, 전기차, 방위 기술에 필수적이다. 그렇기에 희토류 산업에 대한 통제권은 국가적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호주의 매들린 킹 자원부 장관은 "개방된 핵심 광물과 희토류 국제 시장이라는 건 신기루이다.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 공급처가 한 곳뿐이고, 그들이 가격과 공급 등 시장의 흐름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호주 정부는 정부 개입이 대체 공급원을 확보하고, 전 세계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데 필수적이라고 본다.
킹 장관은 "그냥 가만히 손 놓고 보고 있을 수도 있다 … 아니면 맞서 경쟁할 수 있도록 희토류 산업에 책임지고 나설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호주가 희토류 산업에 투자하고 확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으니 바로 환경오염이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수년간 희토류 가공으로 인해 환경이 파괴되어 화학물질과 방사성 폐기물이 수로로 유입되었다. 게다가 규제 또한 허술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여러 도시와 주민들의 몫이다.
희토류의 경우, 채굴 자체보다는 추출, 열분해, 정제 등 방사성 성분을 생성하는 과정이 포함된 가공 과정으로 인한 환경 오염이 더 심각하다.
엑스틴 교수는 "완전히 깨끗한 금속 산업은 없다고 생각한다 … 안타깝지만 때로는 스스로 독을 선택하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호주는 이를 다룰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우리는 법적 장치와 제도를 통해 적어도 책임감 있게 이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과거 EU는 중국이 희토류 시장에서 '준독점' 지위를 무기화해 주요 산업 내 경쟁자들을 약화시켰다고 비판한 바 있다.
희토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수백 개의 자동차 제조사를 둔 EU는 비록 중국이 공급 제한 조치를 완화했음에도 공급망 위기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새로운 산업을 구축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보다 안정적이고 친환경적인 공급원이 되길 꿈꾸는 호주는 이 희토류 경쟁에서 필요한 요소를 여럿 갖춘 모습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중국으로부터 독립적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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