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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 발표하며 러시아에 '관세 폭탄' 위협

6시간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최첨단 무기'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50일 내에 전쟁 종식을 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러시아에 강력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한 뒤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것을 해낼 수 있도록 확실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것을 나토를 통해 대량 공급하기로 결정했다"며 유럽 국가들이 비용을 부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국가들이 자국에서 보유한 패트리엇 방공체계를 우크라이나에 먼저 제공하고, 미국이 이후 대체품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치명적인 공습을 막기 위해 패트리엇 방공체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뤼터 사무총장은 구체적인 무기 종류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지만 "미사일과 탄약"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최첨단 무기"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전장에 신속히 배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내가 지금 블라디미르 푸틴이라면 우크라이나 관련 협상을 더 진지하게 받아들일지 다시 생각해볼 것"이라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뤼터와의 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다며,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살상을 멈추며 지속적이고 공정한 평화 수립을 위해 계속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데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공격으로부터 민간인을 더 잘 보호하고 우크라이나의 방어 태세를 강화할 수 있는 수단과 해법을 논의했다"며 "우리는 평화를 위해 가능한 한 생산적으로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트럼프 대통령
Reuters
14일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와 관련해, 우크라이나와의 평화 협정이 50일 안에 체결되지 않으면 러시아의 모든 교역국에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와 무역하는 국가가 미국에 물건을 수출할 때, 해당 제품에 100%의 관세가 부과된다는 의미다.

예컨대, 인도가 러시아산 석유를 계속 수입한다면, 미국 기업이 인도 제품을 구매해 해당 제품이 미국에 도착할 때 100%의 수입세(관세)가 붙는다.

이로 인해 해당 제품의 가격이 너무 높아지면, 미국 기업은 더 저렴한 다른 국가 제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인도는 수출 수익을 잃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방식으로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주겠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다른 나라에 석유를 팔아 벌어들이는 수익이 줄면,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자금 조달도 어려워질 수 있다.

석유·가스 수출은 러시아 수출의 60% 이상, 국가 수입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따라서 100% 관세 부과는 러시아 재정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날 발표 이후에도 모스크바 증권거래소 지수는 크게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중대 발표'를 예고하자 일부 투자자가 더 강경한 조치를 예상해 선반영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관세 및 나토 무기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거의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복귀 이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새로운 군사 지원을 약속했다.

이날 발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수위가 주목을 받았는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발언이 점점 더 강경해지고 있다.

패트리엇 방공체계
Reuters
새로운 합의에 따라, 유럽 각국이 보유한 패트리엇 방공체계를 우크라이나에 보낼 예정이다(자료사진)

트럼프 대통령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전면 침공을 우크라이나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하지만, 이날은 주로 전쟁 종결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에 불만을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를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이 이야기한다"고 답했다.

다만, 푸틴과 "매우 좋은 전화 통화"를 한 직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치명적 공습이 이어졌고, 그 강도와 빈도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발언에서는 불만이 느껴졌다.

트럼프는 "그런 경우가 서너 번 반복되면 '대화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푸틴을 암살자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지만, 그는 굉장히 강경한 인물이다. 오랜 세월 그렇게 입증돼 왔고, 많은 사람을 속였다. 클린턴, 부시, 오바마, 바이든도 다 속았다"고 했다. 또한, "나는 속지 않았다. 어느 시점부터는 말이 아닌 행동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올해 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휴전 협상이 두 차례 열렸지만, 이후 추가 회담은 잡히지 않았다. 러시아는 그 책임이 우크라이나에 있다고 주장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현재 키이우에서 미국의 우크라이나 특사 키스 켈로그를 접견 중이다. 14일 오전에는 "매우 생산적인 만남이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대해 즉각 반응하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일말의 안도감이 엿보였다.

친푸틴 성향의 평론가이자 푸틴 대통령 보좌관 출신인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이번 관세 발표를 "허세"라고 평가하며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평화 달성을 포기했다는 신호"라고 주장했다.

콘스탄틴 코사체프 러시아 상원의원은 "만약 트럼프가 오늘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말한 것이 전부라면, 지금까지는 별 의미 없는 소동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코사체프 의원은 "앞으로 50일 사이에 전장 상황도, 미국과 나토 지도부의 기류도 크게 바뀔 수 있다"고 썼다.

민주당 소속이자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진 샤힌 상원의원은 "유럽 파트너국들의 의미 있는 투자 덕분에 가능해진 이번 패트리엇 미사일 지원 결정은 푸틴의 끔찍한 공격으로부터 수많은 우크라이나인의 생명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조치를 "긍정적이지만, 너무 늦었다"고 평가하며 푸틴이 전쟁을 끝내도록 설득하려면 "미국은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안보 지원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출신의 39세 치과의사 데니스 포딜추크는 유럽 지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한 데 대해 찬사를 보냈다.

그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마침내 유럽 정치인들이 인내심과 신념으로 그(트럼프)를 조금이나마 우리 편으로 돌려세운 것이 기쁘다. 처음부터 그는 우리를 돕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추가 취재: 디어베일 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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