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원산갈마-마식령 스키장…북한이 관광산업에 욕심내는 이유
북한 금강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정식 명칭은 '금강산' (Mt. Kumgang - Diamond Mountain from the Sea).
비록 북한 땅에 있기는 하지만 한국인이라면 역사적으로 백두산과 함께 한반도를 대표하는 명산으로 꼽혀온 금강산이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자부심과 뿌듯함을 느낄 것이다. 단 한번을 가보지 못했을지라도 말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제 47차 회의에서 금강산을 세계유산으로 확정하자, 북한 대표단은 자리에서 일어나 인공기를 펼쳐 들고 환영했다. 그러면서 향후 금강산과 관련해 국제기구와 협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북한이 금강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이토록 반기는 이유는 분명하다. 북한은 김정은 정권 초기부터 관광산업에 주력해왔다. 특히 태백산맥을 끼고 동해안을 집중 개발해오고 있는데 금강산과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마식령 스키장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북한은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라는 원대한 계획을 갖고 있다. 원산에서 출발해 금강산을 종점으로 하는 왕복 2차로의 '원산-금강산 간 고속도로'도 마련되어 있다.
김정은이 관광 산업에 목매는 이유
북한이 관광 산업에 욕심을 내는 이유는 간단하다. 대북제재 예외인 관광 산업을 통해 외화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조한범 한국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BBC에 "최근 문을 연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에 2만 명 동시 숙박 능력이 있다"며 "여름 휴양지 뿐 아니라 원산갈마-서광사-울림폭포-통천-금강산-마식령 등 6개 권역을 묶으면 사계절 관광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관광지들을 묶고 숙박은 원산에서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라면서 "이렇게 호화로운 원산을 만들면서 김정은 입장에서는 남측이 오래전에 지어놓은 금강산 해금강 호텔 등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테고 그러니 '보기만 해도 너절한 남측 시설'이라고 비난했을 것"이라고 했다.
조 연구위원은 "결국 이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는 국제사회의 제재 국면에서 김정은 정권의 외화 확보 전략의 핵심지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 출신 전문가는 "북한의 관광 정책은 이미 과거 김정일 정권 때부터 가장 효율적인 통치 자원으로 간주되어 왔다"고 말했다. 관광을 통한 외화 수급이 애시당초 북한 당국에 매우 중요한 사업이었다는 것.
특히 "기존 백두산이 있는 삼지연, 강원도 원산 지구 등이 주요 관광 지역이었다면 이후 김정은 집권 초기에 발표된 경제개발 특구를 보면 주로 동해안 지역과 관광이 연계된 사례들을 확인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바로 원산갈마와 마식령 스키장, 금강산이다.
그는 원산 바다가 얼마나 좋은가를 묻는 질문에 "북한에서는 그 지역을 '동해안 명성'이라 부르는데 김정은의 여름 휴양지로 사용되는 곳이 원산에서부터 쭉 올라가는 바로 그 동해안 지역"이라며 "원산이 해변으로서도 아주 묘한 지형인데다, 남쪽으로 나오면 금강산과도 연결돼 여러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산과 바다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지역"이라고 그는 부연했다.

러시아 외무장관이 원산에 머문 이유
지난 11~13일 방북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박3일 내내 원산에 머물며 김정은 위원장과 '요트 회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회 역시 관광지구 내 명사십리 호텔에서 열렸다.
라브로프 장관의 입출국 역시 모두 갈마공항을 통했다. 갈마공항은 과거 군사용인 '갈마비행장'이었으나 해안관광지구 개발 계획이 추진되면서 민간 공항인 '갈마공항'으로 탈바꿈했다. 군사 비행장을 포기할만큼 관광 산업은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에게 핵심 역점 사업인 것이다.
조한범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라브로프 장관을 원산으로 초청한 것은 러시아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홍보 차원"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이러한 북측 의도가 러시아의 일반 관광객에게 먹혀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원산의 경우 일주일 관광에 미화 1800달러 정도 책정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는 러시아 평균 월급의 1.5배 이상"이라며 "단순 호기심에 월급보다 많은 돈을 내고 북한에 갈 러시아인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간 북한을 관광한 주류는 중국인이었는데 이는 '싼값에 외국 간다'는 이미지가 컸다"면서 "과거 남북 교류협력 차원에서 이뤄진 금강산 관광의 경우 10년 동안 193 만 명이 다녀갔지만 모두 대한민국 국민들이었던 만큼 남북관계를 단절하고선 김정은의 관광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고 그는 지적했다.
익명의 북한 출신 전문가 역시 "사실 지리적 특성상 동해 마식령-원산 지구는 남북관계(남측 관광객)가 아니면 실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러시아를 관광 자원으로 끌어들여 확장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대북제재가 해제되기 전까지는 그나마 관광 산업이 북러 관계, 북중 관계를 활용할 수 있는 돌파구로 판단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관광도 관광이지만 특별히 "원산갈마 지역이 러시아에게도 군사 전략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북러 군사 관계에서 중요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설명인데, 특히 대일본 차원에서 러시아의 항공 자원, 전략 자원이 동해안을 타고 내려올 수 있다는 것.
또한 "과거 구 소련이 유일하게 북한과 군사 교류를 할 당시에도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소련 태평양 함대 소속 기함들이 원산항까지 다 내려왔었다"며 "교류 차원에서 이렇게 밀고 내려오면 이게 다 군사 작전 지역이기 때문에 일본은 물론 한국에게도 상당히 불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아울러 "북러 교류협력이 활발히 이뤄지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지원으로 북한이 구축함도 만들고 있고 향후 북러 합동 훈련까지 이뤄진다면 동해안, 특히 원산이 전구(전쟁에서 중요한 군사적 사건이 일어나거나 진행되고 있는 지역이나 장소) 또는 거점 지역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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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에서 '북한 관광' 다시 열릴까?
그렇다면 우리는 금강산에 갈 수 있을까?
금강산은 기묘한 그 절경이 너무나 신비롭고 아름다워 계절마다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는데 봄-금강산 / 여름-봉래산 / 가을-풍악산 / 겨울-개골산이 바로 그것이다.
동요 속 "금강산 찾아가자, 1만2천봉. 볼수록 아름답고 신기하구나" 이 노랫말처럼 금강산은 높이 1638m의 비로봉을 중심으로 수많은 봉우리와 기암괴석, 폭포, 연못 등이 어우러진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역시 금강산이 독특한 지형과 경관, 불교의 역사와 전통, 순례 등이 얽혀 있는 문화적 경관으로서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금강산은 태백산맥 북부, 강원도 회양군과 통천군, 고성군에 걸쳐 있다. 특히 고성군은 남북으로 나뉘어져 있고 한국에서도 북측 고성군은 물리적으로 상당히 가까운데 실제로 동해안 최북단 저도 어장에서 조업하는 한국 어부들은 금강산을 코앞에서 또렷이 볼 수 있다.
하지만 예전과 같은 한국인들의 금강산 관광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남북 교류협력의 상징이었지만 상처만 남은데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금강산 육로 관광은 과거 노무현 정부 당시 야심차게 시작됐지만 2008년 한국 국민이 북한군 총격에 피살되면서 중단됐다. 그리고 2023년 말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면서 남북이 통일할 가능성은 없다고도 못박았다.
이보다 앞선 2019년부터는 금강산 관광 사업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을 배제했고 한국 자본으로 지은 각종 시설들까지 대부분 철거했다.
하지만 '돈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있듯 외화 수급이 절실한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인 관광객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영희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객원연구원은 "민족의 '성산'인 금강산을 보기 위해 과거 200만여명이 북한을 찾았지만 지금은 수용시설이 없는 상황"이라며 대신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관광은 북한이 충분히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2만명 수용가능한 시설을 해놨지만 텅텅 비어 있고 외화는 벌어야 하니 한국 정부가 관광 재개를 제안한다면 북한이 기다렸다는 듯 받아들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중국이나 러시아는 거리가 너무 멀어 대규모 관광객이 찾기 쉽지 않고, 만약 이재명 정부가 신변안전을 담보로 남북 간 협상을 제안할 경우 북한 입장에서도 한국인들이 먼저 와서 마중물이 된다면 전 세계에 홍보가 될 테고 그러면 더 많은 외국인들이 찾을 수 있는 만큼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북한이 천명한 '적대적 두 국가론'에 대해서는 휴전 상태의 분단 국가에서 남북은 충분히 '적'으로 표현될 수 있고 또한 해당 표현 자체가 북한 내부 정치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을 것이라며 역시나 관건은 '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년 여름쯤이면 원산에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그는 말했다.
지난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남북관계 복원을 최우선 대북 정책으로 내세웠으며 실제 한국 통일부는 최근 민간단체의 대북 접촉을 적극 허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