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련 금성 탐사선 잔해, 지구로 추락할 가능성 있어

반세기 이상 지구 궤도에 갇혀 있던 구소련 우주선 잔해가 이번 주 중 지구로 다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착륙 탐사선 '코스모스 482호'는 지난 1972년 금성 탐사 임무의 일환으로 발사되었으나, 지구의 저궤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4조각으로 분해되었다.
NASA에 따르면 코스모스 482호의 잔해 한 조각이 오는 10일경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며, 일부는 불에 타지 않고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확한 추락 지점 등 예상되는 경로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하긴 하나, 불에 타지 않은 조각이 있더라도 지구의 70%가 바다로 덮여 있기에 큰 피해를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우주국(ESA)의 우주잔해 피해 완화 부문 선임 분석가인 스틴 레멘스는 "이 우주잔해에 맞을 확률은 복권에 당첨될 확률보다 훨씬 더 낮다"고 설명했다.
이 착륙선 캡슐은 지름 약 1m, 무게 거의 0.5톤의 견고한 구형 물체로, 금성 대기의 가혹한 열과 압력을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되어 견고한 열 차폐막과 튼튼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아무런 통제 없이 지구 대기를 통과해도 일부가 불에 타지 않고 견딜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반면 금성으로 향할 때 착륙선의 하강 속도를 늦추기 위해 설치된 낙하산 부품의 경우 이미 우주에서 50여 년간 방치되며 성능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지상의 시민들에게는 그다지 위험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긴 하나, 캡슐의 예상 추락 경로를 고려하면 북위 51.7°와 남위 51.7° 사이에 착륙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지구에서 인간이 거주하는 지역 대부분을 덮는 범위다.
즉 영국 런던 북쪽에서 남아메리카 남단까지 그 어디든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우주 잔해가 통제되지 않은 상태로 추락하는 사건은 이전에도 발생한 바 있다.
레멘스는 "인간이 만든 물체가 지구 대기권으로 다시 진입하는 일은 매우 흔하다"면서 대형 우주선의 경우 매주, 소형 우주선의 경우 매일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추락하는 물체는 일반적으로 지상에 도달하기 전 지구 대기권에서 불에 타 없어진다.
일례로 중국 발사체 '창정 5호'의 부스터는 2022년 인도양 상공에 재진입했으며, 우주 정거장 '톈궁 1호'는 2018년 태평양 상공에서 대부분 불에 탔다.
현재 국제 우주 기관들은 '코스모스 482'호의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한편 레멘스는 미래의 우주선은 "(지구) 궤도에서 안전하게 벗어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하며, 지구 재진입 시 가급적 인간이 다시 제어할 수 있으면 좋다"고 설명했다.
제어가 가능하다면 착륙 위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고, 잔해가 인구 밀집 지역에 끼칠 피해를 줄여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동시에 "우주 쓰레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관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