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네비게이션 검색 본문 바로가기

미 행정부, 법원 중단 명령에도 베네수엘라갱단 조직원 수백 명 추방

2025.03.17
엘살바도르 경찰이 공항에 착륙한 미국발 비행기에서 구금자들을 호송하고 있는 모습
Reuters

연방법원 판사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미국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갱단 조직원 200여 명을 엘살바도르의 최고 보안 교도소로 추방했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SNS를 통해 베네수엘라 갱단 '트렌 데 아라구아(TdA)' 소속 갱단원 238명과 국제적인 갱단 'MS-13' 소속 23명이 16일 아침 자국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나 엘살바도르 측은 이번에 이송된 구금자들의 신원은 물론 이들의 범죄 혐의 및 갱단 소속 여부에 대한 세부 정보도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추방을 정당화하고자 수백 년 전 제정된 전시법을 꺼내 들었다. 미연방법원 판사가 나서 집행 정지를 명령했으나, 이미 비행기는 출발한 상태였다.

부켈레 대통령은 SNS에 "저런 … 너무 늦었군"이라며 법원의 판결을 조롱했다.

부켈레 대통령이 올린 영상 속 손과 발에 족쇄가 채워진 사람들은 항공기에서 중무장한 호송차로 옮겨지고 있다.

한편 캐롤라인 리빗 백악관 대변인은 법원 명령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행정부는 법원의 명령을 '따르길 거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법적 근거가 없는 (법원의) 이번 명령은 테러리스트인 TdA 소속 외국인들이 이미 미국 영토에서 추방된 이후 내려졌습니다."

지난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TdA가 "미국 영토에 대한 약탈적 침입을 저지르고, 시도하고, 위협했다"면서 1798년 제정된 '적성국 국민법'을 발동하는 선언문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TdA 소속 갱단원들은 미국을 상대로 "불규칙하게 벌어지는 전쟁"에 가담한 혐의로 추방될 것이라고 말했다. '적성국 국민법'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계 미국인들을 억류하고자 마지막으로 발동되었다.

한편 15일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의 제임스 보아스버그 판사는 법률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이번 추방령에 대한 14일간의 집행정지를 명령했다.

미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러나 이미 비행기가 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이에 보아스버그 판사는 구두로 회항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다만 해당 명령은 서면 통지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손과 발에 족쇄를 찬 채 이송되는 사람들의 모습
Reuters
추방된 이들은 엘살바도르의 초대형 교도소로 이송되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 서면 통지는 현지 시각으로 15일 오후 7시 25분(동부표준시)에 법원 사건 일람표에 게재되었다. 다만 갱단원들을 태운 항공기가 미국을 떠난 정확한 시점은 불분명하다.

16일 제출한 법원 서류에서 법무부 측은 추방자들이 "이미 미국 영토에서 제거된 상태"였기에 해당 명령이 적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행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BBC의 미국 파트너인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5일 261명이 추방되었으며, 그중 137명은 갱단과의 관계 혐의로 적성국 국민법을 적용해 추방되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법원의 판단에 항소했다.

한편 미국의 비영리 인권 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는 법원 명령 위반 가능성을 제기하며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의 권력 견제와 균형 시스템하에서 정부 기관들은 연방 판사의 판결을 준수해야 하기에 헌법적 의문을 제기하는 사건이다.

한편 베네수엘라 측은 "베네수엘라인들의 이주를 부당하게 범죄화"하고, "노예제도부터 나치 강제수용소의 공포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상 가장 어두웠던 일들을 떠올리게 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적성국국민법 발동을 비난하고 나섰다.

인권 단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고자 227년된 법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제 앰네스티' 미국지부는 X를 통해 이번 추방은 "갱단과 연관되었다는 포괄적인 주장"에 근거하여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인들을 "인종적으로 표적 삼은 또 다른 사례"라고 비난했다.

한편 트럼프와 가까운 사이인 부켈레 대통령은 수감자들은 엘살바도르의 악명 높은 대형 교도소 '테러범수용센터(CECOT, 세코트)'로 즉시 이송되었다고 밝혔다. 우선 "1년 동안" 이곳에 수감될 예정이며, 이는 "갱신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코트' 교도소는 부켈레 대통령이 자국 내 조직범죄를 단속하고자 신설된 시설이다. 최대 4만 명까지 수용 가능한 이곳 최고 보안 교도소에 대해 인권 단체들은 수감자 학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세코트의 수감자들
Reuters
최대 4만 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엘살바도의 '세코트' 교도소는 인권 단체의 비판을 받고 있는 곳이다

한편 이번 사건은 미국과 엘살바도르 간 외교 관계가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엘살바도르는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취임 후 2번째로 찾은 국가다.

부켈레 대통령은 지난 2월 자국을 방문한 루비오 장관에게 미국의 추방자들을 세코트에 수용할 수 있다고 처음 제안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최근 추방은 미국 내 불법 이민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장기적인 캠페인의 일환입니다.

올해 1월, 트럼프는 TdA와 MS-13을 외국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대선 운동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추방 작전을 실행하겠다고 공언하며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불법 국경 횡단 수는 수십 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추방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점에 실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BBC NEWS 코리아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