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한덕수 2차 단일화 회동 성과 없이 종료...상황 어땠나?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가 8일 후보 단일화를 놓고 2차 담판에 나섰지만 팽팽한 입장 차만 확인한 채 회동이 종료됐다.
2차 회동은 국회 사랑재 야외 커피쇼에서 전체 공개 방식으로 진행됐다. 공개로 하면 단일화 과정의 오해를 줄일 수 있다는 김 후보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한 예비후보는 후보 등록 마감인 오는 11일 전에 단일화를 완료하자고 촉구했지만 김 후보는 왜 압박하냐고 말했다.
이에 한 예비후보는 "단일화는 국민의 명령"이라며 "어떤 단일화 방식도 당에서 정하면 다 받겠다. 후보님이 '(단일화를) 일주일 연기하자'고 한 것이 결국은 하기 싫다는 말씀과 같이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김 후보는 "저는 단일화를 늘 생각하고, 지금도 생각하고, 한 번도 단일화를 안 한다고 한 적이 없다"며 "당연히 단일화의 첫 번째 대상은 (한덕수) 총리님"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후보는 "(한덕수 예비 후보가) 출마를 결심했다면 당연히 국민의힘 입당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 후보들은 1억원을 내고 경선과정을 거쳤다"면서 "왜 다 끝나고 와서 약속을 지키라고 청구서를 내미냐"고 주장했습니다.
그러자 한 예비후보는 "입당이 늦어진 것은 국정 운영때문이었다"면서 말했다.
또한 "단일화는 불안한 국민과 국가를 위한 길이다. 단일화와 관련해 당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며 팽팽하게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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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권 갈등
국민의힘 지도부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 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이견 차이의 핵심은 '주도권' 이다.
앞서 김문수 후보는 8일 오전 "정당한 후보를 끌어내리려는 작업"이라며 단일화 거부를 선언했고, 권성동 원내대표는 단식에 돌입하며 "이대로면 정권교체 없다"고 압박했다.
국민의힘 당헌상 대선 후보는 당무우선권을 가지며, 공천권 역시 후보가 실질적 권한을 행사한다.
그러나 김문수 후보는 그동안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한 불만을 언급해왔다. 한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을 당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후보는 지난 6일에도 입장문을 내고 "당은 단일화를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필수적인 선거대책본부 구성과 당직자 임명에도 아직 협조하지 않고 있다"며 "심지어 후보가 주도해야 할 단일화 추진 기구도 일방적으로 구성하고 통보했다"고 했다.
반면 지도부는 여론조사 우위에 있는 후보가 당을 대표하는 것이 당의 의사결정 시스템이라는 입장이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문수 후보 측이 주장한 당무우선권 발동에 대해 다른 의견을 보였다.
그는 "대통령 후보가 되면 당무우선권을 가진다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당의 모든 결정을 무력화할 수 있는 절대적인 권한은 아니다"라며 "당무우선권을 존중하되, 당의 고유한 의사결정 시스템도 함께 존중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난 대선 때도 당무우선권을 둘러싼 해석 차이로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 간 갈등이 있었다"며 "민주정당에서는 해석의 차이를 내부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단일화 마감 시한
김 후보와 한 후보는 단일화를 위해 소통하고 있으나 양일 모두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단일화 로드맵'에 대해서도 이견이 크다.
김 후보는 오는 14일에 방송 토론을 한 뒤, 그 직후인 15일과 16일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를 하자는 입장이다.
한 예비후보는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오는 11일을 단일화 마감 시한으로 정했다.
이 날을 넘겨 한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된다면 무소속으로 뛰어야 하기 때문에 자금 등 국민의힘 지원을 받을 수 없다. 한 예비후보는 단일화를 이루지 못할 경우,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이틀 안에 반드시 단일화를 성사시켜 반전의 드라마를 만들어야 한다"며 "대통령 후보의 잘못된 결정이 있을 때, 이거는 반드시 고쳐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예비후보가 '11일까지 단일화'에 끝내 응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잡아놓은 전국위원회(11일)와 전당대회 절차를 밟아 '후보 교체'도 강행할 수 있다고 시사한 셈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김 후보에게 후보 단일화를 요구하며 전날부터 단식에 들어갔다.
권 원내대표는 김 후보에 대해 "당원들의 명령을 무시한 채 알량한 대통령 후보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회견하는 모습"이라며 "정말 한심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한덕수 예비 후보 역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국가와 대한민국의 미래, 경제, 민생을 걱정하는 분께 큰 실례와 결례, 또는 정말 못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는 아무런 대안도 가지고 오지 않았다"며 "'왜 한덕수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 나왔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정말 기본적인 예의도 없는 것"이라고 당 지도부와 입장을 맞췄다.
법적 갈등
양측 갈등이 법적 갈등으로 번질 우려도 있다.
이미 김 후보 측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단일화에 따른 대통령선거 '최종 후보자' 지명을 위해 11일 소집한 전국위원회 개최 중단을 요청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이에 더해 김 후보 지지 단체들은 당 지도부를 사기·배임·횡령·직무유기죄 등으로 고발하겠다고 밝히는 등, 양측의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거대 정당의 대선 후보와 당 지도부가 이처럼 반목하면서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지난 2022년 20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당 지도부였던 이준석 대표가 갈등을 빚기는 했으나 지금처럼 법적 투쟁까지 가는 양상은 아니었다. 당시 두 사람은 이른바 '울산 회동'을 통해 갈등을 봉합한 적이 있다.
다만 당 지도부와 무소속 후보가 함께 당 대선 후보와 대치하는 형국은 이례적인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