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해저 화산의 분화 임박...걱정해야 할까?

해저 화산은 눈에 띄지 않는 만큼 많은 이들의 관심 밖에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가까운 미래의 분화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일부 화산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중 하나는 미국 오리건 해안에서 약 482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액시얼 시마운트' 화산이다. 전문가들은 이 화산이 온도가 상승하고 있으며, 향후 1년 이내에 분화할 조짐을 보인다고 밝혔다.
최근 그리스 산토리니섬에서 발생한 지진도 과학자들이 인근 칼데라(대형 화산 분화구)와 해저 화산 콜롬보를 조사하게 만들었다. 두 화산 모두 틀림없이 당장 분화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은 시간 문제라는 평가다.
그렇다면, 우리는 걱정해야 할까?
바닷속에 숨은 화산
화산은 지각의 틈을 통해 고온의 재, 가스, 용암(마그마)이 분출되는 지점이다.
보통 화산이라고 하면 베수비오산이나 에트나산처럼 거대한 산에서 주황빛 용암이 솟구치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구 전체 화산의 약 3분의 2는 해저에 존재한다.
수천 미터 깊이의 바닷속에 숨은 이 화산들은 분출 후 새로운 섬을 만들고, 알려지지 않은 생물종의 서식지가 되기도 한다.

육상 화산과 마찬가지로 해저 화산 역시 지진이나 쓰나미를 유발할 수 있으며, 그 여파가 광범위하게 확산될 수 있다.
2022년 통가의 '훙가통가-훙가하파이' 화산 분화로 태평양 전역에 쓰나미가 발생했으며, 호주·뉴질랜드·일본·북미·남미 서해안까지 파도가 도달했다.
이로 인해 3명이 숨지고 수백 채의 가옥이 파손됐으며, 해저 인터넷 케이블이 끊어져 통가는 5주간 외부 세계와 단절되기도 했다.
해저화산은 어디에 있나?
해저 화산은 지구 가장 바깥층을 구성하는 거대한 지각판이 서로 멀어지거나 엇갈리는 경계에서 주로 형성된다. 이때 지각 깊숙이 있던 마그마가 올라오게 된다.
이 지각판은 전 지구를 덮고 있기 때문에, 해저 화산은 대서양·태평양·지중해 등 거의 모든 해역에서 발견된다.
때로는 지각판 중앙에서 뜨거운 마그마가 위로 솟아 화산을 만들기도 한다.

다양한 분화 방식

영국 국립해양센터(NOC)의 해양 화산학자 이소벨 여 박사는 해저 화산의 분화는 바닷물과 마그마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육상 화산과 다르다고 설명한다.
여 박사는 "뜨거운 프라이팬에 물을 부으면 바로 증기로 변하는 반응이 얕은 해저 화산에서도 나타난다"며, 수백 미터 깊이의 해저 화산에서 이런 현상을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더 깊이 위치한 화산은 바닷물의 압력으로 인해 그런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 경우에도 마그마는 분출되지만 빠르게 냉각된다는 것이다.
또한, 마그마 내 가스 함량이 많을수록 분화가 더 폭발적으로 진행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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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자주 분화하나?
여 박사는 해저 화산 대부분은 모니터링이 안 되기 때문에 정확한 개수나 분화 횟수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해저 화산 모니터링에 막대한 비용이 들 수 있다고 말한다. 기술 장비, 잠수정 및 선박 확보, 외딴 환경에서 과학자들이 활동해야 하는 어려움 등 여러 요인 때문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전 세계 해저 화산이 수천 개라고 추정하지만, 최대 100만 개에 이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많은 과학자들은 육상보다 해저에 더 많은 화산이 있고 더 많은 분화가 일어난다고 본다.
이는 지구 표면의 약 70%가 바닷물로 덮여 있다는 사실 등 다양한 수학적 계산과 기타 요소에 기반한 추정이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해양지질학자 데브 켈리 교수는 "해저 화산에 대해 정밀 측정이 이뤄진 곳은 세계에서도 손에 꼽힌다"고 말했다.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섬은?
세계 곳곳에는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섬들이 있다.
예를 들어, 하와이 제도는 약 7000만 년 전부터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추정되며, 화산 섬들이 일직선을 이루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저의 마그마가 계속 상승해 해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섬이 생겼다고 본다.
한편, 산토리니섬은 기원전 1630년경 에게해에서 발생한 고대의 대분화로 형성됐다는 것이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분석이다.
아이슬란드 역시 화산 활동의 결과로 만들어졌다.
여 박사는 "전 세계에 화산섬은 매우 많다. 검은 모래 해변이 있다면 아마도 화산 활동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저 화산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육지를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2023년 일본 이오섬 인근에서 해저 화산이 분화하며 새로운 섬이 생겼다.
하지만, 이런 섬들은 침식되어 수면 아래로 다시 사라지기도 한다.
여 박사는 "앞으로 새로운 섬이 더 생겨날 수도 있고, 반대로 기존 섬이 사라지는 일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화산 그 이상의 의미
켈리 교수는 해저 화산의 모니터링이 해양 생태계를 이해하는 데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교수는 "해저 화산은 바다 밑의 오아시스와 같다. 놀라운 생물 군집이 형성돼 있어서 바위조차 보이지 않을 만큼 많은 생물들로 덮여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런 환경에 대한 더 많은 정보가 심해 채굴 등의 활동을 결정할 때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고 설명한다.
"어떤 생물이 서식하고 있는지, 그 생물들이 해양 전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등의 정보를 채굴 전에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우리는 걱정해야 할까?
여 박사는 육상·해저를 막론하고 모든 화산은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다만, "해저 화산이라고 해서 다른 화산보다 더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해저 화산도 육상 화산과 동일한 수준으로 모니터링이 필요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4월에는 아이슬란드에서 육상 화산이 분화해 관광객과 주민이 대피하기도 했다.
여 박사는 "해저 화산에 대해서도 이처럼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해저 화산의 위험이 단순한 분화에서 그치지 않기 때문에 모니터링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화산 일부가 해저에서 무너지면 쓰나미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액시얼 시마운트는 어떨까?

켈리 교수는 액시얼 시마운트 화산의 모니터링에 참여하고 있다. 이 화산은 태평양 해저 약 2600m 깊이에 위치한다.
켈리 교수는 해안에서 이 화산까지 길이 약 500km 길이의 케이블이 연결돼 모니터링이 진행된다고 설명한다.
이를 통해 과학자들이 화산의 온도 상승을 감지하고, 이전 분화 시점보다 더 팽창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1년 안에 화산이 분화할 수 있음을 시사하지만, 해양 압력 등의 여러 이유로 육상에서는 별다른 영향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켈리 교수는 앞으로 새로운 기술이 해저 화산 모니터링을 더 정교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해저 화산은 지구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는 반드시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