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계 미국인 인질, 하마스 억류에서 풀려나 가족과 재회
가자 지구에서 지난 19개월간 하마스에 억류되었던 이스라엘계 미국인 인질 에단 알렉산더(21)가 석방돼 이스라엘에 있는 가족과 재회했다.
알렉산더는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에 납치되었을 당시 가자 지구 경계선 근처에서 이스라엘 군인으로 복무 중이었다
지난 12일 이스라엘 측은 알렉산더의 이송을 위해 가자 지구 내 군사 작전을 몇 시간 동안 중단했다.
하마스 측 고위 관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석방은 선의의 제스처이자 오는 13일부터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앞두고 새로운 휴전 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알렉산더는 하마스가 억류하고 있던 마지막 미국 국적자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렉산더의 가족들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TV 자료화면 속 알렉산더는 이스라엘 군사 기지에서 부모, 형제자매와 포옹하며 미소 짓고 있다.
알렉산더의 가족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하는 한편 이스라엘 정부 측에 남아 있는 이질 58명의 석방을 위해서도 계속 힘써달라고 촉구했다.
알렉산더는 지난 3월 18일 이스라엘이 2달간의 휴전을 끝내고 군사 공격을 재개한 이후 하마스가 석방한 최초의 인질이다.
지난 12일 복면을 쓴 하마스 대원들은 가자 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적십자 요원들에게 알렉산더를 넘겨주었다. 이후 그는 가자 지구 내 이스라엘 측에 인도되었으며, 남부 이스라엘에서 가족을 만났다. 이스라엘 군 당국은 알렉산더의 이송을 위해 "안전한 경로"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자신의 X 계정에 어머니 야엘 알렉산더가 아들과 전화 통화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유했다. 영상 속 야엘은 "넌 강하다. 넌 보호받고 있어. 아들아, 넌 집에 돌아왔어"라고 말한다.

네타냐후 총리는 알렉산더의 석방은 "매우 감동적인 순간"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에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 하마스에 대한 군사적 압박 및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압력" 덕에 풀려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 내 군사 행동을 계속 강화할 것이며, 휴전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하마스는 가자 지구로의 인도주의적 지원 물자 유입 관련 협상을 촉진하고자 알렉산더를 석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스라엘은 70일 동안 모든 식량, 의약품 및 기타 인도주의 물품의 가자 지구 유입을 차단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구호 단체들은 이는 아사 정책으로, 전쟁 범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이스라엘은 3월 중순부터 가자 지구에 대한 공습과 그 외 군사 작전도 재개한 상태다.
하마스는 이미 최종적인 종전을 전제로 한 협상에만 동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으며, 네타냐후 총리는 이를 거듭 거부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중동에 도착할 예정이며, 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순방을 마치기 전까지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하마스에 대한 군사 공격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스라엘 관료들에 따르면 이러한 확장된 공세 계획에는 가자 지구 전역을 무기한 점령하고, 팔레스타인인 주민들을 남쪽으로 강제 이주시키고, 민간 기업을 통해 구호물자 배급을 통제하는 방안 등이 포함되어 있다. 다만 UN과 구호 단체들은 구호를 "무기화"하는 행위라며 이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오는 15일 이스라엘은 카타르에 대표단을 파견하여 추가 인질 석방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카타르와 이집트는 알렉산더의 석방은 새로운 휴전 회담 가능성을 보여주는 고무적인 신호라고 설명했다.
텔아비브에서 태어났으나 미국 뉴저지에서 자란 알렉산더는 2003년 10월 7일 공격 당시 가자 지구 국경의 엘리트 보병 부대에서 복무하던 중 하마스에 의해 납치되었다. 당시 약 1200명이 숨지고 251명이 인질로 붙잡혔다. 현재 남아 있는 인질은 약 58명으로 추정되며, 이중 생존자는 24명 정도인 것으로 파악된다.
가자 지구에 억류된 인질 중 미국 시민권자는 5명으로 추정되며, 알렉산더는 그중 살아 있는 마지막 미국인으로 알려져 있다.
하마스 측 보건부에 따르면 3월 이후 사망한 팔레스타인인 2720명을 포함해 이번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으로 사망한 가자 지구 내 사망자는 5만2829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