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와의 첫 대선 토론 앞둔 트럼프, '연출법 섬세하게 조정 중'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 간 토론에서 승자를 결정하는 건 정책이 아니다.
나는 지난 6번의 대선을 취재했지만, 뛰어난 정책 제안으로 특정 후보가 승자로 떠오른 토론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물론 오는 10일(현지시간) 토론회에서 ABC 방송의 사회자는 도널드 트럼프와 카멀라 해리스 후보에게 감세 및 외교 문제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질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시청자들의 관심은 한 후보가 재치 있는 말 한마디를 던지거나, 어떻게든 상대방을 불안하게 하거나, 혹은 그저 상대방보다 더 주도권을 쥔 것처럼 보이는 순간에 쏠리곤 한다.
트럼프 후보의 한 고문이 내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토론을 앞두고 정책을 가다듬는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대신 그는 “자신이 펼칠 퍼포먼스의 연극적 요소를 섬세하게 조정”하고 있다. 트럼프가 정말 잘 이해하는 한 가지가 있다면 바로 TV 시청자들이다.
트럼프는 이미 6차례 대선 토론 무대에 오른 경험이 있다.
그러나 해리스 후보에게 이는 문제가 된다. 이번 무대가 해리스에게는 데뷔 무대다. 리허설을 할 시간이 많지 않았고, 몇 주 만에 세계적 수준의 토론 퍼포먼스를 갖추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트럼프와 달리 해리스는 지난 일주일간 펜실베이니아의 한 호텔에서 정책집을 탐구하고 있지만, 해리스 대선 캠프에서는 ‘과연 시청자의 눈에 어떻게 비치는가’의 싸움에서도 후보가 이길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 다음 주 화요일 미국 대선 토론에서 트럼프와 해리스 중 누가 우위를 점할까?
- '인도계인가 흑인인가?'…트럼프, 해리스의 인종 정체성에 의문 제기
- 미국 대선 후보 해리스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된 팀 월즈는 누구?
해리스 캠프에서는 토론 연단, 조명 등을 완벽히 갖춘 모의 TV 무대도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의 토론 전문가들이 뛰어들어 트럼프 역할을 맡아주기도 한다(심지어 그중 한 명은 트럼프의 상징인 품이 큰 정장과 붉은색 넥타이까지 착용했다고 한다).
이는 결국 해리스가 이 모든 연극적 요소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한 트럼프의 과거 토론 영상을 몇 시간 동안 분석해 어떤 카드가 트럼프에게 잘 통하고 또 통하지 않는지도 살폈다.
한편 막판에 좋은 소식이라도 터지면 무대 공포증을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르나, 현실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이번 주 ‘뉴욕타임즈’의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당을 들썩이게 했다.
해당 여론조사 결과, 두 후보는 막상막하의 지지율을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상당히 많은 유권자들이 해리스 후보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민주당 전략가는 해리스가 최근 CNN 인터뷰에서 조심스럽고 머뭇거려 보였다면서, 다가오는 토론이 긴장된다고 했다.
2016년 예비선거 토론에서 트럼프에게 참패한 공화당원 그 누구에게 물어봐도 ‘조심스럽고 머뭇거리는’ 모습으로는 트럼프에게 승리할 수 없다고 말할 것이다.
미국인들에게 더 많이 알려진 이는 해리스가 아닌 트럼프기 때문에, 오는 10일 밤(현지시간) 대선 토론에 더 많은 게 걸려있는 사람은 트럼프가 아닌 해리스일 듯하다.
해리스가 이 토론에서 승리하고자 할 수 있는 한 가지 접근방식은 트럼프가 패배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해리스 측 캠프에서는 트럼프가 가장 ‘트럼프스러운’ 모습을 보이도록 그를 뒤흔들고 싶어 한다.
2020년 조 바이든과의 토론에서 그랬듯이, 시청자들의 눈에 나쁘게 비치는 행동을 보이면서 지지율을 스스로 깎아내리길 바라는 것이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해리스는 트럼프가 더 나이가 많은 후보라는 점을 의식한다는 점을 이용해 ‘낡은 아이디어, ‘진부한 이야기’ 등 ‘old(나이 든, 구식의, 오래된)’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크기에 관한 언급에 자극받는다는 점을 이용해 ‘작은 사고’, ‘작은 믿음’, 등 ‘small(사소한, 작은)’과 같은 단어를 사용해 자극할 생각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번 토론에서는 자신의 발언 차례가 아닐 경우 마이크가 자동으로 음소거되는 방식이기에, 트럼프가 상대방 발언 중 무례하게 끼어들도록 유도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실제 토론 무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직접 보기 전까지는 어떤 후보가 어떻게 승리하게 될지 판단하기 어렵다. 토론이란 예측할 수 없는 법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