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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헤이그 ICC에 수감된 두테르테, 고향 시장 선거서 당선 유력

5시간 전
지난 3월 체포 되기 전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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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체포 되기 전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

과거 대통령 재임 기간 '마약과의 전쟁'을 내세워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혐의로 올해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체포되어 네덜란드 헤이그에 구금된 로드리고 두테르테(80) 전 필리핀 대통령이 정치적 거점에서 시장으로 선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랫동안 그의 보좌관으로 활동한 크리스토퍼 '봉' 고와 마약과의 전쟁 당시 경찰청장을 맡았던 로널드 '바토' 델라 로사 등 두테르테의 최측근으로 손꼽히는 두 사람은 상원의원 재선에 성공했다.

두테르테와 마르코스 가문 간 치열한 대립이 주를 이루었던 이번 중간 선거에서는 예상치 못한 결과들도 나왔다.

한편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딸이자 현직 부통령으로, 오는 2028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라 두테르테의 운명은 개표가 완료되지 않아 불확실하다.

앞서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된 사라는 상원마저 탄핵안을 지지할 경우 파면될 수 있다.

지방 공직자부터 주지사, 상원의원에 이르기까지 총 1만8000석이 걸린 이번 중간 선거는 사라와 한때 사라와 동맹이었던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 주니어 현직 대통령 간 대리전으로 변모했다.

두테르테 측이 사라의 탄핵을 막는 데 필요한 상원 의원 9석을 확보하고자 애쓰는 가운데 양 진영의 후보들이 정면으로 맞붙은 선거였다.

그러나 전체 투표의 68%를 집계한 비공식 결과를 살펴봐도 어느 쪽이 우세한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우선 봉봉의 지지율은 앞선 여론 조사 예측과는 달리 약한 것으로 보인다. 비공식 집계에서 상원의원 투표 상위 5위 안에 든 마르코스 진영 후보는 방송인 출신 어윈 털포 한 사람뿐이다.

상위 5위에 든 다른 후보는 두테르테 측 2명과 무소속 후보 2명이며, 이번 투표에 걸린 상원 의석 총 12석을 놓고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

한편 사라는 정치적 위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국적으로 지지율이 높은 상태이며, 봉봉의 대통령 임기는 오는 2028년 종료될 예정이다.

바토 델라 로사, 키티 두테르테, 크리스토퍼 ‘봉’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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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널드 델라 로사(왼쪽), 크리스토퍼 '봉' 고(오른쪽)가 두테르테의 막내딸 베로니카 '키티' 두테르테(가운데)와 함께 선거운동을 벌였다

이번 중간 선거 결과를 현재까지 종합해보면 포퓰리즘 지도자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마닐라 공항에서 체포되어 같은 날 ICC 재판을 위해 네덜란드로 보내진 지 불과 2달 만에 필리핀 남부에서 권력 기반을 유지하는 데 성공한 모습이다.

현직 대통령의 승인하에 그가 체포되면서 사라 부통령과 봉봉 대통령 간 갈등은 최고조로 치솟았다. 하원 내 대통령 지지자들이 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킨 지 불과 몇 주 만에 이루어진 체포였다.

한편 남부 대도시인 다바오시는 1980년대 중반부터 두테르테 일가가 시장직을 맡아온 정치적 근거지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시장직 당선은 이미 널리 예상된 바였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 또한 2016년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까지 20년 동안 다바오시의 시장으로 재직했다. 그곳에서 마약과의 전쟁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전국적인 인지도를 쌓았다.

그의 막내아들이자 현직 다바오시 시장인 세바스티안 두테르테는 이번 선거에서 아버지의 부시장직 러닝메이트로 나섰다. 이에 따라 아버지 대신 업무를 대신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또 다른 아들인 파올로는 하원의원 재선에 성공하였으며, 두테르테의 손자들도 지방 공직에 당선되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아직 유죄 판결을 받지 않은 상태이기에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고, 소규모 라이벌 정치 가문 출신 후보를 상대로 승리했다.

남부 다바오시는 두테르테 가문이 가장 지지를 많이 받는 지역으로, 이곳에서의 정치 기반 유지는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두테르테-키볼로이 선거 포스터
BBC
마닐라 길거리에 부착된 아폴로 키볼로이 목사와 두테르테의 선거 포스터

하지만 이번 선거가 단순히 두 가문 간 싸움판이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2일 투표일에는 기온 33°C의 날씨에도 유권자들의 긴 줄이 이어졌으며, 폭력 사태 혹은 투표 기기 오작동 사건이 간간이 보고되었다.

과거 선거와 마찬가지로 후보들은 무대와 SNS를 통해 노래와 춤, 쇼비즈니스 스타일의 선거운동을 펼쳤고, 부정부패, 높은 생활비, 낙후된 인프라 같은 보다 시급한 현안들보다 개성이나 유명세가 중심이 되는 필리핀의 정치 문화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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