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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연인의 공격을 받아 온몸에 불이 붙은 채로 절 향해 달려왔어요'

2024.09.09
케냐의 집 근처 나무 옆에 앉아 있는 아그네스 바라바라
BBC
레베카 쳅테게이의 이웃인 아그네스 바라바라는 공격 받은 레베카를 도우려 했다고 말했다

주의: 이 기사에는 일부 독자들이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집 안에 있었는데 '불이야'라는 비명이 들렸어요."

올림픽 육상 선수 레베카 쳅테게이의 가까운 이웃인 아그네스 바라바라는 눈물을 흘리며 회상했다.

"밖으로 나가 보니 레베카가 불길에 휩싸여 제 집 쪽으로 달려오면서 '살려주세요'라고 외치고 있었어요."

케냐 북서부에 위치한 쳅테게이(33)의 집 앞에는 그가 불길을 끄기 위해 몸을 굴렸던 그을린 잔디 위에 꽃이 놓여 있다.

쳅테게이의 전 연인이 휘발유를 뿌리고 집에 불을 질러 쳅테게이는 중상을 입고 지난 5일(현지시간) 끝내 사망했다. 당시 쳅테게이는 두 딸과 함께 집에 있었다.

바라바라는 "물을 찾으러 가면서 도움을 요청하려던 중, 가해자가 다시 나타나 휘발유를 더 뿌렸다"며 "가해자의 몸에도 불이 붙으면서 그는 정원 쪽으로 달아났고, 우리는 레베카를 도우러 갔다"고 전했다.

바라바라는 이번 사건을 목격한 후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다며 "살아있는 사람이 불타는 모습을 본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우간다 대표 선수 레베카 쳅테게이가 여자 마라톤 결승전에서 활약하고 있는 모습
Alamy
레베카 쳅테게이는 파리올림픽 여자 마라톤에서 44위를 기록했다.

"레베카는 정말 좋은 이웃이었다. 그는 최근에 추수한 옥수수를 내게 나눠주기도 했다"고 바라바라가 덧붙였다.

경찰은 쳅테게이의 죽음을 살인 사건으로 보고 있으며, 그의 전 연인을 주요 용의자로 지목했다.

지역 관리들은 두 사람이 쳅테게이가 살던 작은 땅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으며, 사건이 해결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용의자는 병원에서 부상 치료를 받고 있으며, 퇴원 후 살인 혐의로 법정에 설 예정이다.

케네디 아핀디 범죄 수사 담당관은 “사건을 접수했고, 수사는 진행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레베카의 어머니 아그네스 쳅테게이가 밖에 앉아 있다.
BBC
레베카의 어머니 아그네스 쳅테게이가 딸을 그리워하고 있다

쳅테게이의 어머니 아그네스는 딸이 "어릴 때부터 항상 말을 잘 들었고, 평생 동안 매우 친절하고 쾌활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쳅테게이와 함께 학교를 다녔던 친구이자 이웃인 에마누엘 키무타이는 그를 "매우 활기차고, 결단력 있는" 사람으로 묘사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육상을 잘했고, 우리들의 챔피언이었어요."

올림픽 선수였던 쳅테게이는 케냐-우간다 국경의 케냐 쪽에서 태어났지만, 케냐에서 큰 기회를 얻지 못하자 자신의 육상 꿈을 이루기 위해 우간다로 건너가 우간다를 대표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육상을 시작하면서 2008년에 우간다 국민 방위군에 입대해 병장 계급까지 올랐다.

그리고 올해 파리 올림픽에서 마라톤에 출전해 44위를 기록했지만, 고향 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챔피언"이라고 불렀다.

쳅테게이는 케냐-우간다 국경에서 약 25km 떨어진 케냐의 시골 마을 쳅쿰에 살았으며, 그 지역의 주요 경제 활동은 농업이었다.

주민들은 가축을 기르며, 집 주변에선 소, 염소, 양이 풀을 뜯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쳅테게이의 집 근처 이웃들은 그가 우간다에서 대회나 훈련이 없을 때 도로에서 달리며 인사를 나누던 모습을 따뜻하게 회상했다.

이웃들은 쳅테게이가 친절하고 겸손한 사람이었다고 자주 언급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레베카 쳅테게이의 사진 옆에 꽃을 놓으며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고있다.
BBC
올림픽 선수의 자택에서 애도하는 사람들

쳅테게이는 운동 선수로서 많은 찬사를 받았지만, 그의 개인적인 삶은 혼란스러웠다. 쳅테게이의 옛 동창은 그가 지난해 시작된 전 연인과의 갈등으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둘은 함께 살았지만, 작년부터 돈 문제로 사이가 나빠지기 시작했다"고 쳅테게이의 친남매 제이콥이 전했다. "그가 쳅테게이에게 '돈을 벌어서 다 어디에 쓰냐'고 물었죠."

경찰은 두 사람이 이전에 다른 경찰서에서 가정불화를 신고했다가 취하한 적이 있다고 BBC에 전했다.

쳅테게이의 가족은 정의를 기다리는 한편, 그의 마지막 길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9월 14일, 우간다 부크오에 있는 조상의 집에서 안장될 예정이다.

우간다 출신인 쳅테게이는 지난 3년간 케냐에서 살해된 세 번째 운동선수로, 경찰은 친밀한 관계에 있던 연인들을 주요 용의자로 지목했다.

운동선수들이 주도하는 성폭력 반대 단체 '티롭스 엔젤스'는 이러한 비극적 사건들이 더는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슴 아픈 건 아이들이 어머니가 공격당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것"이라고 조안 첼리모 '티롭스 엔젤스'의 공동 창립자가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운동선수들에 대한 이러한 폭력은 반드시 중단돼야 합니다."

*위 이야기에서 다룬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BBC 액션 라인을 통해 도움과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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