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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는 누구이고, 티베트 불교에서 '환생'은 어떻게 작동하나

7시간 전
2022년 7월 28일, 가르침을 위해 모인 자리에서 달라이 라마가 손을 모으고 있다
Getty Images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오는 6일, 90세 생일을 맞이함에 따라 사후에 후계자가 있을 것임을 발표했다.

그는 자신이 설립한 가덴 포드랑 재단(Gaden Phodrang Trust)만이 자신의 미래 환생을 인정할 권한이 있다고 덧붙였다.

제14대 달라이 라마는 현재 중국의 통치를 피해 망명 중인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서 모두가 오랜 기간 기다려온 발표를 했다.

이 발표는 중국이 자체적으로 후보를 지명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등장했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달라이 라마의 환생자는 반드시 중국 내에서 발견되어야 하며,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중화인민공화국은 1951년 티베트를 합병했으며, 달라이 라마를 분리주의자로 보고 있다.

달라이 라마는 누구인가?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의 수호존으로 여겨지는 관세음보살(산스크리트어로 아발로키테슈바라 또는 티베트어로 첸레식)의 화신으로 믿어진다.

힌두교와 자이나교처럼, 불교도들 역시 사람이 죽은 뒤 다시 태어난다고 믿는다. 전통적으로 티베트 사람들은 영적으로 높은 경지에 오른 사람이 자신의 환생 시기와 장소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여긴다.

현재의 달라이 라마는 1935년 7월 6일 티베트 북동부의 가난한 농민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두 살 때 제13대 달라이 라마의 환생으로 인정 받았다.

티베트 불교에서 최고 수준의 신학 자격을 얻은 전직 승려 뚑땐 진파 박사는 "티베트인들은 달라이 라마의 같은 영혼이 계속해서 다시 태어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진파 박사는 1985년부터 달라이 라마의 공식 통역사로 활동해 왔다.

그는 전통적인 믿음에 따르면 모든 달라이 라마는 한 사람의 연속성으로 여겨지지만, 현재 달라이 라마는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BBC에 "성하께서 몇 차례, 14명의 달라이 라마가 반드시 동일한 인격은 아니라는 말씀을 하신 것을 들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 계보에 속한 모든 사람들은 달라이 라마의 혈통과 특별한 연결을 갖게 됩니다."

불교가 25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반면, 달라이 라마라는 제도는 이보다 더 최근에 생겨났다.

스코틀랜드 애버딘 대학교 히말라야 연구소 소장 마틴 밀스 교수는 "최초의 달라이 라마는 1391년에 태어난 게둔 드룹(Gedun Drup)이라는 인물로 알려져 있지만, 환생하는 불교 스승이 전임자의 제자와 재산을 물려받는 개념은 그보다 오래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개념은 적어도 그보다 3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덧붙였다.

달라이 라마는 어떻게 선택되는가?

달라이 라마 옆에 앉아 있는 진파 박사
Christopher Michel
달라이 라마와 함께 한 뚑땐 진파 박사는 "티베트인들은 달라이 라마의 동일한 영혼이 계속해서 환생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진파 박사는 "달라이 라마를 선정하는 과정은 매우 엄격하고 복잡하며, 정교하다"고 설명했다.

달라이 라마를 선별하는 데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14번째 환생자를 선정하기까지는 4년이 걸렸다.

고위 승려들은 이전 달라이 라마가 사망한 시점 즈음에 태어난 소년을 찾기 위한 탐색을 시작하는데, 이는 여러 가지 가능한 단서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한 승려가 꿈속에서 아이의 신원을 암시하는 계시를 받을 수도 있다. 이전 달라이 라마의 화장터에서 피어오른 연기의 방향 또한 환생 장소의 단서로 여겨지기도 한다.

소년의 위치가 확인되면, 이들은 아이에게 여러 물건을 보여주게 된다. 아이가 이전 달라이 라마의 물건을 성공적으로 식별하면, 승려들은 이를 환생의 신호로 받아들인다.

고위 승려들이 이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면, 그 아이는 달라이 라마로 선정되어 수년간의 종교 교육과 신학적 수련을 받게 된다.

지금까지 두 명의 달라이 라마만이 티베트 외부에서 태어났다. 한 명은 몽골, 다른 한 명은 인도 북동부였다.

중국의 통제

티베트 여성 연합 회원들이 뉴델리에서 열린 시위에서 판첸 라마의 사진을 들고 있다
Getty Images
달라이 라마가 티베트 불교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인물로 꼽히는 '판첸 라마'로 지목한 아이는 1995년, 6살의 나이에 중국 당국에 의해 납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50년, 중국은 티베트에 대한 주권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수천 명의 병력을 투입했다.

이후 1959년 반중 봉기가 실패하자, 달라이 라마는 인도로 도피해 망명 정부를 수립했다.

그는 현재 망명 정부의 수장 자리에서는 물러났지만, 여전히 중국의 지배에 대한 저항의 핵심 인물로 여겨지고 있다.

달라이 라마는 이전에도 자신의 환생이 티베트 외부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는 중국이 통제하는 영토의 현실을 고려한 실용적 대응으로 파악된다.

중국은 달라이 라마를 "종교를 위장하여 반중국 분리주의 활동을 벌이는 정치적 망명자"로 보고 있다.

2007년, 중국은 '티베트 불교의 살아있는 부처 환생 관리에 관한 조치'라는 명령을 도입했는데, 이는 다음 달라이 라마 선출을 통제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인권 단체들은 오랫동안 중국이 티베트 종교 문제에 개입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제기해 왔다.

국제앰네스티 중국 담당 국장 사라 브룩스는 성명을 통해 "중국 당국은 티베트의 종교적 관행에 대한 정치적 개입을 즉각 중단하고, 종교적 계승을 통제와 강압의 도구로 사용하는 행위를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티베트를 향한 압박

라싸의 포탈라궁 앞에 꽂혀 있는 중국 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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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의 전통적 권좌였던 라싸의 포탈라궁은 현재 중국의 통제 아래에 있다

일반 티베트인들은 외신 기자와 대화를 나누거나 달라이 라마의 사진을 전시했다는 이유만으로도 투옥될 수 있다.

BBC는 인도에 거주하는 한 티베트인 운동가를 통해 티베트에 거주하는 두 명의 승려, 한 명의 불교 신도와 연락할 수 있었다.

그들은 당국이 달라이 라마 생일을 축하하는 행사를 전면적으로 막기 위해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아므도 지역 출신의 한 중년 남성은 "우리 마을에서 열린 두 차례 회의에서는 달라이 라마에 대한 모욕 뿐만 아니라 참석자들에게 심각한 결과를 경고하는 등 강한 위협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달라이 라마 생일을 앞두고 중국 경찰과 군 병력의 수가 늘어난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절 안팎에 군인들이 더 많이 배치된 것을 느꼈다"고 했다.

또 그는 중국의 검열로 인해 일부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가 달라이 라마와 정서적으로 멀어졌다고 주장했다.

"많은 젊은이들은 그를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이들은 중국 정부의 선전 문건을 통해서만 달라이 라마의 이름을 듣습니다."

많은 사찰들이 지속적인 중국 감시에 놓여 있지만, 일부는 여전히 눈에 띄는 승복을 입고 종교적 삶을 선택하고 있다.

줄어드는 예비 승려

체링(가명)은 "부모님의 뜻에 따라 어릴 때 승려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쓰촨성 청두 출신으로, 일곱 살 때 승려가 되었다. 그는 현재 46세다.

중국이 새로 제정한 규제로 인해 이제는 18세가 되어야 승려가 될 수 있다. 그 결과, 사찰 내 승려 수는 줄어들고 있다.

그는 "절에는 사미(예비 승려) 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우리 절에는 겨우 세 명의 새 승려가 들어왔습니다. 예전처럼 다른 마을이나 도시에서 공부하고 예불하러 오는 아이들도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체링은 중국의 통치가 가져온 경제적 이익이 문화적 파괴라는 대가를 동반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어릴 땐 먹고살기가 힘들었다"며 "절에서 형편없는 음식을 먹어야 할 때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나중에는 삶은 좀 더 나아졌고, 교통 시설도 극적으로 바뀌었으며, 전반적인 교육 수준도 발전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티베트어 사용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전했다.

아므도 응아바 지역 출신의 또 다른 승려는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것을 '발전'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제가 이해한 바로는, 티베트어와 문자가 지금까지 유지된 건 오직 불교 수행 덕분입니다."

차기 달라이 라마

1989년 12월 10일 달라이 라마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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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는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공인이자, 1989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다

제14대 달라이 라마는 자신이 맡고 있는 600년 전통의 이 직책이 반드시 보존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중국의 개입을 막기 위해, 그는 이미 자신의 추종자들에게 중국이 임명한 후계자는 인정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진파 박사는 "사람들은 목숨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에 예의를 갖추겠지만, 중국 정부가 임명한 달라이 라마를 인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사람들을 물리적으로 통제할 수는 있겠지만, 티베트인들의 마음과 정신까지 얻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티베트를 '농노와 노예 생활에서부터 해방시키고' 후진적인 신정체제에서 현대화의 길로 이끌었다는 주장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달라이 라마의 추종자들은 티베트 불교의 지도부가 중국의 통제로부터 독립된 상태로 남아 있을 수 있도록 꾸준히 힘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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