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대통령 부부 동시 구속' 사례, 해외엔 있을까?

윤석열 전 대통령에 이어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일 밤 구속되면서, 윤 전 대통령 부부는 한국 헌정사상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구속된 사례로 남게 됐다.
윤 전 대통령의 경우 법원이 내란죄 여부를 인정한다면 중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김건희 여사의 경우 적용혐의가 16개로 많은 만큼 차후 법원의 판단이 어떠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역대 전직 대통령이 임기를 마친 후 유죄로 처벌된 사례는 네 차례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내란죄 등 혐의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을, 이명박 전 대통령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등 혐의로 징역 17년을, 박근혜 전 대통령은 뇌물·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한국에서 대통령 영부인이 사법처리를 받은 사례는 아직까지 없었다.
그렇다면 해외는 어떨까? 국가 정상과 배우자가 동시에 각종 혐의에 휘말려 처벌을 받은 경우가 있었을까?
말레이시아: '국부 유출' 총리와 '사치의 여왕' 부인

말레이시아의 제 6대 총리 나지브 라작(2009~2018년 재임)과 그의 아내 로스마 만소르 여사는 라작 전 총리 퇴임 직후부터 각종 부패 혐의에 연루돼 현재까지 재판을 받고 있다.
라작 전 총리는 최고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현재 수감 중이며, 아내인 만소르는 고등법원에서 일부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항소가 진행 중이라 형 집행이 유예된 상태다.
라작 전 총리는 2018년 선거에서 패배한 직후부터 무려 45억 달러(약 6조원) 규모의 부패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혐의 등 42개 혐의로 조사와 재판을 받았다.
2022년 말레이시아 최고법원은 그가 2009년 자신이 설립한 1MDB라는 개발기금의 자금을 세탁해 자회사로부터 940만 달러를 받았다고 판단해 권력 남용, 신탁 재산 유용, 자금 세탁 혐의로 유죄를 확정했다.
그는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말레이시아 전직 총리로는 최초로 교도소에 수감됐고, 현재 수감된 상태로 다른 혐의들과 관련된 재판을 받고 있다. 한편 2024년 초 말레이시아 국가 사면위원회는 수감중인 그의 형을 6년으로 감형했다.

부인인 로즈마 만소르도 현재 각종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2024년 말레이시아 고등법원은 12건의 자금 세탁 및 5건의 소득세 신고 누락 혐의에 대해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 판결을 내렸으나 검찰이 이에 항소한 상태다. 이밖에도 태양광 프로젝트와 관련된 뇌물 수수 혐의로 별건의 재판이 진행중이다.
만소르 여사는 명품과 보석 등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2018년 말레이시아 경찰이 부부의 자택을 압수수색했을 때 160만 달러(약 22억원) 상당의 금과 다이아몬드 목걸이, 14개의 티아라(왕관), 272개의 에르메스 가방이 발견됐다.
이 사건으로 만소르에겐 '사치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대만: 부부 모두 '징역 20년'

대만의 천수이볜 전 총통(2000~2008년 재임)과 아내 우수전 여사는 천 전 총통 재임 시절 사기와 돈 세탁 등 각종 부정부패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 2008년 함께 기소됐다.
재판을 통해 이들 부부는 유죄임이 확정됐으며, 지난 2013년 대만 최고법원은 이들의 형량을 각각 징역 20년으로 확정했다. 이들은 또 4억5000만 대만달러(약 2000억원)의 벌금형도 함께 선고받았다.
남편인 천수이볜 총통은 지난 2009년 대만 전직 총통으로는 역대 최초로 구속된 뒤, 그 상태로 형이 확정돼 교도소에 수감됐다. 그러나 2015년 건강이 악화돼 치료 목적으로 가석방된 후 현재까지 집행이 유예된 상태로 있다.
아내 우수전 여사 역시 형이 확정된 직후부터 현재까지 건강상 이유로 집행이 정지된 상태로 있다.
2011년 대만 교정당국은 우수전 여사가 혼자 화장실에 갈 수도 없을 정도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며, 그의 수용을 거부한 바 있다. 우 여사는 1985년 교통사고 이후 하반신이 마비돼 휠체어를 타고 생활해 왔으며 기소 후 건강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천수이볜 전 총통은 기소된 직후부터 자신의 후임 마잉주 전 총통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자신을 탄압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집권 기간 동안 대만 독립을 강력히 지지한 바 있다.
페루: 남편은 수감, 아내는 망명

페루의 올란타 우말라 전 대통령과 부인 나딘 에레디아 부부는 지난 4월 자금세탁 혐의로 각각 징역 15년 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이들이 '브라질 건설사 오데브레히트와 베네수엘라의 전 대통령 우고 차베스 정부로부터 300만 달러(약 41억원)의 불법 자금을 받아 2006년 및 2011년 대선 캠페인을 진행했다'고 판단했다.
우말라 전 대통령은 2011년 대선에서 당선돼 2016년까지 재임한 페루의 제58대 대통령이다. 선고 당시 공판에 출석한 그는 그 자리에서 구속돼 현재 수감중이다.
그러나 그의 아내 나딘 에레디아는 건강상 이후로 공판 출석을 거부했다가 공판 직후 브라질 대사관에 망명을 신청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져 현재 브라질로 망명한 상태다.
우말라 전 대통령은 현재 두 전직 대통령인 알레한드로 톨레도, 페드로 카스티요와 함께 페루 중북부 바르바딜로 교도소에 수감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