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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학생에서 군인으로… 훈련소에서 만난 10대들

2022.03.14
막심 루츠크(19, 왼쪽 끝)와 드미로 키실렌코(18, 오른쪽 끝)는 3일간의 훈련 후 전장에 나갔다
Jeremy Bowen/BBC
막심 루츠크(19, 왼쪽 끝)와 드미로 키실렌코(18, 오른쪽 끝)는 3일간의 훈련 후 전장에 나갔다

일주일 전쯤 수도 키이우에서 조국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젊은 군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대부분 거의 학생 같아 보이는 10대 후반의 이 자원병들은 3일간의 기초 훈련을 받은 후 최전방 혹은 인근에 배치될 예정이다.

생물학과 전공의 막심 루츠크(19)는 1주일도 채 훈련받지 못하고 군인이 됐지만 당황하지 않았다고 했다. 스카우트 단원으로 5년간 활동하면서 야생에서의 생존법뿐만 아니라 무기 훈련도 받았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의 오랜 친러 분리주의자들이 지난 2014년 전쟁을 일으켰을 때 루츠크는 10살이었다.

같은 대학 경제학과에 다녔던 친구 드미로 키실렌코(18)도 루츠크와 함께 민병대에 자원했다.

군복을 입은 드미로 키실렌코(18)
BBC
군복을 입은 드미로 키실렌코(18)

이렇게 모인 신병들은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라고 우기는 젊은이들 같았다. 이들은 누군가 긴장을 감추기 위해 농담을 던질 때면 지나치게 크게 웃거나 객기를 부렸다.

몇몇은 12살 생일에 받은 스케이트보드 선물 세트에 들어 있을법한, 이젠 너무 작아 보이는 무릎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었다.

몇몇은 침낭을, 어떤 청년은 요가 매트를 들고 있었다. 훈련 장소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는 이 청년들은 축제를 구경하러 가는 친구들 같아 보였다. 이들 손에 들린 러시아제 AK-47 소총 한 자루씩을 빼면 말이다.

루츠크, 키실렌코를 포함해 민병대원들과 연락이 닿아 이번 주말 수도 동쪽으로 이들을 만나러 갔다. 이곳에서 군복, 방탄조끼, 보병용 무릎 보호대, 군모 등을 받는다고 했다.

검문소에 매서운 바람이 불었다. 민병대원들은 모래주머니와 대전차장애물로 적들이 지나가지 못하게 애를 쓰고 있었다. 기초적인 훈련밖에 받지 않은 인들이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키실렌코는 "총에 익숙해졌다. 어떻게 쏘는지, 전투에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배웠다. 그뿐만 아니라 러시아군과의 전투에서 중요한 여러 가지를 배웠다"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훈련 장소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는 루츠크(맨 왼쪽)과 키실렌코(중앙의 흰색 운동화)
Jeremy Bowen/BBC
훈련 장소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는 루츠크(맨 왼쪽)과 키실렌코(중앙의 흰색 운동화)

루츠크는 더 조급하고 진지한 모습으로, 그래도 덜 여유로워 보였다.

루츠크는 "전보다는 더 자신감이 생겼다. 전술, 무술, 응급처치법 등 전투에서 필요한 지식을 충분히 배웠기 때문이다"라며 반쯤 농담으로 러시아 크렘린궁에 우크라이나 국기가 휘날리는 것을 보고 싶다고 했다.

키이우에서 전투가 벌어질지에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키실렌코는 "분명히 그러리라 생각한다"라면서 "키이우에서 적들을 막아야 한다. 키이우가 저들의 손에 넘어가면 전쟁은 끝나버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키이우의 도로에는 콘크리트 블록과 함께 키이우 박물관에서 가져온 '대전차장애물'이 곳곳에 설치됐다
Getty Images
키이우의 도로에는 콘크리트 블록과 함께 키이우 박물관에서 가져온 '대전차장애물'이 곳곳에 설치됐다

이 두 친구는 같은 마을 출신이라고 했다. 러시아 국경과 가까운 그곳은 현재 포격을 받고 있으며 청년들의 가족들은 아직 고향에 남아있다고 했다. 민병대에 자원한 것에 대해 부모님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루츠크는 어머니가 보호소에 머물며 요리를 자원하라고 했다며 농담조로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들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 자신의 배치에 대해 자세하게 알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키실렌코의 부모님은 아들이 하는 일을 알고 있다고 했다. 처음엔 자원해서 '몰로토프 칵테일'(화염병)을 만들던 그는 아버지에게 전화해 입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아버지는 그런 아들에게 영웅이 되기 위해 너무 노력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한다.

키실렌코는 부모님이 자신을 자랑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즐거워 보이는 그에게 앞으로의 날들이 두렵지 않냐고 물었다.

그는 "별로 두렵지 않지만, 두려움을 느끼는 건 인간의 본능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물론 마음속 깊은 곳은 두려움이 존재한다. 죽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조국을 위한 것일지라도 말이다. 모두에게 죽음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고 답했다.

루츠크와 키실렌코는 미래에 대한 그들의 꿈, 친구들과 즐거웠던 일, 학업, 진로 계획 등을 말하다 결국 가족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청년들의 부모는 아들의 꿈과 계획 그리고 목숨이 전쟁의 잔인한 현실에 짓밟히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날 참전한 수많은 유럽의 젊은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전선 반대편 불과 몇 마일 떨어진 젊은 러시아 군인들에겐 외신기자는 접근할 수 없다. 많은 러시아 군인들이 징집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무엇을 하러 왔는지 제대로 듣지도 못했다고 한다. 전쟁을 치르는 건 대부분 젊은이다.

많은 러시아 군인들도 우크라이나의 루츠크와 키실렌코처럼 분명 큰 꿈이 있을 것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싸우고자 하는 의욕은 이들이 더 적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러시아 군인들의 입장을 제대로 보도할 기회 없이는 단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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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에서 군인으로 변신한 이 두 우크라이나 청년은 근무를 위해 검문소로 돌아갔다. 우크라이나 정규군은 러시아군을 바로 마주하며 이들보다 몇 마일 더 앞에 배치돼있었다.

그러나 만약 러시아군이 진격한다면 다른 민병대원처럼 루츠크와 키실렌코는 자신들이 파낸 주변의 참호 안에서 '몰로토프 칵테일'을 던지며 싸우게 될 것이다. 잘게 부순 스티로폼, 휘발유, 헝겊들로 채운 오래된 병들에 불을 붙여 던지면서 탱크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바라는 것이다.

만약 이들의 대항이 충분하지 않다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은 훨씬 더 정교하게 만들어진 대전차 무기 수천 개를 퍼부을 것이다.

여기 키이우의 모든 사람들은 이제 이번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전투가 될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군인, 민간인, 루츠크와 키실렌코와 같이 싸울 준비를 하는 민병대원 모두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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